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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트럼프 국방비 증액, 한국 방산 수출엔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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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GDP 대비 국방비 비중 2.6%

NATO 국가들과 일본보다 높아

고등훈련기 T-50 첫 대미 수출 땐

올 최대 120억 달러 달성도 가능

중앙일보

고등훈련기(T-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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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트럼프 시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트윗(Twitt)’ 한마디에 전 세계가 요동치고 있다. 특히 미국의 ‘방위비 수익자 부담’ 정책 추진에 따라 국내 방위산업에 미칠 영향도 적지 않을 전망이다.

먼저 주한미군 주둔에 따른 한·미 간 방위비 분담금 처리 문제다. 지난 17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국방장관 회의에서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은 유럽 동맹국의 국방예산을 내년까지 국내총생산(GDP) 대비 2%로 증액하지 않으면 NATO에 대한 방위공약을 축소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 의회예산국(CBO)에 따르면, 트럼프 재임기간(2017~2020년) 동안 국방예산 2조4390억 달러 중 시퀘스터(자동 예산삭감조치)가 가능한 예산은 1560억 달러로 추정된다. 실제로 시퀘스터가 발생할 경우 미국 군인과 군무원 중 상당수는 무급휴직을 하거나 심지어 일자리를 잃을 수도 있다. 아울러 트럼프 정부의 6대 공약 중 하나인 국방예산 증액과 무기 현대화 사업에도 큰 차질을 빚을 수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국방 분야 공약으로 시퀘스터 폐지를 포함했다. 하지만 예산통제법(BCA) 개정과 이를 반대하는 민주당 의원의 비준 반대 등으로 이를 장담하기 어렵다.

자국민의 일자리 창출을 최우선으로 하는 트럼프로선 국방예산 증액은 결코 물러설 수 없는 문제다. 트럼프는 동맹국의 방위비 분담금 증액으로 일정 부분 문제를 해소하겠다는 입장이다. 2015년 NATO 동맹 28개국 중 그리스(2.6%), 폴란드(2.2%), 프랑스(2.1%) 등을 제외한 21개국의 GDP 대비 국방예산 비중은 1.2%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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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일 독일(1.2%), 이탈리아(1.3%) 등 21개국이 국방예산을 GDP 대비 2%로 늘린다면 연간 1066억 달러가 더 들어올 수 있다. 지난해 나온 5870억 달러의 재정적자를 줄여야 하는 트럼프 정부로선 이를 반드시 달성하겠다는 입장이다.

여기에 2016년 한국·일본·독일 3국의 미군 주둔비용이 37억2000만 달러다. 향후 3개국의 방위비 분담금을 100%로 높인다면, 연간 70억 달러를 추가로 확보할 수 있다. 한국의 추가분담금 규모는 최대 9억 달러다. 향후 트럼프 정부는 국방예산의 시퀘스터 발생을 막기 위해서라도 NATO 동맹국과 미군이 주둔한 국가에 국방예산 증액 요구를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한·미 간 방위비 분담금 문제는 빠르면 5월 트럼프 대통령의 NATO 정상회의 참석 이후 논의될 전망이다. 한국 국방부는 한국이 세계적으로 방위비 분담 모범국가임을 적극 피력해야 한다. 미국(3.3%)을 제외한 NATO 27개국과 비교하면 한국의 GDP 대비 국방비 비중(2.6%)이 가장 높다. 일본도 1%에 불과하다. GDP 대비 미군 주둔비용 분담률(0.058%)도 일본(0.042%), 독일(0.026%)보다 높다. 아울러 주한미군이 주둔할 평택 기지 건설에도 77억 달러를 부담하고 있다. 만일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배치시 부지제공(1억 달러)과 카투사 병력 3600여 명도 지원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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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SIPRI DB 등을 기초로 산업연구원 재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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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최근 5년(2011~2015년)간 한국의 무기수입액 220억 달러의 90%가 미국산이다. 지난달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이 의회 인준 청문회에서 “한국은 이미 미군 지원에 많은 금액을 기여하고 있다”고 인정한 점도 이를 방증한다.

둘째, 트럼프의 국방력 증강 정책은 한국 방위산업 수출의 호재다. 트럼프 행정부는 6대 국정기조에 ‘세계 최강의 미군 재건’을 명시했다. 육군 54만 명, 해병대 36개 대대, 전함 350척, 군용기 1200대 수준으로의 증강과 미사일방어시스템(MD) 현대화 사업 등을 포함한다.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에 따르면 트럼프 정부의 군사력 증강 규모는 오바마 정부 때보다 800억 달러 이상 많다. 아울러 ‘방위비 수익자 부담’ 원칙에 따라 전 세계 주요 동맹국들의 국방예산도 증가할 전망이다.

한국의 주요 방산 수출시장인 북·동유럽과 중동, 동남아 국가들의 무기구매 수요가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산업연구원의 실태조사(2017)에 따르면 올해 미 고등훈련기(APT) 시장 진출과 K-9 자주포, 탄약 플랜트, 미사일 등의 수출이 성공하면 한국은 최대 120억 달러어치의 수출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4년(2013~2016년)간 연평균 방산수출액(32억4000만 달러)의 4배 다. 특히 고등훈련기(T-50) 수출이 성공하면 미국 방산시장 최초 진출이라는 상징성이 있다.

마지막으로 트럼프 시대는 우리에게 전시작전권 회수와 더불어 자주국방에 대한 근본적인 대안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최근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 증대와 미국의 방위비 분담 증액 요구, 미군 축소 가능성 등 향후 안보 환경 변화에 대응한 자주국방 역량 강화와 방위산업 경쟁력 강화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 2025년까지 생산 35조원(현 14.5조원), 수출비중 40%(현 13%), 고용 10만 명(현 3.6만 명)을 달성해 ‘방위산업 빅(Big) 7 진입’을 비전과 목표로 설정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선 선진국 수준의 ‘방위산업 거버넌스 구축’이 필요하다.

현행과 같은 고비용·내수 위주 작전요구성능(ROC) 설정방식과 독과점적 시장구조, 정부주도 연구개발(R&D) 방식과 정부의 국방기술소유권 독점 방식 등으론 방위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과 발전을 기대하기 어렵다.

대통령 직속으로 방산비서관을 신설해 부처별 이견 조정을 해야 한다. 이를 통해 원스톱 방산수출지원, 경쟁력 강화전략, 민·군 협력 활성화 방안 등을 주도할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할 필요가 있다. 둘째, 국가과학기술심의회 산하 ‘국방전문위원회’의 위상과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 이를 통해 국방 R&D 투자의 우선순위를 검토하고 성과가 저조한 사업의 예산조정 등을 효율적으로 해야 한다. 현재 한국은 연간 40조원 이상의 국방예산을 투입하면서도 북한의 핵·미사일·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사이버 위협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

셋째 ‘고비용·내수 위주’ 제품 개발의 시작점이 되고 있는 ‘폐쇄적 ROC’ 설정방식을 선진국 수준으로 바꿔야 한다. 전 수명주기에 걸쳐 글로벌 수요와 기술진부화를 고려한 ‘ROC 최신화’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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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원준산업연구원 방위산업연구부장


마지막으로 방위사업청의 위상 강화도 중요한 숙제다. 최근 무기도입 비리 발생으로 침체된 분위기를 일신하기 위한 조직 개편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가칭 ‘국방과학기술기획평가원’을 신설, 국방 R&D의 ‘셀프기획·셀프평가’ 문제 해소와 공무원(현역 포함)의 비리 개입 소지를 원천적으로 차단할 필요가 있다.

장원준 산업연구원 방위산업연구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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