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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7 (수)

[사설] 中, 인민일보까지 동원해 `준(准)단교` 운운하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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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가 성주 골프장을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용지로 제공한 이후 중국 관영 매체들이 한국 기업과 정부를 겨냥해 융단폭격하듯 쏟아내는 극언을 보면 중국 정부의 속내를 분명히 읽을 수 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의 소셜미디어 매체인 '협객도(俠客島)'는 "한국이 사드를 배치하면 한중 관계는 단교에 준하는 상황에 직면할 가능성이 있다"고 썼다. 우리는 관영 언론의 입을 빌려 준(准)단교를 운운할 만큼 이성을 잃은 중국 측의 태도에 경악할 수밖에 없다.

인민일보는 그저께 사설에서 "한국이 사드 배치에 동의해 자신을 한반도의 화약고로 만들었다"며 "중국이 자국 안보를 지키는 실력과 의지를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이 신문의 자매지 환구시보(環球時報)는 "롯데를 중국 시장에서 퇴출시키고 중국 이익에 위해를 가하는 외부 세력은 살일경백(殺一儆百·한 명을 없애 100명에게 경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상호 존중의 품격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참으로 폭력적인 언어다.

관영 언론들은 대놓고 한국 상품 불매운동과 반한 감정을 부채질하고 있다. 신화통신은 "(이번 결정은) 중국 관광객들에게 면세점 매출을 의존하는 롯데에 악몽으로 바뀔 수 있을 것"이라고 했고, 환구시보는 "한국산 차와 휴대전화에 대해서도 보이콧할 준비를 하자"고 부추겼다. 중국 외교부는 "중국에서 외국 기업의 성공은 최종적으로 중국 소비자에게 달려 있다"는 식으로 사실상 불매운동을 용인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지난달 26일 지린성 장난(江南) 롯데마트 앞에서 주민 10여 명이 '롯데가 중국에 선전포고했다, 당장 중국에서 떠나라'라는 플래카드를 들고 시위를 한 것만 봐도 관영 언론의 선동이 실제로 먹혀들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중국 정부의 속내를 반영하는 관영 언론이 이처럼 극렬한 선동적 언어로 사드 보복을 부추기는 것은 너무나 거칠고 오만한 쇼비니즘(배타적 애국주의)에 다름 아니다. 대국으로서 품위와 절제를 보여주지 못하고 논리보다 위세를 앞세우는 태도는 결코 정도가 아니다. 이제라도 중국 정부와 언론이 준단교까지 운운하는 극단적인 보복의 언어를 거둬들이고 호혜적인 양국 관계 발전에 힘쓰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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