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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밀착카메라] 하루종일 경비행기 소음…주민들 '몸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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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오늘(1일) 밀착카메라는 볼륨을 좀 키우고 귀기울여서 한 번 들어보시기 바랍니다. 경비행기 소음으로 괴로워하는 강원도의 어느 마을에 대한 이야기를 담아왔는데 이제부터 들으실 이런 소리가 매일 아침부터 저녁까지 시도 때도 없이 울려댄다면 어떨까요.

손광균 기자입니다.

[기자]

작은 비행기 한 대가 큰 소리를 내며 날아갑니다. 곧이어 또 다른 비행기가 요란하게 등장합니다.

그런데 하늘을 가로지르는 대형 여객기와는 다르게 이 비행기들은 주민들의 머리 위와 마을 주변을 계속 맴돕니다.

그만큼 소음도 오래갑니다.

[정경식/강원도 양양군 손양면 : 예민한 사람들은 진짜 정신 나갈 것 같아. 내가 봐도. 우리가 정신이 없는데 뭐…]

2009년 12대에 불과했던 경비행기 등록 대수는 레저용으로 즐기는 사람과 조종사 지원 인력이 늘면서 올해 205대로 크게 늘었습니다.

평일은 물론이고 공휴일이나 주말에도 경비행기 소리에 시달리는 주민은 300명 가까이 됩니다.

통화하거나 말할 때뿐만 아니라, 실내에서 TV를 볼 때도 소리를 높여야 합니다.

논밭에서 일하는 고령의 주민들은 특히 여름철이면 급증하는 훈련에 피로감을 호소합니다.

[우리가 일하다가 낮에 한 시간이라도 쉬려고 했단 말이야. 잘 때가, 비행기가 잠을 깨우다시피 세게 나간다고…]

한적한 시골 마을에 경비행기 소리가 들리기 시작한 건 2014년부터입니다.

김포공항이 더 이상 경비행기를 수용할 수 없게 되자 정부가 지방으로 분산시킨 겁니다.

현재 양양공항에서 경비행기 훈련을 하는 민간업체는 모두 7곳입니다.

이 업체들이 소유한 경비행기 스무대 가운데 17대가 하루 평균 125번 이륙과 착륙을 반복하고 있습니다.

소리를 측정해봤습니다. 평상시 소음은 37데시벨까지 내려갔지만, 경비행기가 나타나자 70데시벨까지 올라갑니다.

국가소음정보시스템에 따르면 60데시벨이 넘는 소음에 지속적으로 노출될 경우 수면장애가 시작될 수 있으며, 70데시벨 이상에서는 집중력이 떨어지고 말초혈관이 수축될 수 있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사람보다 청력이 민감하다고 알려진 동물들은 더 큰 피해에 시달립니다.

소 50여 마리를 키우는 농장 주인은 훈련이 시작된 뒤 새끼 보기가 힘들어졌다고 주장합니다.

[최종원/강원도 양양군 손양면 : 소들이 정상적으로 새끼를 들고 이래야 하는데, 새끼가 안 들고 계속 발정만 하고. 유산되는 놈들도 몇 마리 생기고 이렇습니다.]

참다못한 주민들이 지난해 간담회를 열고 대책 마련을 촉구했지만 1년이 지나도 바뀌는 건 거의 없었습니다.

주민 건의를 받아들여 훈련 시작 시각을 오전 8시에서 10시로 미루겠다고 한 것도 현장에서는 지켜지지 않고 있습니다.

현재 시간은 아침 8시 40분 정도인데요. 비행 시작 시간까지는 시간이 한참 남아있지만, 이처럼 경비행기 훈련은 이미 시작됐습니다.

얼마 전 열린 주민간담회에는 지역구 국회의원과 서울지방항공청장까지 참석했지만 미안하다는 말만 되풀이했습니다.

경비행기 훈련 경로를 마을이 아닌 바다 쪽으로 바꾸고, 소음측정기를 주민들이 원하는 곳에 설치해달라는 요구에도 검토 중이라는 말만 내놓고 있습니다.

[서울지방항공청 관계자 : 저희는 빨리 대책을 취합하려고 3월 말까지 보내달라고 관계 부서에 요청해놓은 상태입니다. (이전 여부는) 공항이 한정되어있고, 타당성 검토는 본부에서 하는 거로 알고 있어요. 꼭 이전으로만 초점을 맞춘 건 아니고…]

주민들은 금전적인 보상보다는 현실적인 대책이 더 시급하다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1년 넘게 어쩔 수 없다는 대답만 돌아오면서, 주민들은 오늘도 소음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손광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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