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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사설]위안부 피해자 두고 3·1절 기념사 할 자격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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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은 3·1절 기념사에서 북한에 대한 압박과 제재를 강조하는 데 연설의 3분의 1 가량을 할애했다. 하지만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와 관련한 언급은 두 문장밖에 없었다. 황 권한대행은 “한·일 양국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합의의 취지와 정신을 존중하면서 실천해야 한다”며 “피해자 분들이 과거의 고통과 상처를 치유받고 명예와 존엄이 회복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했다. 굴욕적인 한·일 위안부 합의 재협상을 요구하거나 일본 정부의 사죄와 반성을 촉구하는 언급은 일절 없었다. 특히 한·일 양국이 위안부 합의 사항을 실천하면 위안부 피해자들의 명예와 존엄을 회복시킬 수 있다는 황 권한대행의 연설은 일본의 진정한 반성과 법적 책임을 요구해온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에게 또 다른 굴욕과 상처를 안길 수도 있다. 이처럼 얕은 역사 인식을 갖고 있는 황 권한대행이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 앞에서 3·1절 기념사를 할 자격이 있는지 묻고 싶다.

한·일 위안부 문제 합의 이후 정부가 한 일이라고는 화해·치유재단을 통해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인권과 명예, 의사결정권을 침해하며 위로금 1억원 수령을 종용한 것밖에 없다. 그나마도 화해·치유재단은 한국 정부가 “전액 위안부 피해자를 위해 쓰겠다”고 공언했던 일본 정부의 출연금(10억엔·약 107억원)에서 재단 운영비를 사용하기로 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향신문 보도를 보면 화해·치유재단 이사회는 올해 필요한 재단 운영비 5억3500만원을 일본 정부 출연금에서 사용하기로 했다. 더군다나 국회가 재단을 청산하라는 취지에서 재단 운영비 예산을 전액 삭감하자 이사회를 열어 일본 정부 출연금에서 운영비를 사용하기로 의결했다니 어이가 없다.

일본 정부의 출연금에서 운영비를 빼쓰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가슴에 대못을 박고 있는 화해·치유재단은 청산돼야 마땅하다.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고통과 상처를 치유할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은 한·일 위안부 합의 재협상을 통해 일본 정부의 진정한 사죄와 반성, 법적 책임을 요구하는 것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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