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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편의점 ‘판매왕’은 담배, ‘정보왕’은 알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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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ESC] 커버스토리

매일 가도 잘 모르는 편의점의 거의 모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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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매일 한두 번씩은 들르는 편의점, 늘 보는 풍경이지만 눈에 보이는 게 다가 아니다. 손님은 잘 모르는 편의점의 속살을 업계 종사자들의 입을 통해 들어봤다.

여기는 담뱃가게?!

편의점에서 제일 잘 팔리는 건 뭘까. ‘편의점의 상징’인 삼각김밥? 아니다. 많이 팔리는 건 맞지만 판매량 10위에 턱걸이하는 정도다. 1위는 담배다. 담배는 편의점 매출의 30~40%를 차지한다. 한 편의점 가맹점주는 “동네 편의점은 담배 장사란 얘기도 한다. 거의가 담배 손님”이라고 말했다. 포털의 지식공유서비스엔 편의점주가 “담배 매출 비중이 60~70%에 달한다. 정상적인 거냐”고 묻는 질문까지 올라와 있을 정도다. 상황이 이러니 각 업체에선 판매량 집계를 할 때 담배를 뺀다. 편의점이 자칫 담뱃가게처럼 보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담배를 제외하면 상위권은 거의 ‘마시는 것’이다. 커피, 바나나우유, 소주 등이다. 특히 지난해에는 폭염 때문에 커피나 음료를 시원하게 마실 수 있는 얼음컵이 지에스25와 씨유에서 판매량 1위였다. 세븐일레븐도 자체 개발 커피에 이어 2위였다.

요구르트젤리·김치찌개라면 등
독특한 피비제품 ’효자종목’
계산대에선 성별·나이대 등
고객정보 모아 마케팅에 활용


편의점은 당신을 알고 있다

편의점에 들어간 당신, 첫눈에 들어온 것은? 아마 화이트데이를 앞둔 지금은 초콜릿이 가장 눈에 띌 것이다. 상품 진열은 유동적이다. 매장에 따라, 상황에 따라 늘 바뀐다.

가장 잘 팔리는 제품을 전면에 놓는 것도 아니다. 어차피 손님들이 찾아서 사기 때문에 굳이 잘 보이는 곳에 놓을 필요가 없다. 오히려 편의점 쪽에서 판매 촉진을 위해 내세우는 제품을 가장 잘 띄는 곳에 놓는다. 보통 판매대 2~3번째 칸에 있는 것들이다. 냉장고의 경우 성인의 눈높이에는 숙취해소 음료나 건강음료가 놓여 있다. 아이의 시선이 닿는 곳엔 주스나 탄산음료가 있다. ‘눈높이 마케팅’이다.

계산대 앞으로 가보자. 점원에게 물건과 신용카드, 적립·할인카드를 내밀고 잠시 기다린다. 점원이 ‘엽엽’ 소리를 내며 포스(POS·판매시점) 단말기를 누른다. 그저 계산이나 적립만을 위해 단말기를 조작한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짧은 시간에 점원은 ‘30대 남성’ 같은 당신의 성별, 나이대 정보를 입력한다. 이는 각 회사의 마케팅 자료로 활용된다. 물론 이런 기록이 100%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점원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점장이 철저하게 하라고 시키긴 하는데, 손님이 밀려 바쁘면 대충 누른다”고 한다.

피비 제품은 생존의 열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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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업체가 자체 생산하는 피비(PB) 제품은 손님의 호기심을 끌기 위한 미끼 상품 수준을 넘어섰다. 이미 동네 골목마다 편의점이 출혈경쟁을 하는 상황에서, 피비 제품은 생존을 위한 업체의 필수 전략이 됐다. 과거 편의점의 피비 제품은 싼 가격을 내세운 ‘가격소구형’이 많았다. 지금은 ‘가치소구형’ 상품이 주를 이룬다. 조금 비싸도 소비자가 만족할 수 있는 제품을 개발하려는 것이다. 편의점 도시락 열풍의 주역인 ‘백종원 도시락’(씨유), ‘김혜자 도시락’(지에스25)이 대표적 예다. 이들 제품은 한해 100% 이상 매출 신장을 기록 중이며, 지난해엔 매출기준으로 5위권 안에 드는 등 효자종목으로 자리 잡았다. 삼각김밥보다 4~5배 비싼 가격이지만 손님들이 지갑을 열었다.

이런 제품은 기존 제품이나 콘텐츠와의 협업이 특징이다. 세븐일레븐은 ‘요구르트젤리’, ‘아이스요구르트’가 대박이 났다. 작은 플라스틱 병에 담긴, 추억의 요구르트맛 젤리와 빙과류를 만든 것이 시장에서 먹혔다. 특히 중국 관광객들에게 소문이 나 서울 명동 쪽 매장에는 아예 별도의 판매대를 만들었을 정도다. 지에스25는 애니메이션 미니언즈 캐릭터를 용기로 만든 ‘미니언즈 우유’, 묵은지찌개맛을 낸 ‘오모리김치찌개라면’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오모리김치찌개라면의 경우 지에스25의 라면 분야 판매량 1위이며, 햄 등을 섞은 다양한 조리법이 에스엔에스(SNS)에서 화제가 됐다.

‘알바’가 가장 싫어하는 제품은?

점원들이 싫어하는 제품은 삼각김밥이다. 특히 ‘전주비빔 삼각김밥’을 꼽는다. 먹고 난 자리가 지저분하기 때문이다. 흰밥 안에 참치 등의 소가 들어있는 다른 삼각김밥과 달리, 밥 자체를 고추장으로 버무린 제품 특성상 밥알이 떨어진 자리에 고추장 자국이 남는다. 그리고 다른 제품처럼 밥알이 딴딴하게 뭉쳐 있지 않아 바닥에 더 잘 떨어진다고 한다. 혹시 전주비빔 애호가라면, 먹을 때 조금은 주의하는 게 점원을 위한 배려일 수 있다.

삼각김밥이 귀찮은 제품이지만, 아르바이트 직원에겐 끼니가 되기도 한다. 대부분 유통기한이 임박하거나 약간 지난 ‘폐기용’ 제품을 먹는다. 최근 화제가 된 무라타 사야카의 소설 <편의점 인간>엔 편의점 아르바이트 직원인 주인공이 출근하면서 폐기용 음식을 사서 먹는 내용이 나온다. 한국은 아직 일본만큼 팍팍하진 않다. 이런 폐기용은 다 공짜다. 어차피 버릴 제품이니까.

삼각김밥에 관한 또 하나의 비밀이 있다. 만약 판매대에 보이지 않는 매진 상품이라도 1~2개는 남아 있을 수 있다. 아르바이트 직원이 ‘일용할 양식’을 챙기기 위해 미리 한두 개 빼놓기도 한단다. 그들을 탓하진 말자. 삼각김밥이나 도시락 등이 다 팔려 밥을 못 먹는 경우가 있어 그때를 대비한 용도다. ‘까치밥’ 정도라고 생각하면 된다.

한 가지 더, 편의점마다 보이는 방이 있다. 주로 ‘직원전용’, ‘출입금지’라고 쓰여 있다. 직원이 드나들 때 호기심에 슬쩍 엿보기도 하는 그곳 말이다. 그런데 그 방엔 정말로 별것이 없다. 대부분 상품을 보관하는 창고다. 물품을 발주할 때 쓰는 컴퓨터 한 대와 폐회로텔레비전(CCTV) 장치가 집기의 전부다. 이 방은 아르바이트 직원들이 출퇴근하면서 옷을 갈아입는 용도로도 쓴다. 휴식을 할 만한 간이침대 정도도 대체로 없다고 한다.

이정국 기자 jglee@hani.co.kr ▶ 한겨레 절친이 되어 주세요! [신문구독] [주주신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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