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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사설] 둘로 쪼개진 3ㆍ1절, 정치권 편승 말고 통합 나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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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민족이 한 마음으로 세계 만방에 독립 의지를 펼쳤던 3ㆍ1절 98주년인 어제 대한민국은 탄핵 찬반 세력의 막말과 증오로 두 동강 났다. 서울 도심에선 박근혜 대통령 탄핵을 찬성하는 촛불집회와 반대하는 태극기집회가 대규모로 열렸다. 헌법재판소와 청와대까지 행진하는 2개 경로가 중복돼 충돌이 우려됐으나 경찰의 차벽 설치로 다행히 큰 불상사는 없었다. 이날 집회에선 나라 사랑과 통합의 상징인 태극기가 분열의 매개체가 됐다. 극우 단체들이 태극기를 ‘애국 보수’와 동일시하면서 이에 거부감을 느낀 촛불집회 참가자들은 세월호 희생자를 추모하는 노란 리본을 단 태극기를 들었다.

여기에 갈등을 조정하고 치유해야 할 정치권까지 가세해 분열과 혼란을 한층 부추겼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은 이날 3ㆍ1절 기념행사를 마친 뒤 촛불집회에 대거 참여해 박근혜 탄핵을 외쳤다. 이에 맞서 여권은 한 목소리로 통합을 주장하면서도 상당수 친박 인사들이 태극기집회를 찾아 탄핵 반대세력을 선동하는 등 이중적 행보를 보였다.

더욱 걱정스러운 것은 탄핵 반대 측의 극단적인 주장과 선동이 이날도 재연된 점이다. 태극기집회를 주도한 탄핵기각국민총궐기운동본부(탄기국)는 야권 정치인들을 ‘종북’ ‘빨갱이’로 몰아붙이는가 하면 헌재 탄핵 결정에 불복하겠다는 뜻을 공공연히 내비쳤다. 한때 국정농단 사건에 대해 반성하고 자숙하는 듯하던 친박 의원들은 ‘탄핵심판 중단’ 구호를 외치며 불복 움직임을 노골적으로 자극했다.

98년 전 3월 1일은 일제에 빼앗긴 나라를 되찾기 위해 우리 민족이 종교와 이념과 지역을 초월해 하나로 뭉쳐 ‘자주 독립’을 외쳤던 날이다. 우리 헌법은 대한민국 건국정신의 뿌리를 3ㆍ1운동에서 찾고 있다. 이런 뜻 깊은 날 증오와 분열의 막말을 쏟아내는 서울 도심의 집회 풍경은 부끄럽고 참담하다. 한반도를 둘러싼 안보ㆍ경제 상황은 언제 시한폭탄이 터질지 모르는 일촉즉발의 위기로 치닫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국민과 정치권 모두 자중자애 해야 한다.

표현의 자유가 보장된 민주 국가에서 집회에 참여해 정치적 소신을 피력하는 걸 나무랄 수는 없다. 그러나 증오와 폭력을 부추기는 막말로 상대편을 부정하는 행태는 멈춰야 한다. 지금은 도를 넘은 행동과 주장을 자제하고 헌재의 최종 결정을 차분히 기다려야 할 때다. 정치권 또한 대선 승리에만 집착해 지지세력에 편승할 게 아니라 분열과 갈등을 치유하는 데 앞장서야 한다. 진정 나라의 미래를 생각한다면 국민을 하나로 묶었던 3ㆍ1운동의 정신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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