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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사상 최저 출산율…꼭 결혼하고 아이 낳아야 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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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택광 교수 "저출산 원인이 고스펙 여성 탓? 왜 인구관리 대상은 늘 여성인가"

CBS 시사자키 제작팀

- 결혼하지 않아도 아이 낳는 선진국
- 고스펙女 하향 결혼시키자?
- 박정희 시대의 '맬서스 패러다임'
- 출산 문제에서 여성을 대상화
- 저출산 원인은 과로·실업난

노컷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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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 방 송 : FM 98.1 (19:05~19:50)
■ 방송일 : 2017년 2월 28일 (화) 오후 19:05
■ 진 행 : 정관용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교수)
■ 출 연 : 이택광 교수 (경희대)

◇ 정관용> 지난해 혼인건수가 30만 건. 출생아 수는 40만 명. 혼인율, 출산율 모두 지금 사상 최저 수준입니다. 10년 동안 80조 원의 예산을 쏟아부었습니다만 저출산 문제 해결되고 있지 못 하죠.

그래서 국책연구기관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서 지난 24일 저출산대책이라고 하는 연구보고서를 한 편 내놓았는데 이게 낯 뜨거운 논란을 불러일으켰고 결국은 이 보고서를 집필한 연구원은 보직 사퇴에 이르렀습니다. 오늘 문화비평가 경희대학교 이택광 교수와 함께 이 문제 좀 짚어보도록 하죠. 이택광 교수, 어서 오십시오.

◇ 이택광> 안녕하십니까.

◇ 정관용> 이택광 교수와 함께하는 우리 코너 이름이 일상다반사인데요. 정말 아이 낳는 문제가 그야말로 일상다반사가 되어야 하는 게 정상이잖아요.

◇ 이택광> 그렇죠, 사실 뭐 정상적인 일이죠, 인간으로서. 또 하나의 생명체로서 당연히 재생산을 해야 하는 것인데 이제 안 되고 있기 때문에 사실 어떻게 보면 국가적인 난제가 아닌가 싶어요. 그런데 여러가지로 예산도 투입하고 있지만 뚜렷한 성과가 안 나오는 것 같습니다.

◇ 정관용> 그러니까요. 그래서 보건사회연구원에서 한 세미나에 물론 발표된 것이긴 합니다만 도대체 어떤 내용을 제안했길래 이렇게 논란이 컸고 보직 사퇴까지 간 겁니까?

◇ 이택광> 사실 보고서 내용으로 본다면 이게 무슨 큰 문제가 되냐 생각하실 수도 있는데 그 안에는 굉장히 황당한 내용들이 많이 담겨 있었습니다. 대표적인 게 일단 출산율 저하를 막기 위해서 내놓은 대책 중 핵심적인 키워드가 바로 혼인율을 높이자라는 겁니다.

◇ 정관용> 맞는 말이죠. 혼인을 해야 아이를 낳으니까.

◇ 이택광> 그런데 혼인을 하지 않고도 사실 아이를 가질 수 있으면 가장 좋죠. 사실 서양의 선진국들은.

◇ 정관용> 특히 프랑스 같은 데가 그렇죠.

◇ 이택광> 사회적 결합이라고 해서 시민결합이라고 보통 부르죠. 그래서 혼인을 하지 않아도 자녀는 가질 수 있습니다. 제가 공부 했던 영국 같은 경우에도 결혼하지 않고 자녀를 키우는 그런 부부들도. 사실혼 부부들이죠. 굉장히 많이 있었습니다. 그런 분들을 다 이제 인정을 해 줬기 때문에 괜찮은 것이고. 한국은 꼭 혼인으로 출산율을 연결시키기 때문에 문제가 아닌가 싶고요.

◇ 정관용> 그 점도 하나의 한계가 있네요.

◇ 이택광> 그래서 일단 그 패러다임 자체가 잘못됐다는 생각이 들고 그다음에 결혼연령을 앞당기기 위해서 여성들이 유학이나 연수를 갔을 때 취업에 불이익을 줘야 한다. 이런 이야기를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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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SBS '8뉴스'에 보도된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결혼시장 측면에서 살펴본 연령계층별 결혼결정요인 분석'(원종욱 선임연구위원) 보고서 내용 (사진='8뉴스' 캡처)



◇ 정관용> 잠깐만요.

◇ 이택광> 이게 사실 말이 안 되죠?

◇ 정관용> 대학을 휴학하거나 해외연수를 가면 취업에 불이익을 준다?

◇ 이택광> 그렇습니다. 불필요한 스펙을 쌓아서 회사에 취업하는 여성들은 대부분 혼인시장, 결혼시장에 들어오는 시기가 늦어지기 때문에 결혼이 안 된다 이렇게 판단한 것 같아요. 그래서 결혼시장 일찍 들어오게 하기 위해서 휴학과 연수를 하지 못하게 해야 한다. 이런 어떤 대책을 내놨고요.

◇ 정관용> 휴학, 연수 갔을 때 그걸 취업에 불이익을 주는 건 여성만 그렇게 주장?

◇ 이택광> 일단 이거는 헌법정신에 위배되죠. 말이 안 됩니다. 왜 이러한 연구를 했는지 궁금한데 그다음에 또 하나가 배우자를 탐색할 수 있는 그런 기술을 개발 하자. 이것도 되게 웃기는 발상인데요. 앱을 만들어서 그런 배후자 탐색하는 방법들을 일찌감치 좀 가르쳐주자. 누구에게 가르쳐주는 건지는 모르겠습니다마는. 아마 남자들에게 가르쳐주자는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 정관용> 무슨 말이죠? 애플리케이션을 통해서 배우자를 탐색한다고요?

◇ 이택광> 남성들에게 여성들을 잘 사귈 줄 모르기 때문에 혼인이 안 된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남성에게 여성들을 방법. 데이트 기술을 가르쳐 줄 수 있는 앱을 만들자라고 그런 발상인 것 같습니다. 저는 가장 황당했던 내용이었고요, 이 부분이.

그다음에 결국 또 이 보고서의 가장 큰 문제점이 이건데요. 결국 여성들이 쌓는 스펙은 불필요하다고 생각의 연장선에서 이런 생각을 하게 되는 것 같은데 고학력 여성들 때문에 결혼이 안 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하향 결혼을 유도해야 한다. 그런 문화콘텐츠를 많이 만들어서 보급을 해야 된다 이렇게 얘기했어요.

◇ 정관용> 고학력 여성이 자기보다 학력이 낮은 남성과 결혼하는 하향 결혼. 그거를 문화콘텐츠로 만들어서 보급하자?

◇ 이택광> 그러니까 그 보고서에서 통계를 뽑아보니까 대부분 고학력 여성들과 저학력 남성들이 결혼율이 낮더라는 거죠. 그러니까 이 둘을 결합을 시키면 되지 않느냐. 이것은 아주 경제학적인 발상, 경제주의적인 발상을 한 겁니다.

◇ 정관용> 그야말로 단순 명쾌한 결론을 내려버리는 거군요.

◇ 이택광> 철학적으로 이걸 형식논리적 오류라고 하는데 1+1이 항상 2가 되는 건 아니거든요, 현실에서는.

◇ 정관용> 실제 우리 현실에서 여성들 가운데 미혼 비율은 학력이 높으면 조금 더 높다. 현실이죠?

◇ 이택광> 현실이죠. 하지만 그 이유를 따져봐야 됩니다.

◇ 정관용> 남자들 가운데서는 학력이 좀 낮고 이런 분들이 미혼 가능성이 더 높다.

◇ 이택광> 결혼 경쟁력이 없다.

◇ 정관용> 이게 또 현실인데. 이 연구원은 그 현실에 복합적인 요인들을 다 무시하고 그냥 그 둘을 결혼시키면 된다, 이거군요.

◇ 이택광> 말 그대로 1+1은 2가 되도록 하는 사고만 했다는 건데요. 저는 물론 그 틀 안에서 본다면 자기들 주장이 맞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렇게 생각하는 이런 보고서를 천연덕스럽게 발표를 한 게 아니겠습니까?

하지만 저는 그 공식 자체가 잘못 됐다는. 다시 말하면 앞에서도 말씀드렸지만 출산율을 혼인율과 결합을 시킨 이 자체가 문제가 있다고 보고요. 이것은 어떻게 보면 한국사회의 굉장히 지배적인 어떤 그런 사회의 틀. 조금 어렵게 말하면 이데올로기를 보여주는 게 아닌가 싶어요. 이게 지금 보면 박정희 시대부터 내려왔던 맬서스, 인구론을 썼던 맬서스가 있지 않습니까? 말 그대로 출산율과 결혼의 문제를 오직 인구의 문제, 인구 관리 문제로만 바라보는.

◇ 정관용> 인구 관리의 문제?

◇ 이택광> 그런 굉장히 어떻게 보면 위험한 사고의 결과물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는 거죠.

◇ 정관용> 그런 인구관리적 접근에 의하면 정부가 책임지고 인구를 관리해야 되는 거고, 인위적 정책을 써서. 그것의 목표는 또 뭐죠?

◇ 이택광> 결국 그런데 이런 인구관리의 대상이 되는 것은 남성이 아니라 여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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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희대 이택광 교수



◇ 정관용> 항상?

◇ 이택광> 그렇죠. 여성이 결국은 출산의 책임. 왜냐하면 아이를 기르는 보육의 책임까지지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래서 저는 이 맬서스 패러다임은 결국 근대적 패러다임이고 결국 가정은 여성이 돌봐야 하고 집밥을 아이들에게 줘야 하고 또 여성들은 사회생활보다는 가정에 충실해야 하고 이런 식의 어떤 이데올로기를 양산하게 된다는 거죠.

그런 이데올로기 내에서 결국 이런 보고서가 나온 거 아닌가라는 이야기에요. 그러니까 세상이 어떻게 보면 달라진 세상인데 그 달라진 세상에 적응하지 못한 그 패러다임을 계속 출산율 대책을 내놓고 있는 정부 자신이 가지고 있는 거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는 거죠.

◇ 정관용> 그런데 잠깐만요. 이게 박정희 시대 때부터라고 하셨는데 박정희 시대 때는 오히려 산아제한정책을 썼고 지금은 출산율 제고정책을 쓰는데 정반대의 목표잖아요. 그런데 출발하는 이데올로기는 같다는 겁니까?

◇ 이택광> 그렇습니다. 그 패러다임은 같다는 거죠.

◇ 정관용> 박정희 시대 거를 좀 설명해 보세요.

◇ 이택광> 그러니까 박정희 시대는 산아 제한이고 우리는 출산율을 높여야 되는 문제였잖아요. 산아를 많이 해야 하는, 그렇죠? 산아를 확대를 해야 하는데 어떻게 보면 이 두 가지 목표는 다른 것처럼 보이지만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사용하는 방법은 동일하다는 거예요. 다시 말하면 박정희의 산아제한을 어떻게 했느냐, 결국 식량이 부족하니까 인구를 줄여야 된다 이런 발상을 하게 됩니다. 이것들은 산술적 발상이죠.

그러니까 식량은 생산은 A만큼 되는데 인구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그러니까 다시 말하면 이 수치를 맞춰야 한다 이렇게 생각해서 일방적으로 산아를 제한하면 된다라고 생각했다는 거죠. 제가 우연히 보다 보니까 가족계획위원회 위원이러는 걸 만들어서 이 산아계획을 실시하게되고 가족계획을 실시하게 됩니다. 그런데 거기에 보니까 대부분 다 한국정부의 위원들이에요. 보건복지부 산하에 다 들어가는. 그런데 오천혜라는 인물이 거기에 개인적으로 포함이 돼 있었습니다.

◇ 정관용> 오천혜? 여성입니까, 남성입니까?

◇ 이택광> 남성인데요. 사실 한국사람이 아닙니다. 미국분이고요. 조지 윌스라는 선교사세요.

◇ 정관용> 그래요? 그런데 한국명이 오천혜다?

◇ 이택광> 오천혜라는 한국명을 사용을 하시는데 이분이 거기에 가족계획위원회에 위원으로 들어가 있습니다. 그러니까 대부분 다 단체로 들어가 있는데 이분만 개인으로 들어가 있습니다.

◇ 정관용> 개인자격으로?

◇ 이택광> 물론 가족계획위원회를 수립하고 실행을 하도록 만든 당사자는 박정희 대통령이죠. 5.16쿠데타 이후에 바로 이 정책을 실시를 하거든요.

◇ 정관용> 쿠데타 직후부터.

◇ 이택광> 네, 바로 실시를 합니다. 다시 말하면 오천혜라는 개인의 그 충고 또는 자문이 굉장히 큰 역할을 했다고 볼 수가 있어요. 왜냐하면 오천혜 이분이 오셔서 주로 했던 일이 선교사임에도 불구하고 인구를 줄여야 된다는 이야기를 많이 했고 캠페인을 하고 있었거든요. 그 당시에, 개인적으로.

그래서 새 법을 만들고 산아제한을 해야 하는지 등에 대한 내용들은 굉장히 맬서스주의적인 인구관을 반영하고 있는, 인구가 늘어나면 식량이 부족해 지고 인류는 멸망한다 이런 이야기였어요. 그런데 이걸 정권에서 받아서 정책으로 실시하게 된 거죠. 그리고 61년도에 아주 파격적으로, 전 세계적으로도 아주 유례가 드뭅니다. 어떻게 하냐 하면 낙태를 허용하게 됩니다.

◇ 정관용> 낙태 허용.

◇ 이택광> 낙태를 법적으로 허용하게 되고 그리고 피임약이나 피임도구들을 무상으로 보급하게 되죠.

◇ 정관용> 무상 보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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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계획실천 구호가 담긴 홍보물 (사진=국가기록원)



◇ 이택광> 그리고 피임약과 피임도구는 당연히 미국에서 수입해서 거기에 대한 관세 또는 거기에 대한 통관절차를 간소화해서 마구마구 이제 수입을 하게 되는 겁니다. 심지어는 스웨덴 피임약까지 들어오게 돼요, 우리나라에.

◇ 정관용> 영화로도 다루어졌습니다만 시골 구석구석까지 가서 출산율 떨어뜨리기 경쟁을 을 면 단위로 해서 그런 웃지 못할 해프닝들이.

◇ 이택광> 심지어는 공무원들이 그런 성과 경쟁을 했죠. 얼마나 많은. 쉽게 말하면 피임을 실시 하는가를 가지고 피임약을 얼마나를 많이 보급을 했는가를 가지고도 경쟁을 했다고 하더라고요.

◇ 정관용> 그런데요?

◇ 이택광> 그런데 문제는 오천혜라는 이분의 정치예요. 사실 선교사지만 이분은 미국인구협회라는 단체의 한국지회장이었어요, 자격이. 그런데 미국인구협회가 이상한 집단이죠.

◇ 정관용> 뭐하는 곳이에요?

◇ 이택광> 록펠러 재단이 자금을 대서 설립을 했죠. 물론 지금은 관계가 없지만 예전에 최초로 설립하는 과정에 록펠러 재단의 자금이 들어갔습니다. 이 들어간 단체가 바로 미국인구협회이고요. 초창기에 미국의 우생학자들이 이 단체를 설립하게 됩니다.

◇ 정관용> 우생학자?

◇ 이택광> 네, 우생학자들. 다시 말하면 백인우월주의적인 우생학자들이 제3세계 인구 폭발이 도래하면 제3세계가 경제적으로 발전할 거 아닙니까? 미국이 민주주의를 진작시키고 경제 발전을 시키는데 그런 경제 발전을 통해서 생활 조건이 좋아지면 인구들이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이다라고 염려하게 되는 거예요. 이 부분들이 대부분 이제 맬서스적인 우생학자들이었던 거죠.

◇ 정관용> 그런데 그 과정 자체가 잘못된 거잖아요.

◇ 이택광> 그렇습니다. 과학적으로는 말이 안 되는 이야기죠.

◇ 정관용> 농업사회에서는 출산율이 높지만 산업화 되고 경제성장이 이루어질수록 출산율이 떨어지는게 세계적 추세인데. 이 사람들은 정반대로 전망을 한 거네요?

◇ 이택광> 그런데 그 당시에는 그게 대세였죠. 그래서 제3세계에다 이런 피임약을 보급하고 또 산아정책을 실시하고 그리고 제3세계 인구를 막아야 된다, 억제해야 된다 이렇게 생각한 거예요. 이 발상 자체가 굉장히 인종주의적이잖아요.

◇ 정관용> 그렇죠. 황인종, 흑인종들은 줄이자.

◇ 이택광> 그런데 그걸 또 우리 정부가 받아서 아무런 반성 없이 그대로 실행을 했다는 거죠. 그와 관련된 시뮬레이션을 돌려본 것도 아니고. 결국 그래서 가족계획사업을 추진하게 됩니다. 정부의 차원에서, 국가적 차원에서 추진하게 되고 이게 얼마나 주도면밀하게 이루어졌냐면 보건사회부 관할 안에 가족계획사업을 추진하도록 해당 파트너들이 다 들어오게 되는데 여기에 민간단체인 대한가족계획협회까지 들어오게 돼요. 그러니까 민, 군, 관이 따로 없었던 거죠. 그래서 심지어 예비군 훈련 가면 정관수술을 한다든지.

◇ 정관용> 정관수술을 하면 훈련 면제.

◇ 이택광> 네, 훈련 면제해 주고 웃지 못할 사태들이 굉장히 많이 이루어졌죠.

◇ 정관용> 우리 어렸을 때 극장에서 영화 보면 무턱대고 낳다 보면 거지꼴을 못 면한다.

◇ 이택광> 그렇습니다. 그런 구호가 있었죠.

◇ 정관용> 아들, 딸 구별 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이런 구호들이 아주 머릿속에 박혔는데.

◇ 이택광> 그게 아니었어요. 선진국에 가보니까 아이들을 펑펑 낳고 있더라고요. 그러니까 팔도강산이라는 영화가 있죠. 한국 최초의 블록버스터입니다. 팔도강산이라는. 물론 그게 공보부에서 만든 정부 홍보 드라마예요. 보시면, 오즈 야스지로의 도쿄 이야기를 한국식으로 패러디 해서 만든. 오즈 야스지로 영화가 비극이라면 이건 희극이죠. 그런데 김희갑 씨가 주연이고 이제 각 딸들을 전부 다 각 팔도로 시집을 보내고 그 팔도를 돌아다니면서 얼마나 경제가 발전했는가 이런 걸 자연스럽게 선전하는.

그런데 거기에 보면 재미있는 내용이 나오죠. 김희갑 씨가 사실 부촌에서 한의원을 하는 사람이거든요. 전통적인 노인네예요. 이분이 자기 딸 집을 방문을 했는데 아마 그때 남자 배우는 박노식 씨였던 것 같아요. 박노식 씨의 집을 방문을 했는데 사위가 아이를 굉장히 많이 낳습니다. 그래서 아이를 왜 이렇게 많이 낳았냐라고 야단을 치는 장면이 나와요.

사실 그건 그당시 분위기와는 안 맞죠. 왜냐하면 그당시 대부분이 대가족이었고 그런데 그게 정부 공보영화였기 때문에 아이를 많이 낳는 것에 대해서 정부시책을 전달하는 그런 메시지가 거기 대사에 담겨 있었던 거죠.

그런 거를 보면 아시겠지만 굉장히 그 당시 산아제한. 아이를 적게 낳아서 잘 기르는 것이 선진국형 삶의 양태였고 우리가 선진국이 되기 위해서는 그렇게 해야 한다는 것이 이데올로기들이 굉장히 많이 주입이 된 거죠.

이게 그러면 지금의 산아 확대. 어떻게 보면 아이를 많이 낳아야 하고 혼인율을 높여서 출산율을 올려야 하고 이런 거와 무슨 관계가 있느냐 하면 결국 여기에서도 아이를 적게 낳고 하는 문제는 여성의 문제가 됩니다.

여성에게 피임약을 제공하고 여성이 피임을 해야지만 되는. 그러한 식으로 바라보게 되고 출산율의 문제를 그렇게 여성의 어떤 그런 피임 문제로 바라보게 되고 여성의 몸과 관련한 문제로 생각하게 되고. 그게 박정희 때부터 사실 지금까지 내려오고 있다고 볼 수 있고요.

◇ 정관용> 그 이데올로기적인 뿌리는 같다.

◇ 이택광> 그렇습니다. 그러니까 인구라는 문제로서 계속 여성을 대상화하고 있다는 거. 이것도 마찬가지죠. 얼마 전에 또 행자부에서 지역별 가임기 여성의 수를 계산해서.

◇ 정관용> 맞아요, 맞아.

◇ 이택광> 출산지도라는 또 황당한 정책을 내놨거든요.

◇ 정관용> 그것도 금방 또 없었던 일로 만들었잖아요.

◇ 이택광> 출산제도야말로 정확하게 박정희정책의 뒤집힌 면이죠. 박정희정책도 역시 그당시 가임기 여성들을 산술해서 집중관리를 했고.

◇ 정관용> 지금도 마찬가지이고.

◇ 이택광> 지금도 마찬가지로 여성들을 관리해서 출산율을 높이려고 한다는 거죠.

◇ 정관용> 전국에 있는 가임기 여성들을 박정희 때는 아이 못 낳게끔 관리했고 지금은 아이를 낳게끔 관리하려 든다. 그런데 이거는 아이를 낳고 사람이 사람과 만나서 살고 이 모든 문제는 사실 복합적인 요인들이 작용하는 건데 이건 순전히 경제논리. 딱 하나로만 보는 거군요.

◇ 이택광> 그것도 경제 논리 중에서도 다 책임을 여성에게 돌리고 있죠. 그게 가장 큰 문제인 것 같고. 사실 이미 다른 보고서들은 한국의 출산율이 왜 낮은지에 대해서 여러 가지 지표들을 보여주고 있죠. 대표적인 게 과도한 노동시간이에요. 노동시간이 우리 너무 길죠.

◇ 정관용> 청년실업난.

◇ 이택광> 그것도 무시하지 못하죠. 일단 청년들이 결혼을 해야 하는데.

◇ 정관용> 청년실업이 심하니까 어찌보면 스펙쌓기 경쟁이 따라오는 건데 지금 이 연구 보고서에서는 청년실업난 해결 대책은 없이 스펙쌓기 못 하게 만들자, 강제로?

◇ 이택광> 그러니까 여성의 스펙을 깎아내리자는 거잖아요.

◇ 정관용> 그냥 한마디로 단순무식이네요. 고학력 여성 미혼률 높으니 고학력 여성 줄여버립시다, 이런 거 아닙니까?

◇ 이택광> 그러니까 이게 사실 그런 지표가 있죠. 여성이 고학력이 될수록 결혼을 기피한다고 하는데 결혼을 기피한다고 아이를 못 낳는 건 아닙니다. 발상을 전환을 해야 하고요. 선진국형 삶의 양태라는 것은 결혼을 하지 않더라도 아이를 낳을 수 있어야 해요. 거기에 금방 말씀하신 보육이라든가 주거라든가 여러 가지 복지제도가 확충되면 당연히 가능한 이야기죠. 저는 그런 식으로 정책이 집행되어야 하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 정관용> 오늘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문화비평가 경희대학교 이택광 교수였어요.

◇ 이택광>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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