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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가계소득 大해부]서민대출자 '빚 굴레'…소득 줄고 부채는 늘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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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 월평균 소득 증가폭 1% 못 미쳐…대출금리는 '고공행진'

아시아경제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아시아경제 조은임 기자]50대 직장인 김정현(가명)씨는 매달 190만원을 빚을 갚는데 쓴다. 작년 말 주택구매를 위해 시중은행에서 2억원을 대출 받았다. 다행히 연 3.1%의 저금리를 적용받았지만 최근엔 이마저도 불안하다. 연일 대출금리가 오른단 뉴스가 전해지면서다. 연 1%포인트 대출금리가 올라갈 경우 김씨가 납입해야 할 돈은 매월 10만원 가까이 늘어난다. 김씨는 "돈 나올 곳은 뻔한데 나갈 돈만 늘어난다. 허리띠를 졸라매는 것 외엔 방법이 없다"고 한숨지었다.

저금리에 내 집 마련의 꿈을 실현하려던 서민들은 이제 장기간 빚의 굴레에 갇히게 됐다. 소득감소와 금리인상이 양어깨를 짓누르는 요소다. 지난해 1344조원에 달하는 가계부채 중 부동산의 비중은 60%를 웃돈다.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최근 신용전망보고서에서 한국경제에 대해 "가계부채 급증으로 소득 감소와 금리 인상에 대한 취약성과 소비와 성장의 하방 위험이 커졌다"고 경고했다.

가계소득은 악화일로를 거듭하고 있다. 가장 소득이 안정된 연령대인 40대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작년 한 해 1%도 늘지 못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가구주 연령이 40∼49세인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500만5000원으로 0.9% 증가하는데 그쳤다. 증가폭이 전년(2.8%)의 3분의 1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40대 가구의 소득은 연 기준으로 그간 한 번도 감소하지 않았단 점을 고려하면 경기불황이 피부에 와닿는 소득감소로 나타나기 시작했다고 해석할 수 있다.

최근 들어 급격하게 증가하는 고용불안은 가계의 돈벌이를 위협하는 가장 큰 요인이다. 한국은행의 국회 업무보고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30∼49세 취업자 수는 전년동기 대비 10만4000명이 줄었다. 특히 청년층의 경우 양질의 일자리 부족, 인력수급 미스매치로 실업률이 8.5%에 달한다.

지갑에 들어오는 돈은 줄었지만 빚 상환에 드는 돈은 늘어나고 있다. 연내 미국 금리인상이 가시화 되면서 시장금리는 이미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지난달 예금은행의 가계대출금리는 3.39%로 약 2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저신용자들이 몰리는 상호저축은행의 대출금리는 11.75%로 한 달 새 1%포인트가 넘게 올랐다. 주택담보대출의 60%가 변동금리 대출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서민의 상당수는 금리 위험에 노출돼 있는 셈이다.

특히 150만명에 달하는 한계가구는 금리위험에 더욱 취약하다. 김종민 민주당 의원이 한은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현 수준의 대출금리가 0.25%포인트씩 1%포인트까지 상승하면 한계가구의 금융부채가 24조7000억원 증가할 전망이다. 순금융자산이 마이너스이며, 원리금상환액 비율이 가처분소득 대비 40%를 넘는 한계가구가 보유한 금융부채는 지난해 3월말 기준 289조원에 달한다.

시장에서는 소득감소와 금리인상으로 인한 '소비절벽'을 우려하고 있다. 내수부진이 경제성장의 발목을 붙잡는 상황에서 빚으로 인한 소비위축은 악순환을 낳을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미 가계 평균 소비성향(통계청)은 71.1%로 역대 최저치다. 100만원이 있으면 71만1000원만 쓰고 나머지는 저축했다는 의미다.

배현기 하나금융경영연구소장은 "중산층은 현재가 불확실해 미래를 위해 저축하고 저소득층은 부채로 인한 적자가 쌓여가는 구조에서 소비가 이뤄지지 않는 것"이라며 "여기에 금리상승까지 가세하면 되면 가계부채에 큰 리스크가 더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은임 기자 goodn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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