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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8 (목)

"3·1절 태극기 어떡해요"…탄핵반대 집회가 바꾼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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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반대 상징물로 이미지 왜곡…반감 높아져

독립운동 순국선열 기리는 일 "당연히 달아야"

뉴스1

26일 오후 충북 청주시 상당공원에서 박근혜 대통령 탄핵 기각을 촉구하는 태극기 집회서 20대로 추정되는 남성이 태극기를 태웠다. 경찰은 이 남성을 붙잡아 조사를 벌이고 있다. 2017.2.26/뉴스1 © News1 김용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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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뉴스1) 김용빈 기자 = # 충북 청주에 사는 시민 A씨는 다가오는 3·1절 태극기를 게양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에 빠졌다.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을 반대하는 상징물이 된 태극기를 게양함으로써 자신도 마치 탄핵을 반대하는 입장에 선 것만 같은 느낌 탓이다.

# 또 다른 청주시민 B씨는 3·1절 태극기 게양 여부를 두고 가족들과 열띤 토론을 펼쳤다. 이미지가 왜곡된 태극기를 게양하는 것이 께름칙하다는 의견과 조국 독립을 위해 희생한 선열들을 기리기 위한 날인만큼 게양하는 것이 맞다는 의견이 팽팽히 맞섰다. 결국 결론을 내지 못했다.

이처럼 태극기가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을 반대하는 상징물로 인식하는 시민들이 늘면서 태극기를 향한 반감이 확산되고 있다.

단순히 반감을 넘어 혐오 수준이다. 때문에 3·1절을 앞두고 당연시 됐던 국경일 태극기 게양 여부까지 고민하게 만들고 있다.

회사원 안모씨(30·가경동)는 “올림픽 시상식이나 세계적인 무대에서의 태극기는 가슴을 벅차게 만들지만 지난 주말 태극기 집회 현장을 지나며 본 태극기는 혐오스러울 정도였다”며 “국경일에는 당연히 태극기를 게양하는 것이 맞지만 이번에는 이상할 정도로 거부감이 든다”고 말했다.

취업준비생 김모씨(28)는 “태극기 집회 후 태극기에 대한 거부감이 생긴 것은 사실”이라며 “태극기를 달면 마치 대통령 탄핵을 반대하는 것 같아 찝찝하지만 일단 태극기는 게양하기로 했다”고 답했다.

지난 26일 청주에서 처음으로 열린 탄핵 반대 태극기 집회에 불만을 표시하며 태극기를 불태운 20대가 붙잡히기도 했다.

그는 “태극기를 저런 용도(집회)로 사용하는 것을 보고 화가나 태우게 됐다”며 “악의나 나라를 모독하려는 의도는 없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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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도청 담장에 내걸린 태극기. © News1 김용빈 기자


지방자치단체들도 고민에 빠졌다.

충남 천안시는 매년 하던 3·1절 행사 태극기 퍼포먼스를 만세삼창과 카드 섹션 플래시몹으로 대체하기로 했다.

마치 태극기를 흔드는 퍼포먼스가 보수단체의 탄핵반대 집회로 오해받을까 하는 이유에서다.

매년 3.1절에 청사 담장에 태극기를 설치해왔던 충북도청도 오해 아닌 오해를 받았다.

탄핵 반대 태극기 집회당시 도청 앞을 지나는 시민들은 "이것도(도청 담장의 태극기) 저기서(집회 관계자) 달은거 아니냐"는 말을 던지기도 했다.

도 관계자는 “매년 국경일마다 행정자치부 지침에 따라 태극기를 게양하고 있다”며 “나라를 위해 희생한 순국선열을 기리기 위해 게양한 것으로 오해는 없었으면 한다”고 설명했다.

이두영 충북경제사회연구원장은 “아무리 보수단체에서 저렇게 사용한다 하더라도 국가의 상징인 태극기에 대한 국민으로서의 지켜야할 도리는 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집회 내용자체가 국민들이 동의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어 이 같은 현상이 발생한 것 같다”며 “태극기가 정치적 목적으로 잘못 쓰이거나 방치, 훼손되는 문제에 대해서는 정부가 나서 잘못을 지적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vin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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