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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3 (화)

[채식주의가 온다 ②] 채식은 맛이 없다고요? 편견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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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에다 요즘엔 ‘맛’을 담는 추세

-채식ㆍ식당 채식가공품 다양화돼

-이에 베지노믹스(채식경제) 급부상



[헤럴드경제=김지윤 기자] ‘베지노믹스(vegenomicsㆍ채식경제)’라고 불리는 채식주의 시장이 커지고 있다.

한국채식연합에 따르면 국내 채식주의자 규모는 전체 인구의 약 2%이다. 채식주의자 단계가 많고 그 숫자를 파악할만한 조사 방법이 없어 정확한 수치 파악은 어렵지만, 대략적으로 100만명에서 150만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채식 레스토랑과 채식 베이커리도 300여곳으로 5년 전보다 두 배 이상 늘었다는 게 업계 추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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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식물성 단백질 패티를 이용한 ‘임파서블 버거’ 고기의 질감과 육즙까지 그대로 재현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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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성 단백질 시대가 온다 =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2010년 글로벌 식물성 고기 시장은 12억 달러에서 지난해 18억 달러로 뛰어올랐다. 2020년에는 30억 달러(약 3조5000억원)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대체 육류 시장은 2010~2015년 7.9%나 성장했다. 기존 가공육 시장은 같은 기간 3.6% 커졌다.

미국 시장조사기관 ‘민텔’에서는 2017년 푸드 트렌드로 ‘파워 투 더 플랜츠’(Power to the Plants)라는 제목아래 비건과 베지테리언이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뉴욕의 한 푸드 컨설팅 그룹도 2017년 푸드 트렌드 중 하나로 ‘채식 시장의 급성장’을 꼽았다. 특히 식물성 단백질 붐을 예고했다.

지난해 여름 ‘의지의 한국인들’이 ‘쉐이크쉑’ 버거 앞에서 장사진을 이룰때, 뉴요커들은 ‘임파서블 버거’ 앞에서 맹렬한 호기심으로 차례를 기다렸다.

‘임파서블 버거’는 식물성 단백질로 만든 ‘가짜 고기’ 햄버거다. 뉴욕의 유명 셰프 데이비드 장이 운영하는 식당 ‘모모푸쿠 니시’(Momofuku Nish)에서 식물성 유사 고기를 제조하는 스타트업 ‘임파서블 푸드’(Impossible Food)와 함께 만들었다.

임파서블 푸드는 아몬드와 마카다미아 오일 등 식물성 원료로만으로 고기 맛은 물론 육즙까지 주르륵 터지는 패티와 가짜 치즈를 만들어 낸다. 기존의 베지(채식) 버거는 단지 ‘베지 버거’였을뿐 소고기 버거와는 견줄 수 없다는 평가를 받아왔지만 ‘임파서블 버거’가 등장하면서 육식주의자들도 두 손을 들었다.

임파서블 푸드는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 홍콩 청쿵 리카싱, 코슬라 벤처스의 비노드 코슬라 등 세계적 기업가들에게 1억800만 달러를 투자받았으며, 구글의 3억 달러 인수 제안을 거절하기도 했다.

‘비욘드 미트’(Beyond Meat)는 콩 단백질을 이용한 인공 소고기와 닭고기를 선보여 대체 육류로 주목받고 있다. 주재료는 완두콩, 녹말, 셀룰로오스, 카놀라유, 해바라기유, 코코넛유다. 소고기 질감과 맛을 내면서도 가격은 소고기의 반값에 팔리고 있어 더욱 인기다.

뉴욕 최대의 라멘전문점 ‘젠 라멘 하우스’(Gen Ramen House)에서는 육수부터 고명까지 채소를 활용한 라멘을 내놓아 뉴요커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업계에서는 소비자들의 단백질 욕구를 충족하기 위해 지구온난화에 영향을 덜 미치고, 더 많은 식량을 생산할 수 있는 식물성 육류 시장이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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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왓 어 샐러드(왼), 한남동 샐러드셀러

[사진=김지윤 기자 /summer@heraldcorp.com]

▶국내 채식시장의 성장 = 해외에 비해 더디지만 국내 채식 시장도 조금씩 커지고 있다.

지난해 5월에는 처음으로 제1회 ‘비건 페스티벌 코리아(Vegan Festival Korea)’가 열리기도 했다. 무더위에도 1500여명의 시민들이 행사장을 찾았다. 버터와 달걀을 쓰지 않은 빵과 케이크, 두유로 만든 아이스크림부터 코코넛유를 사용한 치즈, 콩단백 등 식물성 원료로 만든 햄버거와 핫도그, ‘치맥’(치킨과 맥주)까지 등장했다. 동물성 섬유를 사용하지 않은 의류, 재활용 소재를 이용한 업사이클링(Up-cycling) 디자인 제품 등 동물복지와 환경을 고려한 제품들이 소개되기도 했다.

채식주의자를 위한 맛집도 늘어나고 있다.

충북 충주시 신니면에 있는 유기농 쌈 채소 전문 농기업 장안농장은 체험형 채식뷔페를 운영중이다. 농장 내 330㎡ 규모로 조성된 채식뷔페 1층은 150명을 한 번에 수용할 수 있다. 이용객은 음식을 먹기 전 농장에서 재배된 100여종의 쌈 채소를 직접 수확하고 당일 찧은 유기농 쌀로 갓 지은 가마솥 밥을 먹을 수 있다.

홍자성의 고전 ‘채근담’의 정신을 음식으로 구현해낸다는 채식 한정식 ‘채근담’은 6년근 수삼채, 젓갈 사용을 배제한 보쌈 김치, 우엉 들깨탕으로 손님들의 맞는다.

채식발효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밍글스’와 오신채를 금하고 사찰식 채식 요리를 선보이는 ‘발우공양’은 첫 번째 ‘미쉐린 가이드 서울’에서 1스타를 획득해 파인다이닝 채식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채식을 고집하지 않더라도 다이어트와 미용에 관심이 많은 힙스터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는 곳도 여럿이다.

서울 인사동 ‘오세계향’, 이태원 ‘플랜트’, 성북동 ‘슬로비’ 외에도 슈퍼푸드를 이용한 요리를 내놓는 이태원 ‘라페름’ 일본식 채식을 선보이는 홍대 ‘수카라’ 등에서는 가볍고 건강한 한끼 식사를 할 수 있다.

한남동의 ‘샐러드셀러’는 샌드위치와 샐러드로, 이태원 ‘왓 어 샐러드’ 찹샐러드로 맛과 비주얼 모두 뛰어나 SNS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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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한살림 채소 교자만두(시계방향), 채식카레, 현미쌀너비아니, 농심 야채라면, 정식품 리얼코코넛밀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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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식주의자의 식탁 = 오픈마켓 11번가에 따르면 육류와 생선류를 대체하는 콩단백을 주원료로 콩고기 매출은 매년 큰 폭의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2014년부터 전년동기대비 매년 98%, 210%, 57%에 이르는 성장률을 기록했다.

콩고기는 육류, 생선류를 대체하는 콩단백을 주원료로 한 제품으로 커틀릿, 너비아니, 쌀탕수, 동그랑땡 등 다양한 제형의 가공식품이다. 식물성 원료를 사용하고도 고기와 질감과 맛을 재현한다.

한살림에서는 식품첨가물 없는 채식주의 가공식품들이 출시되고 있다. 동물성 성분인 비타민D3를 뺀 두유는 물론 현미쌀가스, 현미쌀너비아니, 현미쌀주물럭, 현미쌀탕수미와 동물성 젤라틴을 배제하고 친환경 과일과 올리고당으로 만든 과일푸딩, 채식카레와 채소교자만두를 선보이다.

농심은 2013년 3월 육류를 빼고 야채로만 맛을 낸 ‘야채라면’을 선보이고 있다. 튀기지 않은 건면으로 트랜스지방 제로를 내세워 꾸준한 판매고를 올리고 있다.

정식품에서는 2016년 4월 코코넛에 라우르산 성분을 더한 리얼코코넛 밀크를 출시해 10개월 만에 누적 판매량 400만개를 돌파하기도 했다.

summe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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