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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THE CAR] 수입차 `B` 의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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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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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B'의 전쟁이다. 메르세데스-벤츠(Benz)와 BMW를 두고 하는 말이다.

수입차 시장의 판매 대수가 제대로 집계되기 시작한 2000년대 이후 벤츠가 BMW를 넘어선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BMW의 강력한 무기인 5시리즈 세단과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라인업에 벤츠가 번번이 고배를 마신 것이다.

반전의 조짐은 3~4년 전부터 보였다. 벤츠가 SUV 라인업을 강화하기 시작하면서부터다. 2014년 말에는 세단의 S클래스·E클래스·C클래스에 맞게 SUV 이름도 GLS·GLE·GLC로 바꿔 통일감을 줬다. 기존 M클래스가 GLE로, GLK는 GLC로 변경된 것이다. 여기에 젊은 층을 겨냥한 콤팩트 SUV인 GLA도 라인업에 넣었다.

벤츠의 '잭팟'은 지난해에 터졌다. 새롭게 출시한 E클래스가 BMW 5시리즈를 제치고 글로벌 시장에서 크게 주목을 받은 것이다. 보수적인 스타일을 고수했던 벤츠가 신형 E클래스의 내외부 디자인을 혁신적으로 바꾸고 여기에 반자율주행 기술까지 추가했다. E클래스의 선전과 SUV 라인업 강화는 글로벌 프리미엄 브랜드 시장에서 12년 만에,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는 처음으로 벤츠가 BMW를 제치는 원동력이 됐다.

지고는 못 사는 것이 인지상정. 지난해부터 칼을 갈기 시작한 BMW가 드디어 이번달에 풀체인지된 7세대 5시리즈를 공개했다. 5시리즈와 E클래스는 볼륨 모델로 불린다. 각사에서 가장 잘 팔리는 차급이라는 의미다. 혼자 타기도 좋고 준대형급 크기라 가족들을 위한 패밀리 세단으로도 손색이 없다. 5시리즈 출시로 올해 E클래스와의 한판 승부가 재밌어졌다. B의 전쟁의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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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MW 회심의 일격 5시리즈

차는 같은 차급이라면 뒤에 나온 것일수록 일단 좋다. 기존 차의 단점을 최대한 보완하고 자신의 장점을 드러내기 위해 많은 공을 들이기 때문이다. BMW의 5시리즈는 우선 무게를 줄였다. 공차 중량이 1710kg으로 1770㎏인 E클래스보다 가볍다. 차체 소재로 사용하는 금속 가운데 알루미늄 비율을 늘려 공차 중량을 최대 115㎏ 줄일 수 있었다는 것이 BMW 측 설명이다. 실내 공간과 차체 크기도 5시리즈의 승리다. 미세하지만 약간씩 BMW가 크다.

BMW가 가장 자랑스럽게 내세우는 포인트는 전 모델에 M 스포츠 패키지와 반자율주행 모드를 기본으로 장착한 것이다.

김효준 BMW코리아 사장은 "1000만원 상당의 M스포츠 패키지를 모든 라인업에 기본 적용하는 파격적인 옵션을 제공한다"며 "이는 한국 소비자들의 눈높이에 맞춘 결정이며, 전 세계에서 한국 소비자들만이 받을 수 있는 혜택"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E클래스의 반자율주행 모드는 E300 이상 상위 모델에만 기본 장착이고 E200이나 E220 등 하위 모델에서는 별도 비용을 내야 한다.

BMW의 M 스포츠 패키지는 스포티하면서도 안정감 있는 모습을 보여준다. 대형 공기 흡입구가 있는 전면부와 사이드 스커트 트림, 2개의 직사각형 테일파이프로 구성된 M 에어로다이내믹 패키지와 M 레터링 도어실, 낮아진 M 스포츠 서스펜션과 M 스포츠 브레이크, M 경합금 휠 등이 장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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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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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자율주행 기술에서도 경쟁

벤츠 E클래스와 BMW 신형 5시리즈에서 두드러지는 특징은 반자율주행 기술이다. 전방 차량과의 간격을 유지하면서 차선을 따라 자동으로 주행하는 것은 기본이다. 정해진 시간이 지나면 핸들을 건드려줘야 하는 귀찮음은 있지만 잘 빠진 고속도로 등에서 재미있게 사용할 수 있는 기능들이다. 혼잡한 도로에서도 사용하면 좋겠지만 중간중간에 끼어드는 차량을 잘 인식하지는 못하는 점이 아쉽다.

액티브 크루즈 컨트롤, 차선 변경(사각지대) 경고 시스템, 차선 이탈 경고 시스템, 차선 유지 보조, 액티브 측면 충돌 보호 시스템, 전방 충돌 방지 시스템, 후방 충돌 경고 시스템, 충돌 회피 보조, 파킹 어시스턴트 등 이름은 다르지만 이와 유사한 기능을 두 차종 모두 탑재하고 있다. BMW는 드라이빙 어시스턴트 플러스, 벤츠는 '드라이빙 어시스턴스 패키지 플러스(Driving Assistance Package Plus)'라는 이름으로 브랜드화했다.

두 차종 모두 각각 장점이 있지만 양쪽 기능을 냉철하게 비교해본 결과 BMW가 좀 더 정밀하다는 시각이 있다. 아무래도 뒤에 나온 기술인 만큼 많은 부분에서 인식률과 정밀도 등을 개선한 것이 아닌가 하는 판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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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M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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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과 브랜드 선호도 등이 관건

벤츠가 E클래스에서 디자인에 많은 변화를 준 반면 BMW는 기존 6세대 모델에서 큰 변화가 없다. 다만 M스포츠 패키지가 적용되면서 외관에서는 좀 더 다이내믹하고 날렵한 인상을 주고 있다. 벤츠는 곡선을 많이 사용해 외부 디자인에 변화를 줬으며 이러한 철학이 인테리어까지 이어지고 있다.

BMW의 센터페시아 디자인은 큰 변화가 없지만 '제스처 컨트롤'이 탑재돼 눈길을 끌었다. 7시리즈에서 먼저 선보였던 이 기능은 간편한 손동작으로 음악을 켜고 끄거나 볼륨을 조절하는 등의 일을 할 수 있다. 음성인식과 터치스크린에 이어 BMW가 관련 기술을 꾸준히 진화시키고 있다는 평가다.

두 차량의 첨단 기능과 디자인에도 불구하고 정작 구매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가격과 브랜드 선호도일 것이다. 최근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의 '브랜드·연령별 통계'를 보면 20대부터 30대까지는 BMW를 가장 선호하고, 40대부터 70대까지는 메르세데스-벤츠를 가장 좋아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BMW 5시리즈 가격은 옵션에 따라 9가지로 나뉜다. 뉴 520d M 스포츠 패키지가 6630만원(부가세 포함)으로 가장 저렴하고 여기에 4륜 구동(xDrive) 기능을 넣으면 6980만원으로 뛴다. 뉴 530i M 스포츠 패키지는 6990만원이고 뉴 530d M 스포츠 패키지가 8790만원으로 가장 비싸다. 반면 벤츠 E클래스는 반자율주행 기술이 없는 E 200 아방가르드가 6090만원으로 가장 저렴하고, 이 기술이 기본 장착된 모델인 E 300 아방가르드 인텔리전트 드라이브는 7670만원이다. 최고가 모델은 E 400 4MATIC 익스클루시브로 9870만원에 달한다.

[이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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