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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여행기자의 미모맛집] ⑦ 군산 일풍식당 - 끝물 접어든 물메기, 지금이 가장 맛난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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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영만큼 유명산지 아니지만

'개미' 넘치는 군산의 별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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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란찜처럼 식감이 보들보들한 물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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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메기를 처음 만난 건 약 4년 전인 2013년 경남 통영에서였다. 선입견이 있었다. 바다가 아니라 뭍에 사는 친척 메기 때문이었다. 녀석의 인상은 정을 주기 어려웠다. 물론 생김새와 맛이 일치하지 않는 음식도 많지만 메기의 수염, 그리고 어딘가 못마땅해보이는 아래로 처진 입꼬리는 식욕이 달아나게 만들곤 했다. 몇 번 먹어본 메기매운탕 맛도 그다지 인상적이지 않았다. 비린내를 잡기 위해서 고춧가루와 후추·마늘로 범벅한 맛은 어느 식당이나 같은 식당인양 매한가지였다. 그런데 우연히 물메기탕 맛을 본 뒤로 겨울만 되면 그 국물 맛을 찾아 전국 항구를 찾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리고 전북 군산에서 물메기 맛의 신세계를 경험했다.

사실 군산은 물메기 산지로 유명한 곳은 아니다. 경남 통영이나 군산과 이웃한 충남 서천에서 많이 잡힌다. 그럼에도 군산에서 먹은 물메기탕을 최고로 기억하는 건 물메기를 바닷바람에 말려 끓여 먹는 맛 때문일 것이다. 물론 통영이나 동해안에서도 물메기를 말려 먹지만 군산은 전국에서도 소문난 맛의 고장이니 같은 음식도 더 맛있는 것인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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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망동 어시장에서 건조 중인 물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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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산의 수많은 식당이 물메기탕을 팔지만 애오라지 물메기탕를 주메뉴로 파는 집은 흔치 않다. 대부분 횟집이거나 여러 종류의 생선탕을 판다. 군산 사람들에게 시내에서 맛난 집을 꼽아달라고 했다. 많은 이들이 33년 전통의 문화동 일풍식당(063-442-6098)을 추천했다. 식당에 들어가보니 메뉴는 단 4개였다. 물메기탕(9000원)과 건메기탕(1만2000원), 그리고 졸복탕과 복튀김. 저녁 시간에 가보니 모든 테이블 위에선 물메기탕이 자글자글 끓고 있었다.

물메기탕과 건메기탕. 무얼 시킬지 일행과 함께 고민하고 있는데 이윤정(56) 사장이 명쾌하게 정리해줬다. “둘 다 잡숴 보세요. 물메기 좀 먹어본 사람은 말린 걸 좋아하는데 처음 먹는 사람은 그냥 물메기탕을 더 좋아하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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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바람에 열흘 말린 물메기를 끓인 건메기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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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이 사장의 말이 맞았다. 난생 처음 먹어본 일행은 생물로 끓인 물메기탕이 더 맛있다고 했다. 몇 해 전 군산 선유도에서 건메기탕을 먹어본 나는 건메기탕이 더 맛있었다. 그러나 어느 것 하나 버리기 아까울 정도로 둘 다 중독성 강한 맛이었다. 바닷바람에 열흘간 말린 건메기는 감칠맛이 아주 강했다. 국물 맛이 물메기탕보다 훨씬 깊고 구수했다. 반면 말리지 않은 물메기는 부들부들 흐물흐물한 살코기가 입에서 녹았다. 이런 식감의 생선이 있나 싶을 정도로 독특한 식감이었다.

일풍식당 물메기탕은 전라도 사투리로 ‘개미(깊이 있는 맛)’가 넘친다. 통영에서는 맑은 지리, 강원도 속초나 삼척에서는 김치를 넣은 얼큰한 매운탕을 많이 먹는데 군산에서는 그 중간 정도로 간을 하는 게 일반적이다. 그리고 대파 외에는 채소나 다른 재료를 잘 쓰지 않는다. 이 사장은 “물메기는 그 자체로 맛이 달고, 기름기가 거의 없어 다른 매운탕처럼 채소를 많이 넣거나 간을 세게 할 필요가 없다”고 설명했다. 육수는 디포리(밴댕이의 전라도 사투리)를 넣는 것 말고는 비밀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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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산에서는 가정집 마당에서도 물메기를 말리는 모습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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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메기는 겨울에 많이 잡힌다. 깊은 바다에 살다가 11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산란을 위해 남해, 서해 연안을 찾아온다. 잔뜩 살이 올라 가장 맛있을 때다. 이 시기에 군산의 어시장과 주택 마당에서는 물메기를 말리는 광경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이 사장은 “차가운 바닷바람과 햇볕에 충분히 말려야 건메기 맛이 제대로 난다”며 “꽃샘추위가 찾아오는 3월이야말로 물메기가 가장 맛있을 때”라고 말했다.

일풍식당은 밑반찬도 맛있다. 밴댕이젓갈과 김치, 고소한 김만으로 물메기탕이 끓기 전 밥 한 공기를 뚝딱 비울 수 있다. 4~10월에는 물메기가 안 잡히지만 일풍식당에 가면 물메기탕을 먹을 수 있다. 냉동 보관한 물메기로 탕을 끓인다. 물론 제철 맛에 비길 순 없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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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표 기자 spcho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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