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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韓 들녘 채우는 외국인 농부들…계절근로자 '기대반 우려반'(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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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질의 값싼 노동력"…올해 확대 도입, 농가당 2명→4명 늘리기로

"말도 안 통하는데"…인권침해·일자리 잠식 등 부작용 우려도 제기

(전국종합=연합뉴스) 공병설 기자 = 앞으로 국내 산업현장 뿐만 아니라 영농현장서 일하는 외국인 근로자가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정부가 농촌인력난 해소를 위해 시범운영하던 외국인 계절근로자 제도를 올해부터 전국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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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드레나물 포장하는 네팔 근로자 [연합뉴스 자료사진]



농사철마다 구인난에 시달리는 농가는 크게 반기는 반면, 고용노동부와 인권단체는 내국인 일자리 잠식과 외국인 인권침해 가능성 등을 제기하며 우려의 목소리를 내놓고 있다.

법무부는 계절근로자 제도가 농어촌 일손 부족 해결에 큰 도움이 된 것으로 판단해 관계 기관과 확대 시행 여부를 협의 중이라고 25일 밝혔다.

법무부 관계자는 "시범 사업 결과, 부작용이 거의 없었고 농가와 지방자치단체 반응도 아주 좋은 것으로 나타났다"며 "관계부처 협의를 거쳐 올해 전국 단위로 시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제도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고려해 사업 규모를 무한정 확대하지는 않고 전국 지자체를 대상으로 하되 점진적으로 늘려가겠다"고 설명했다.

외국인 계절근로자는 농번기에 입국해 최장 3개월간 지정된 농가에서 일하고 출국하는 제도다. 다음 농번기에 다시 입국해 일할 수 있다

지자체가 필요한 만큼의 외국인을 법무부에 신청하면 심사를 거쳐 90일 내에서 체류 가능한 단기취업(C-4) 비자를 발급하고, 지자체가 외국인을 농가에 배정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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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늘 수확하는 베트남 근로자[연합뉴스 자료사진]



2015년 10월 충북 괴산에서 처음으로 시범 실시됐다.

괴산군과 자매결연한 지린(吉林)성 지안(集安)시 출신 중국인 남녀 19명이 절임배추 작업장 등에서 일하고 돌아갔다.

지난해에는 6개 지자체 200명으로 확대됐다.

충북 괴산군 73명, 단양군 9명, 보은군 30명, 강원 양구군 57명, 전북 진안군 11명, 충남 서천군 20명이 배정됐다.

법무부는 올해 구체적인 사업 규모를 밝히지 않고 있지만, 참여 지자체와 농가, 외국인 수가 지난해보다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법무부 관계자는 "관계부처 협의와 외국인 근로자 수요 심사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어느 지자체, 몇 명이라고 밝힐 단계는 아니다"라며 "전체 인력 수요와 농가당 필요 인원을 검토해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법무부는 지난해 농가당 2명 이내였던 인원 제한을 올해는 4명으로 늘리기로 내부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각 지자체는 농가로부터 필요한 인력을 신청받고 있다.

단양군의 경우 현재까지 농가 22곳에서 72명을 신청했으며, 신청이 계속 들어오고 있다.

단양에서 사과 농사를 짓는 이모(65) 씨는 "지난해 외국인 근로자를 고용해 큰 도움을 받아 다시 신청했다"며 "말이 잘 안 통하는 것 말고는 불편한 점을 못 느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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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산 절임배추 포장하는 중국인 근로자 [연합뉴스 자료사진]



일선 농가로서는 최저임금으로 고용하는 젊은 외국인 노동자를 마다할 이유가 없다.

한창 일손이 달릴 때 사람 구하느라 애를 태울 필요도, 일꾼들을 데리러 갈 일도 없다.

일하는 시간도 탄력적으로 조정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주로 70∼80대인 내국인 인력보다 작업능률도 훨씬 좋다.

하지만 노동부와 인권단체 등은 확대 시행에 반대하는 것은 물론, 이 제도 자체에도 부정적인 입장이다.

가뜩이나 실업률이 높은 상황에서 일자리 부족이 더 심각해질 수 있고, 한국어 소통능력이 없는 외국인 노동자들이 상대적으로 근무여건이 열악한 농어촌에 단기간 체류하다 보면 인권 침해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근로시간 책정, 임금 수준, 임금 지급 방식 등 노동법 위반 사례가 나올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일부 지역에서 임금을 매달 주지 않고 출국할 때 한꺼번에 지급한 사례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근로기준법상 임금체불 행위다. 임금은 매달 1회 이상 일정한 날짜를 정해 지급해야 한다.

불법 체류하지 않겠다는 서약서를 쓰고 약속의 표시로 담보금으로 2천만원을 내놓은 사례도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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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국하는 외국인 계절근로자들[연합뉴스 자료사진]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지금도 고용허가제를 통해 농어촌에 외국인 인력을 파견할 수 있어 여러 부작용이 우려되는 계절근로자 제도는 매우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꼭 필요하다면 노동시장영향 평가와 노동법 준수 장치 등 대책을 마련한 뒤 최소 범위에서 시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외국인 노동자 인권단체 '이주와 인권연구소' 이한숙 소장은 "제도를 확대해 더 많은 외국인이 들어오면 이탈을 막기 위한 통제가 강화돼 인권침해 가능성도 커진다"며 "외국의 값싼 인력을 데려오기 위한 방편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법무부는 "계절적 필요성과 외국인 고용의 불가피성, 일자리 문제에 미치는 영향, 지자체와 농가의 관리 능력을 종합 평가해 사업 규모를 확정하겠다"고 밝혔다.

k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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