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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기획] 스타 배우들, 왜 무대로 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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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배우 이유리와 류승범, 유연석.(왼쪽부터)


무대를 찾는 배우들이 최근 늘고 있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주연급으로 활약하던 이들이 연극이나 뮤지컬로 눈을 돌리고 있는데, 그 수도 적지 않다. 박소담과 이청아, 이유리, 유연석, 문근영 등 주로 영화와 드라마에서 얼굴을 알린 정상급 배우들이란 점에서도 흥미롭다. 류승범과 봉태규 등은 수년 만에 연극 무대에 복귀해 눈길을 끌고 있다.

연극이나 뮤지컬 등의 공연은 보통 영화나 드라마에 비해 연습 등에 많은 시간이 소요되고, 다른 스케줄과 병행이 쉽지 않은 점도 출연을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이런 부담에도 스크린이나 안방극장과 다른 무대의 어떤 매력이 특급 배우들을 끌어당기는 것일까.

배우에게 무대는 기회이자 도전이다. 신인배우에게는 연기력을 인정받는 장(場)이고, 원로배우에게는 조연이 아닌 주연으로 주목받는 캐릭터를 소화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 영화와 드라마에서 인정받은 주연급 배우들은 무대 연기에 도전해 신선한 모습을 각인시킨다.

드라마에서 주로 활약했던 배우 이유리는 최근 뮤지컬 '오! 캐롤'과 연극 '불효자는 웁니다'로 무대 연기에 나섰다. 배우 박소담은 최근 연극 '클로저'와 '렛미인'으로 활동 영역을 넓혔고, 이청아도 '꽃의 비밀'을 통해 생애 첫 연극 도전을 성공리에 마쳤다. 유연석은 대학 은사이자 선배인 이순재의 데뷔 60주년 기념공연 '세일즈맨의 죽음'을 통해 연극 무대에서 관객에게 즐거움을 선사했다.

배우가 무대에서 관객과 가까이 호흡하면서 얻는 에너지는 다른 작품 활동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사례가 적잖다. 카메라를 거치지 않는, '날것의 연기'가 주는 활력과 더불어 대중과 밀접한 소통 도 무대 만의 매력으로 꼽힌다.

문근영과 박건형, 유준상 등 무대 안팎을 오가는 배우들이 소속된 나무엑터스 관계자는 무대의 매력을 이렇게 전했다.

"박건형씨는 무대 위에서 살아있다는 느낌을 받는다고 한다. 공연으로 연기를 시작한 유준상씨도 순수하게 무대에 대한 애정, 다른 배우와 호흡이 주는 매력 때문에 바쁜 작품 활동 중에도 공연을 이어가고 있다."

현재 박건형은 뮤지컬 '프랑켄슈타인', 유준상은 뮤지컬 '그날들'을 통해 각각 관객과 만나고 있다.

연극 '남자충동'은 초연 20주년을 맞은 올해 류승범의 출연으로 더욱 화제를 모으고 있다. 그의 연극 도전은 2003년 '비언소' 이후 14년 만이다. 그간 영화배우로 입지를 굳힌 류승범의 연극 연기는 관객의 궁금증을 불러일으켰다.

'남자충동' 제작진의 관계자에 따르면 류승범이 출연한 회차는 전석 매진을 기록할 만큼 반응이 뜨겁다. 그간 전체 관객 중 10% 미만에 머물렀던 남성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많아진 점도 류승범 출연에 따른 이례적인 현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배우들의 무대 행보는 공연산업 전반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환기시킬 수 있는 만큼 환영할 만한 일이다. 그러나 '스타 캐스팅'이 공연계 전반의 질적 성장을 저해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작품보다 스타의 출연에만 관심이 집중되고, 연극 등 무대에서 오랜 내공을 쌓은 배우들이 스타의 인지도에 묻힐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관계자는 "스타 배우의 출연은 낯선 연극 장르에 대한 관객의 경험을 늘릴 수 있다는 점에서는 반길 만한 일"이라면서도 "그렇다손 치더라도 스타 위주의 홍보나 마케팅을 경계해 류승범의 출연으로만 초점이 쏠리지 않도록 균형을 맞췄다"고 설명했다. 이어 "'류승범의 남자충동'은 아니기 때문에 내부적으로 홍보 방향을 그렇게 잡지 않았는데, 그럼에도 관객 호응이 나타나고 있다"고 전했다.

정은나리 기자 jenr38@segye.com

사진=한윤종 기자 hyj0709@, 프로스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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