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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일상톡톡 플러스] "더 좋은 물건, 더 멀리서 오는데, 더 싸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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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 차 타고 온 계란이 해외에서 비행기 타고 날아온 계란보다 더 비싼 이유를 모르겠다. 중간상인들이 많이 빼먹으니까 소비자들이 비싸서 안 사먹는 게 아닐까 싶다. 자국민을 '호구'로 보며 비싸게 팔다가 외국산이 저렴하게 들어오니 애국 운운하면서 국산을 애용하라는 헛소리는 하지 마라."(20대 취업준비생 A씨)

"우리 국민의 주머니 사정이 안 좋은데 어쩌겠나. 몸에 좋고 나쁘고를 떠나 먹고 살려면 외국산이라도 사먹어야지. 다들 국산을 먹고 싶지만 솔직히 너무 비싸다. 그리고 농·축·수산물은 원산지를 속여 팔면 국산인지, 수입산인지 구분할 방법도 마땅치 않다."(30대 주부 B씨)

"계란 수급에 어려움 겪는다면서 미국산 계란을 수입해왔다. 그런데 일부 유통업자들이 우리나라 창고에 계란을 쌓아두고 '가격 장난'을 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결국 계란 한 판에 1만4000원까지 치솟았던 게 절반 이하 가격으로 떨어졌다. 여기서 궁금한 건 '업자들이 창고에 쌓아둔 계란이 과연 얼마나 신선할까' 하는 점이다."(40대 직장인 C씨)

세계일보

소고기와 맥주, 과자 등 외국산 먹거리가 물밀듯이 들어와 국내 시장을 잠식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가격 경쟁력은 물론이고 다양한 맛 등을 내세운 수입 농축수산물과 가공식품이 우리 시장에 빠르게 스며들고 있는 것이다.

이미 국내에서 유통되는 곡물류와 소고기, 수산물의 절반 이상은 수입품이다. 품목에 따라 80% 이상 잠식된 시장도 있다.

26일 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사료용을 뺀 곡물의 자급률은 지난해 48.4%로, 절반 수준에도 미치지 못했다. 더불어 사료용 곡물은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자급률은 국내 소비량 대비 국내 생산량을 뜻한다.

저조한 자급률은 국제 곡물 가격에 따라 국내 농축산물과 식용유 등 가공식품의 가격이 요동치는 원인으로 작용한다.

◆국산보다 저렴한 외국산 제품, 소비자 '웃고' vs 농가 '울고'

이는 축산 분야도 마찬가지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지난해 소고기 자급률을 37.7%로 추정했다. 이 자급률이 40% 밑돈 것은 2003년(36.3%) 이후 13년 만에 처음이다.

한우는 공급 감소에 따른 가격 상승으로 소비자들로부터 외면받고 있다. 이에 반해 지난해 호주·미국산 등 해외 수입량은 2015년보다 21%나 늘었다.

수산물도 시장의 절반가량을 중국산 등에 내준 형편이다. 한 대형 마트에서 지난해 수산물 매출을 집계한 결과 수입품의 비중은 49%로 집계됐다. 2010년 20%에 불과했던 점유율이 6년 만에 2.5배까지 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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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일류 역시 미국산 오렌지와 칠레산 포도 등이 밀려들어오면서 주요 대형 마트에서 국산의 매출 비중이 34~35%까지 낮아졌다.

농축수산식품뿐 아니라 대형 마트의 맥주와 과자, 소스·양념류 매출에서 수입품이 차지하는 비중도 20~40%대까지 올라선 것으로 알려졌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국산보다 저렴한 데다 수요도 늘면서 농축수산물과 가공식품을 중심으로 수입품을 많이 들여올 수밖에 없다"며 "소비자 입장에서는 부담없는 가격에 국산을 대체할 먹을거리를 구입할 수 있다는 장점이 크지만, 국내 관련 산업 종사자들의 피해가 우려되는 것도 사실"이라고 전했다.

◆국산 식품 충성도 ↓…수입 식품 선호도 ↑

이런 여파로 우리 식탁은 사실상 수입 식품이 점령하고 있다. 수입품에 식탁을 내준 이유는 무엇보다 가격에서 찾을 수 있다. 국산 공급이 수요에 미치지 못하고, 가격이 오르면 상대적으로 싸고 공급이 원활한 외국산이 그 자리를 메울 수밖에 없다.

가장 대표적 품목이 소고기인데, 한우 가격의 고공행진이 이어지면서 저렴한 수입산의 매출이 급증했다. 수산물 역시 어획량 감소 등으로 가격이 많이 오른 품목을 중심으로 외국산이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상황이다. 수입 과일은 경우 계절과 관계없이 사계절 내내 먹을 수 있는 장점에 국산의 입지는 좁아지고 있다.

해외 체류나 경험이 잦아지면서 외국산 과자나 맥주, 과일 등에 대한 거부감이 줄어든 것도 수입 식품의 매출이 늘어나는 한 요인이라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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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큰 문제는 국산 식료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충성도가 갈수록 낮아져 수입품의 시장 점령이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는 점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농업·농촌에 대한 국민의식 조사'를 보면 농산물 시장이 현재보다 더 개방되면, 국산이든 수입품이든 품질 우수성을 고려해 구입할 것이라는 응답이 전체의 39.7%로 집계됐다. 우리 농산물이 수입품보다 훨씬 비싸면 수입품을 살 것이라는 대답도 엇비슷한 수준(39.3%)이었다.

이에 비해 수입품에 비해 가격이 비싸도 우리 농산물을 사먹겠다는 소비자는 21% 수준에 그쳤다. 우리 농산물만 사겠다는 응답률은 2009년 37%에서 2012년 34.1%, 2014년 29.5%로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동일한 조사에서 도시민의 38.6%는 수입 농산물에 대해 별다른 거부감이 없다고 밝혔고, 수입품에 대해 좋지 않게 생각돼 구매하지 않는다는 반응은 25.2%에 그쳤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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