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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2016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섹시한 관능을 가진 응수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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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강전 1국> ●탕웨이싱 9단 ○이 세 돌 9단

중앙일보

기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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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보(60~72)=좌상귀 60은 응수타진. 이런 장면, 이런 타이밍의 이런 수가 이세돌 바둑의 특징이고 매력이다. 1970년대 초 일본 유학 도중 병역 문제로 돌아오자마자 한풀이라도 하듯 바둑계를 휩쓸어버린 조훈현의 ‘흔들기’와 유사한 관능을 가진 수. 섹시하지만 끈적거리는 불쾌감이 없다. 흑 61로 받고 백 62로 밀 때 점잖게 ‘참고도’ 흑1로 늘어주면, 알기 쉽게 백2~8로 움직이기만 해도 귀에서 사는 ‘뒷맛’이 남는다. ‘뒷맛’이라고 표현한 까닭은 ‘참고도’를 당장 결행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돌발적 응수타진은 호수에 던진 돌처럼 상대 마음에 파문을 일으킨다. 어떤 외향에도 흔들리지 않는 부동심(不動心)은 고수의 절대 요건, 고래(古來)의 스승들이 수없이 가르친 마음의 자세지만 그렇게 완벽한 승부사는 이전에도 없었고 이후에도 없을 것이다. 그게 인간이고 아이러니하지만 그런 불완전함 때문에 인간의 승부는 더 흥미진진하다.

중앙일보

참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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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 전사 ‘알파고’의 출현에 불안해하는 바둑애호가가 있다면, 완벽한 계산력으로 인간을 뛰어넘은 ‘알파고’가 영원히 넘볼 수 없는 성역이야말로 인간의 ‘불완전성’이라고 말해주겠다. 절묘한 시차의 돌팔매에 마음 흔들린 수가 63. 풍파(風波)! 64부터 72(66의 곳)까지, 바람 불고 파도 높아진다.

손종수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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