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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취재파일] 이번 주 '과일 배'는 채우셨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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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산 과일 수난시대'라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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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배 따로, 간식 배 따로'라는 우스갯소리가 있었죠. 요즘 같으면 '커피 배'라고 해야할까요. 가족이 다 같이 둘러앉아 밥을 먹고 후식으로 사과나 배, 복숭아 같은 과일을 깎아먹던 게 보통 가정의 식사 풍경이었습니다. 한때 그런 시절이 있었습니다. '밥 배 따로, 과일 배 따로'였습니다. 여전히 그런 가정이 다수일 수도 있지만 저도 그렇고 주변을 둘러봐도 그렇고 풍경은 확실히 달라졌습니다. 외식을 하면 후식으로 과일 한두 조각이 나오는 식당도 간혹 있지만 대개는 식사 마치고 커피나 차를 마십니다. 밖에서 식사를 많이 하니 온전한 과일을 냉장고에 넣어두고 깎아먹는 일이 흔하지 않습니다. 과일 먹는 일이 줄었습니다. (대신 비타민은 간혹 먹습니다.)

통계로도 확인됩니다. 2015년 국민 1인당 과일 소비량은 66.7kg이었는데 2016년엔 (잠정치입니다만) 63.6kg이 됐습니다. 3킬로그램 넘게 줄어든 겁니다. '무슨 과일을 60킬로그램 넘게 먹냐' 하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이는 과일 자체든 다른 식재료든, 모든 국산 과일 소비를 합쳐 인구 수로 나눈 수치입니다. 과일을 사 집에서 먹는 양은 이보다 훨씬 적다고 보시면 됩니다.

왜 이렇게 줄었을까요. 가족 구성의 변화가 큰 요인이 아닐까 싶습니다. 1인 가구, 2인 가구가 크게 늘었습니다. 전체 가구의 절반 이상입니다. 특히 전체 가구의 30% 가량을 차지하는 1인 가구는 더더욱 과일 사 먹기 쉽지 않습니다. 큰 과일은 혼자 먹기 힘듭니다. 절반만 먹자니 변색도 되고 일일이 깎아 먹기는 어렵습니다. 제삿상에는 큰 과일이 제격이라지만, 혼자 사먹기엔 작은 과일이 좋습니다. 칼로 깎는 과일보다는 귤이나 포도, 방울 토마토 같은 과일을 더 선호하는 경향도 생깁니다. 커피전문점, 편의점, 마트에서도 조각 과일을 여러 개 모아 컵에 담아 판매합니다. 마트나 시장에서 사먹는 과일과 단가를 비교하면 비싼 게 사실이나 이런 '컵 과일'이 간편한 섭취엔 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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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대형마트의 과일 매출 현황을 살펴봤습니다. 국산과 수입 과일의 매출은 대략 65:35 정도 됩니다. 올 들어 2월 20일까지 50일간 매출이 전체적으로 전년에 비해 2.5%가 줄었습니다. 국산 과일은 2.1% 줄었는데 수입 과일은 1.0% 늘었습니다. 국산과일 중에는 사과 -17.9%, 배 -19.8%로 감소 폭이 컸고 귤과 토마토는 각각 8.5%, 12.0% 늘었습니다. 사과와 배의 매출 감소가 전체 국산과일 매출 감소를 이끈 셈입니다. 수입 과일 중에서는 바나나 12.0%, 오렌지 18.2%로 이 두 과일이 매출 상승을 견인했습니다. 키위나 포도, 체리는 전년보다 좀 줄었지만요. 마트 관계자는 "부정청탁 방지법 발효 이후 1,2월 매출에 큰 비중을 차지했던 설 과일선물 세트 매출이 부진해 매출이 줄었다"고 전했습니다. 농식품부가 조사한 대형마트의 설 선물세트 매출에서 과일은 20%가 감소했습니다. 이 마트는 그래도 선방한 셈입니다.

전체적으론 어떨까요. 과일 수입량은 해마다 늘고 있습니다. 관세청에 따르면 2015년에 과일 수입량은 82만 톤이었는데 2016년엔 86만 톤을 넘겼습니다. 그런데도 수입금액은 7.5%나 줄어 16억 달러 정도였습니다. 저가의 수입 과일을 더 많이 들여온다는 의미겠습니다.

1, 2인 가구가 늘면서 과일은 확실히 덜 먹고 있고 그러면서도 수입 과일의 비중은 점차 커지고 있습니다. 익숙한 국산 과일 맛보다는 낯설었던 망고, 체리 같은 수입 과일을 선호하는 소비자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연중 매출 비중이 높았던 설과 추석 명절의 과일 소비가 앞으론 더 줄어들 가능성이 큽니다. 제사가 줄어드는 영향도 있고 청탁방지법의 영향으로 앞으로도 고가의 과일 선물을 하기는 어려울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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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수 농가는 어떻게 해야할까요. 달라진 시대에 맞춰 나갈 수밖에 없다는 말씀 외에는 다른 답이 없습니다. '밥 따로 과일 배 따로'는 아니겠지만 '과일'에 대한 수요는 있으니까요. '하루 과일 한 컵' 상품을 판매하는 한 커피전문점은, 이 상품을 작년엔 월 2만 개 정도 팔았는데 1년 만에 월 3만 5천 개로 175% 매출이 신장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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