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4 (수)

'헌재 흔들기' 여론전 나선 대리인단·한국당, 배경은?

댓글 1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앵커]

탄핵 심판 선고가 10여 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대통령 대리인단은 헌법재판소를 공개적으로 비난하고 있습니다. 법정에서, 또 언론과의 인터뷰나 페이스북 등에서, 전방위적으로 이어지고 있는 상황인데요. 어떤 배경이 있는지 정치부 고석승 기자와 함께 한 걸음 더 들어가 보겠습니다.

대통령 대리인단이 부쩍 방송 출연을 많이 하고 있네요. 라디오를 중심으로 해서.

[기자]

그렇습니다. 오늘 대리인단의 서석구 변호사와 손범규 변호사가 각각 라디오 프로그램과 전화 인터뷰를 했습니다.

두 변호사 모두 "헌재의 재판이 공정하지 못하다"는 입장을 내놨습니다.

[앵커]

사실 일반 재판의 경우도 선고를 앞두고 재판부를 공격하는 경우는 매우 드문 일인데, 뭐가 불공정하다는 겁니까.

[기자]

서석구 변호사는 "대통령의 출석 여부를 내일까지 결정하라는 건 해도 해도 너무한다"며 "'하루 만에 입장을 정리하라'는 건 부당하다"고 주장했습니다.

[앵커]

그런데 대통령 출석 여부는 사실 작년 12월에 첫 재판 때부터 계속 입장을 묻지 않았나요?

[기자]

그렇습니다. 헌재법상에도 피청구인, 그러니까 대통령은 출석은 첫 기일, 혹은 두 번째 기일에 나오도록 돼 있습니다. 그런데 그때부터 두 달이 넘도록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습니다.

최종 변론일이 결정되니까 갑자기 대통령 출석을 또 들고나온 건데 서 변호사의 주장은 당연히 설득력이 떨어지는 내용입니다.

[앵커]

또 어떤 주장이 있었나요?

[기자]

손범규 변호사는 "현 재판부가 재판관 8명이서 빨리 해치우자는 식의 사고가 배경에 깔려 있는 것 같다"면서…

[앵커]

표현이 굉장히 격한 편이네요.

[기자]

그렇습니다. "그런 의도를 가지고 있지 않으면 이렇게까지 서두를 이유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앵커]

상식적으로 보면 한 나라의 헌법재판소 재판관들이 이걸 해치우겠다고 생각하겠습니까? 그건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아닌 것 같은데. 표현 자체가 굉장히 공세적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요?

[기자]

손 변호사는 또 오늘 일부 취재진들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서 "이정미 재판관의 퇴임에 묶여 졸속 판결로 처리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앵커]

졸속 판결이라는 것도 대리인단의 매우 주관적인 판단이 섞여있는 판단인 것 같은데요. 조기 탄핵 선고를 '졸속' '해치운다'라고 부적절하게 쓰고 있습니다.

[기자]

그렇습니다. 헌재는 15차례 공개변론을 거치며 대통령 측의 요구를 많이 들어줬습니다. 사실 무리한 증거신청 요구, 증인 채택 요구가 한둘이 아니었습니다.

그게 왜 무리하냐에 대해선 여러 차례 설명을 드렸는데요. 심판 기간이 압축돼있을 뿐이지 탄핵안에 대한 심리가 부족했던 건 아닌데 이렇게 주장하는 건 사실상 정상적인 탄핵심판 절차를 '조기탄핵'이라는 프레임을 씌워 불공정 논란을 키우기 위한 전략으로 판단됩니다.

[앵커]

일반 재판에서도 집중심리라는 것은 다 있는 것이고. 탄핵 심판을 졸속하게 해선 안 되는 것인데 헌법재판소도 이런 트집을 우려해 몇 가지 무리한 것도 들어줬다, 가능하면 모든 절차를 지키려고 노력했다는 것은 여태까지 많은 보도를 해드린 바가 있습니다. 어쨌든 헌재는 예정대로 일정을 진행할 것으로 보이는데 이렇게 되면 대리인단 전원 사퇴, 그러니까 지금 이렇게 계속 헌재에 대해서 공격하는 것이 어떤 명분 쌓기가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지 않습니까?

[기자]

지난번 이중환 변호사의 언론 브리핑 발언에 이어 오늘 방송 인터뷰에서도 비슷한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서석구 변호사는 인터뷰에서 "헌재 재판 태도에 따라서 불공정하고 편파적인 재판이 진행된다면 중대한 결심을 할 수도 있다"고 거듭 이야기했습니다.

[앵커]

중대한 결심이 만일 사퇴라면 사퇴를 해도 진행은 문제가 없지요.

[기자]

그렇습니다. 헌재법상에는 원래 대통령 본인이 출석하는 것으로 돼 있고요. 안 나오는 경우 대리인단이 대신 출석해서 방어권을 행사하는 것으로 돼있습니다.

결국 대리인단이 사퇴하는 건 대통령 방어권 행사를 대신하지 않겠다는 의사표시를 대통령에게 하는 것일 뿐, 헌재 탄핵 절차에는 큰 영향이 없을 것입니다.

[앵커]

그런데 자유한국당도 헌재를 비난했다고요. 한꺼번에 비난하고 나온 것에 대한 의구심이 많이 나오고 있잖아요.

[기자]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상임위 이름을 걸어서 비판 성명을 냈습니다.

헌재가 고영태씨의 증인 채택을 거부한 것을 두고 재판을 공정하게 하자는거냐 말자는거냐 이런 표현을 쓰면서 비난했습니다.

이 역시 이례적이고 부적절한 대응이란 지적이 나옵니다.

[앵커]

대대적인 '장외 공세'인 셈인데 뭘 노린걸까요.

[기자]

우선 현재 탄핵 재판을 둘러싼 환경이 대통령 측에 유리하지 않다고 판단하는 걸로 보입니다. 때문에 헌재 재판관 개개인까지 공격해가며 압박을 한다고 볼 수 있고요.

또 헌재 선고가 나와도 선고 내용이 정당성이 떨어진다는 걸 사전에 자꾸 얘기해서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느끼도록 하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옵니다.

어떤 의도이든 정치권과 대통령 대리인단이 재판부를 직접 공격하는 상황은 정상적이지 않고 매우 부적절한 상황으로 보입니다.

[앵커]

이미 지난 9일에 이정미 소장대행이 한 말이 있습니다. "헌재 심판정 밖에서 공정성을 훼손할 수 있는 억측이 나오는 점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양쪽이 모두 재판 신뢰를 떨어뜨릴 수 있는 언행을 삼가주기 바란다"는 것이었지요. 헌재는 그러니까 일찌감치 이런 식의 여론전이 있을 것을 예상하고 있었다는 말이 됩니다. 이런 식의 여론전이 더 심화될 텐데 헌재가 흔들릴 것 같진 않아 보이는 대목입니다. 고석승 기자였습니다.

고석승 기자

JTBC, JTBC Content Hub Co., Ltd.의 모든 콘텐트(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Copyright by JTBC, JTBC Content Hub Co., Ltd. All Rights Reserved.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