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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달라진 촛불①]“태극기가 왜 탄핵반대 상징인가”…촛불시민, 태극기 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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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극기, 특정세력 전유물 우려”

-‘노란 리본 태극기’ 2000개 배포


[헤럴드경제=신동윤ㆍ이원율 기자]대한민국의 상징이자 독립운동ㆍ민주화운동의 상징인 ‘태극기’의 의미가 일부 정치세력만의 전유물로 고착화되는 것에 대한 우려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친박 단체들의 집회에 태극기가 사용되는 것에 우려를 표명하던 시민들이 이젠 촛불집회에서도 직접 ‘태극기 구하기’에 나서는 모양새다.

20일 온ㆍ오프라인에 걸친 공론의 장에서는 태극기의 의미를 다시 되찾아 특정 정치세력의 전유물로부터 벗어날 수 있도록 하자는 움직임이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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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8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 일대에서 열린 제16차 촛불집회에서는 노란 리본을 부착한 태극기를 들고 집회에 참가한 사람들의 모습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이원율 기자/yul@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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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지난 18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 일대에서 열린 제16차 촛불집회에서는 이 같은 의도를 가진 시민들이 노란 리본을 단 태극기를 들고 참가한 모습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광화문광장 촛불집회에 참가하기 위해 지방에서 올라왔다는 고교생 김현지(18) 양은 “자랑스런 태극기가 친박 세력에 의미가 훼손되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며 “세월호 참사 당시 같은 고교생으로서 수학여행에 가 있었던 사람으로서 노란 리본에 대한 감정이 더 각별한 만큼, 태극기에 노란 리본을 달아 저들과 다른 건전한 의견을 지닌 시민들이란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서울 관악구에 사는 직장인 지현민(31) 씨는 “태극기는 박근혜를 옹호하는 세력만을 위한 것이 아닌 우리 모두의 것이니 다시 되찾아야 한다”며 “이 같은 생각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갈수록 늘어나는 만큼 3월 중엔 다수 국민들이 지지하는 촛불집회로 태극기가 다시 넘어올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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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8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 일대에서 열린 제16차 촛불집회에서는 노란 리본을 부착한 태극기를 들고 집회에 참가한 사람들의 모습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이원율 기자/yul@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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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현장에서는 직접 노란 리본을 단 태극기를 제작해 배포하는 사람들도 찾을 수 있었다.

광화문 세월호광장 내 ‘노란리본 공작소’에서는 7명의 자원봉사자들이 노란리본이 부착된 태극기를 제작해 집회 참가자들에게 무료로 배포하기도 했다. 이 곳에서 봉사자로 일하고 있다는 기병문(46) 씨는 “태극기는 우리 민중이 기쁠때나 슬플때나 함께했던 역사의 상징인 만큼 가짜 보수단체를 대변하는 도구가 되어서는 안된다”며 “최근엔 태극기를 친박의 상징처럼 악용하는 사람들 때문에 죄 없는 태극기만 보면 염증을 느끼는 사람들까지 나타나 안타깝다. 더 늦기 전에 태극기를 정상화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란리본 공작소는 초기에 750개의 노란 리본 태극기를 배포할 예정이었지만, 호응이 커짐에 따라 2000개까지 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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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 세월호광장 내 ‘노란리본 공작소’에서 일하는 7명의 자원봉사자들이 노란 리본 태극기를 제작하고 있는 모습. 이원율 기자/yul@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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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밖에도 지난 주말에도 노란리본을 단 태극기 750장을 시민들에게 나눠줬다는 노혜경 시인은 이번 촛불집회에서 태극기 2000장을 준비했다. 노 시인은 자신의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 페이스북을 통해 1987년 6월 항쟁 당시 경찰의 최루가스 살포에 항의해 한 시민이 달려 나가는 사진을 올리며 “이걸 빼앗긴 건 오히려 촛불들”이라며 “태극기를 되찾아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태극기가 친박 단체들의 전유물처럼 여겨지는 것에 대한 사회 각층의 우려는 이전부터 이어지고 있다. 이 같은 시민들의 움직임은 지금껏 제기된 우려를 해결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 차원이다. 박지원 국민의당 대표는 지난 14일 극우성향 보수단체의 집회와 관련해 “하필 태극기집회라는 이름을 붙여서 태극기에 대한 존엄성을 떨어뜨리고 있다”며 이들 단체와 언론에 집회 이름을 바꿔달라고 요구한 바 있다.

realbighea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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