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부회장 구속]
큰 그림 다시 그리고 증거 추가… 법원, 이번엔 이재용 영장 발부
- 특검 "경영권 승계 지원의 대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外 2015년 순환출자 문제 해소와
작년 삼성생명 금융지주 전환 등 최순실에 준 돈과 관련성 의심"
- "안종범 새 수첩이 핵심 증거"
朴대통령·李부회장 3차 독대후 '금융지주회사·바이오로직스
글로벌 금융·銀産분리' 등 메모… "대통령이 챙기라 했다" 진술도
박영수 특별검사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구속영장이 발부된 17일 오전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특검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특검팀은 삼성이 최순실씨 측에 지원한 돈 433억원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이 부회장의 그룹 경영권 승계 등 각종 현안 해결을 위한 뇌물임을 강조했다. /이진한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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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검 대변인인 이규철 특검보는 "기각된 영장은 '합병 대가'에 집중했지만, 영장 기각 후 합병뿐 아니라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과정 전반이 (최순실씨에 대한 지원과) 관련이 있다는 취지로 피의 사실을 변경한 것이 주효한 것 같다"고 자체 분석했다.
◇'합병 대가'→'경영권 승계 대가'
특검팀은 첫 영장 청구 때는 2015년 7월 이뤄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 박근혜 대통령이 도움을 준 대가로 삼성이 최씨 측에 433억원대 지원을 했다는 내용을 중심으로 이 부회장의 구속 영장 피의 사실을 짰다. 그러나 7월 17일 이미 합병은 결론이 나 있던 상황에서 25일 박 대통령과 이 부회장이 독대(獨對)를 통해 이 문제를 논의했다는 논리적 모순(矛盾) 등에 발목이 잡히면서 영장이 기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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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검팀은 두 번째 영장에서는 '합병' 외에도 이 부회장이 그룹 경영권을 승계하는 데 도움이 될 각종 현안의 해결을 위한 뇌물이라는 식으로 방향을 틀었다. 예컨대 합병 이후 삼성SDI가 삼성물산 주식을 1000만주 보유하면서 야기된 순환출자 문제 해소 과정(2015년 10~12월), 삼성생명의 금융지주회사 전환과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장 추진 과정(2016년) 등도 '433억 뇌물'과의 대가 관계를 형성한다는 것이다. 그 같은 현안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박 대통령과 이 부회장은 2014년 9월, 2015년 7월, 2016년 2월 등 세 차례 독대를 했다. 특히 3차 독대와 관련해 안종범 전 청와대 수석은 "박 대통령이 이 부회장이 적자 기업인 바이오로직스 상장과 환경 규제 완화, 삼성생명의 금융지주사 전환 문제를 도와달라고 했으니 챙기라는 취지의 지시를 했다"고 진술했다. 법조계에선 한정석 판사가 "새롭게 구성된 혐의 사실"이라고 언급한 부분은 바로 이를 지칭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에도 '안종범 수첩'
안종범 전 수석이 박 대통령의 지시 사항을 꼼꼼히 메모한 업무수첩 17권(510쪽 분량)은 지난해 10~11월 검찰 수사 당시에도 박 대통령과 최순실씨의 혐의를 드러낸 핵심 증거였다. 특검팀은 이 부회장 영장을 재청구하면서 새로 39권을 추가로 확보했다. 이 수첩에서 특검팀은 영장 기각의 아킬레스건이 된 '부정한 청탁과 대가 관계 소명 부족'을 해소할 단서를 다수 찾아냈다고 한다. 예컨대 박 대통령과 이 부회장의 3차 독대가 있었던 2016년 2월 16일 기록된 부분엔 '문화 융성과 스포츠 분야에 관심 갖고 지원해 달라'는 대통령의 말과 함께 '금융지주회사, 글로벌(Global) 금융, 은산(銀産) 분리'라고 적혀 있었다. 또 '삼성 바이오로직스'라는 메모가 발견됐다. 또 그 아래에는 '미르·K스포츠재단, 승마, 빙상, 동계영재 지원'이라고도 적혀 있었다고 한다. 삼성 쪽의 '민원'과 '최순실씨 지원'이 동시에 적혀 있어 뇌물죄 성립에 필요한 대가 관계를 보여준다는 것이 특검팀의 주장이다.
이규철 특검보는 "안종범 수첩 자료가 상당히 중요한 자료 중에 일부였다고 말할 수 있다"고 했다. 법조계에선 이 밖에 1차 영장 때는 이 부회장의 횡령 혐의액을 94억원으로 했다가 298억원으로 늘린 점 등도 영장이 발부되는 데 영향을 준 요소로 보고 있다. 처음 특검팀은 삼성이 최씨와 딸 정유라씨의 '승마 지원'을 위해 송금한 돈(78억원)과 동계스포츠센터 지원금(16억원)만 '회사 자금 횡령'으로 규정했다가,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 204억원까지 횡령으로 본 것이다.
[신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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