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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법원 "정부가 이석수 특별감찰관실 직원 쫓아낸건 위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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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찰관이 사퇴했더라도 직원들 공무원 지위 인정해야"

직무대행 맡은 차정현 과장

"정부는 예산 끊고 檢은 압수수색… 하루빨리 조직 정상화시킬 것"

지난해 이석수(54) 전 특별감찰관이 사직한 뒤 정부가 특별감찰관실 직원들을 퇴직시켜 사실상 특별감찰관실을 해체하려고 한 것은 위법한 조치라는 법원의 결정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7부(재판장 이진만)는 17일 차정현(39) 특별감찰과장 등 감찰담당관 3명이 "감찰담당관 지위(地位)를 유지하게 해달라"며 낸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여 "본안소송의 판결이 선고될 때까지 차 과장 등의 공무원 지위를 인정한다"고 결정했다.

이에 따라 차 과장은 청와대 직속 특별감찰관의 직무를 대행하게 됐다. 이 전 감찰관과 백방준 감찰관보(補)가 이미 사직했기 때문에 특별감찰관법 시행령에 따라 차 과장이 직무대행을 맡는 것이다.

이번 사건은 지난해 7월 하순 우병우 전 민정수석의 비위를 감찰하던 이 전 감찰관을 청와대가 사퇴시키려 한 것이 발단이다. 이 전 감찰관은 같은 달 18일 본지가 '우 전 수석 처가(妻家)의 강남 땅 거래 의혹'을 보도한 것을 시작으로 언론에 우 전 수석의 각종 비리 의혹이 보도되자 감찰에 착수했다. 청와대는 감찰이 한창이던 그해 8월 MBC가 본지 기자와 이 전 감찰관이 통화한 것을 '감찰 기밀 누설'이라고 보도하자 이 전 감찰관이 '국기 문란 행위'를 했다고 규정했다. 검찰은 특별감찰관실과 본지 기자의 휴대전화를 압수 수색했다.

이에 이 전 감찰관은 "더 이상 직무를 수행하기 어렵게 됐다"며 박근혜 대통령에게 사표를 제출했으나, 박 대통령은 한 달 가까이 사표를 수리하지 않다가 이 전 감찰관이 국회 국정감사에 기관 증인으로 출석하겠다는 뜻을 내비치자 9월 23일 돌연 사표를 수리했다. 박 대통령이 그의 증언을 막기 위해 특별감찰관 지위를 박탈한 것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특별감찰관실에 대한 정부의 압박은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인사혁신처는 지난해 9월 29일 차 과장 등 6명에게 '특별감찰관이 면직됐으면 나머지 직원들도 당연 퇴직하는 것으로 봐야 한다'는 공문(公文)을 보냈다. 정부는 차 과장 등에게 월급도 지급하지 않았고, 예산 지원도 끊었다. 검찰·경찰·감사원·국세청 등 5개 정부기관에서 파견 나온 공무원 16명 가운데 13명은 서울 종로구 청진동 사무실로 계속 출근하면서 버텼으나 전기료를 내지 못해 전기가 끊기고 경비 용역업체 비용도 자비(自費)로 내는 등 어려움을 겪었다.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특별감찰관을 상설 기구로 둔 취지를 감안할 때 이석수 전 감찰관이 사퇴했더라도 새로운 특별감찰관이 임명될 때까지 직무대행 체제로 운영하는 것이 자연스럽다"고 했다. 법원 관계자는 "국가 기관의 설치와 해체는 법과 절차에 따라 이뤄져야 한다는 점을 확인해 준 결정"이라고 말했다.

차정현 특별감찰관 직무대행은 본지 통화에서 "인력과 자원이 부족함에도 현직 민정수석을 감찰했는데 순식간에 사무실이 압수 수색을 당하고 조직을 해체시킨다는 정부 공문까지 받게 돼 직원들이 너무 힘들어했다"며 "하루빨리 기관을 정상화시키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그는 "우 전 수석이 18일 특검에 소환조사를 받는다고 하니 구체적으로 말하기는 어렵지만 (감찰을 진행할 당시) 여러모로 힘든 점이 많았다"고 했다. 이 전 감찰관도 앞서 우 전 수석을 감찰할 당시 경찰 등 국가 기관이 특별감찰관실의 자료 요청을 회피하는 등 민정수석실의 '감찰 방해' 시도가 있었다고 특검팀에 진술한 바 있다.

[김아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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