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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의 9번 커브, 선수 절반이 벽에 '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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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지 월드컵 최대 난코스 입증

상위권 선수들도 회전 실수… 한국은 남녀싱글 전원 탈락

썰매 종목 '루지'에서 가장 짜릿한 장면은 선수가 회전 각도 180도가 넘는 '헤어핀 커브'를 시속 130~140㎞로 질주할 때다. 이때 선수들은 원심력에 의해 중력의 4~5배 압력을 받는다. 정신을 잃을 만큼 압력이 세다. 그러나 17일 평창 알펜시아 슬라이딩센터에서 열린 '루지 월드컵'에서 선수들의 발목을 잡은 건 이런 '헤어핀 커브'가 아니라 회전 각도는 10도 안팎이고 속도도 시속 100㎞로 떨어지는 9번 커브였다.

이날 예선전 경기에 출전한 100여명 선수 가운데 절반 정도가 9번 커브를 돌아 나온 뒤 주행로에서 벽에 부딪혔다. 한 터키 여자 선수는 9번 커브 출구 벽에 크게 부딪히며 썰매에서 떨어지기도 했다. 이미 본선에 진출해 이날 연습 주행만 한 세계 최고 선수들도 비슷했다. 남자 3위 시멘 파블리첸코와 여자 2위 타트야나 휘프너도 커브 공략에 실패해 벽에 부딪히며 기록 손해를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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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평창 알펜시아 슬라이딩센터에서 한 독일 선수가 얼음벽을 타고 주행하는 모습. 전문가들은 “평창 코스의 승부는 밋밋한 커브인 9번 코너에서 갈릴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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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를 치른 선수들은 일제히 "평창 최대 난코스는 9번"이라고 입을 모았다. 선수들 기록을 통째로 집어삼키는 '악마의 커브'라는 것이다. 여자 싱글 경기에 나온 나탈리야 보이투스치신(폴란드)은 "커브를 나오자마자 썰매 조종 핸들을 당겼어야 했는데 타이밍을 놓쳤다"며 아쉬워했다.

세계의 루지 코치들도 9번 커브 공략법을 찾는 데 집중하고 있다. 한 이탈리아팀 코치는 "커브에서 빠져나올 때 몸이 오른쪽으로 쏠린다. 나오자마자 썰매를 왼쪽으로 한 번 틀고, 반동을 줄이기 위해 오른쪽으로도 한 번 조종을 해야 하므로 매우 어렵다"고 말했다.

한국 국가대표팀은 홈 경기임에도 남녀 싱글 전원 탈락의 수모를 당했다. 기대를 모은 독일 출신 귀화 선수 아일린 프리셰(25)도 9번 커브 탈출 과정에서 실수로 벽에 부딪히며 17위에 그쳤다. 그는 "아쉬워서 눈물이 난다. 올림픽에선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다. 오늘의 경험을 교훈 삼아 죽어라 훈련만 하겠다"고 했다. 2인승(더블)에 출전한 박진용(24)-조정명(24) 조가 전체 16개 팀 중 5위로 월드컵 본선(18일)에 진출해 체면을 지켰다.

[평창=윤형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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