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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하뉴 보러 4000명… 강릉은 '벌써 올림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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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국민스타' 팬들 대거 訪韓]

외신 기자 절반도 일본 매체, 조직위 부랴부랴 통역요원 뽑아

숙소 부족해 속초·동해로 이동도… 1년후 올림픽 숙박예약 벌써받아

조선일보

일본인 기무라 미카(31)씨는 지난 15일부터 강원도 강릉에 머물고 있다. 그와 함께 이곳으로 단체 여행을 온 일본인은 70명이다. 이들의 목적은 단 하나, '은반 황제' 하뉴 유즈루(23·일본)를 보는 것이다. 5박 6일짜리 일정은 4대륙 피겨선수권대회에 출전하는 그의 훈련·경기를 관전하는 것으로 채워졌다. 여행 상품 가격은 약 320만원이다. 기무라씨는 "식사가 포함 안 되는 등 만만치 않은 비용이지만, 하뉴를 만날 수 있다면 결코 아깝지 않은 돈"이라고 했다. 그의 주변엔 미국·프랑스 등 세계 전역으로 하뉴를 따라다니는 '광팬'들도 있다고 했다.

하뉴에게 환호하는 건 일본 취재진도 마찬가지다. 4대륙 선수권 취재 신청을 한 외신 기자 140여 명 가운데 절반 정도는 일본 매체 소속이다. 이들은 하뉴가 한국에 입국한 지난 13일부터 자석처럼 따라붙고 있다. 훈련·프로그램 순번 배정 행사 등 하뉴가 나타나는 곳마다 취재진 30~40명이 우르르 몰려든다. 대회 미디어센터에선 일본어가 '공용어'가 됐다. 한 일본 매체 기자는 "4대륙 선수권 취재를 온 것도 사실 하뉴가 참가하기 때문"이라며 "그의 일거수일투족이 기사가 된다"고 했다.

'하뉴 신드롬'이 번지며 4대륙 선수권이 열리는 강릉엔 벌써부터 올림픽 분위기가 물씬하다. 주로 40~50대 여성인 일본 팬들은 일장기와 꽃다발, 그리고 하뉴가 좋아하는 '곰돌이 푸' 인형을 챙겨 들고 자리를 잡는다.

하뉴가 인기 있는 건 화려한 스케이팅과 '미소년' 같은 외모 때문만은 아니다. 하뉴는 2011년 동일본 대지진 피해의 직격탄을 맞은 센다이 출신이다. 당시 재난에 휩쓸려 집을 잃으면서 그의 가족도 이재민이 됐다. 하지만 절망하지 않고 스케이트를 신었다. 하뉴는 일본 전역을 돌며 아이스쇼 모금 행사를 열어 피해 지역 주민을 위로했다. 하뉴 팬이라는 호리 후키코(49)씨는 "가장 힘들었던 시기에 하뉴는 일본 국민의 한 줄기 희망이었다. 그래서 우리는 그를 '영웅'이라고 말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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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뉴 팬들의 ‘곰돌이 푸 인형 비’ - 남자 피겨 최고 스타의 연기가 끝나자 1층을 메운 일본 팬들의 함성이 강릉 아이스아레나에 울려 퍼졌다. 일본 피겨 스타 하뉴 유즈루가 17일 4대륙 피겨스케이팅 선수권대회 남자 싱글 쇼트 프로그램을 마치자 일장기와 플래카드를 든 일본 팬들이 열광하는 모습. 그가 좋아하는 ‘곰돌이 푸’ 인형이 비처럼 쏟아졌다. 사진 왼쪽은 관중석을 바라보는 하뉴.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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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올림픽 조직위원회도 이번 하뉴 열풍에 놀랐다. 조직위는 올림픽 모의고사인 이번 대회에 일본인 관람객만 4000명이 몰린 것으로 추산했다. 대규모 일본 피겨 팬을 맞기 위해 대회 열흘 전부터 부랴부랴 일본어 통역 자원봉사자를 강릉시에 요청했다. 경기장에 배치된 일본어 통역 자원봉사자는 모두 9명이었다. 4000명을 상대하기엔 버거운 수였다. 경기장 내 매점 두 곳엔 일본어를 할 수 있는 직원도 없었다. 한 일본 피겨 팬은 "자리가 어디인지 확인하려고 도움을 요청했지만 말이 통하지 않아 한참을 헤맸다"고 불편을 호소했다.

이미 올림픽 기간에 이용할 숙박업소 예약을 받는 일본 여행사도 적지 않다고 한다. 이번 대회를 치르면서도 강릉 내 숙박 업소로는 부족해 일부 관광객이 속초·동해·양양 등 인근 도시에 짐을 풀었다. 대한숙박업중앙회 최주섭(63) 강릉시 부지부장은 "지금은 일본어·중국어를 할 줄 아는 직원을 둔 업소가 거의 없다. 앞으로 1년 동안 통역 문제 해결이 정말 시급하다"고 말했다. 강릉시청에 따르면 시내 영업 중인 택시는 1340여 대다. 시는 택시 기사를 대상으로 한 영어 교육 프로그램도 진행하고 있지만 일본어·중국어 교육은 아직 없다. 평창올림픽 조직위 관계자는 "테스트 이벤트 동안 미흡했던 부분을 최선을 다해 보완하겠다"고 말했다.





[강릉=이순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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