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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어서도 편히 못 쉬는 '비운의 황태자'…주검 어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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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남 시신 처리 이목 집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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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서 타향 땅을 전전했던 김정남은 죽어서도 편히 쉬지를 못하는 기구한 운명의 주인공이다.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종합병원(HKL)에 임시 안치된 김정남의 주검 처리를 놓고 세 갈래 처리 방안이 예상되고 있다. 김정남 피살 사건 수사를 관할하는 압둘 사마 맛 슬랑오르주(州)경찰청장은 17일(이하 현지시간) 세계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김정남 시신 인도 대상자와 관련해 가족이 최우선권이 있음을 분명히 했다. 그는 북한 측의 김정은 시신 화장(火葬) 요청이나 김정남 유족 측의 시신 인도 요청은 공식적으로 없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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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대사관에 배달된 ‘김정남 암살’ 보도 신문 17일 오전(현지시간)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의 북한대사관 정문에 김정남 피살 사건의 용의자 체포 소식을 1면에 보도한 현지 신문이 배달돼 꽂혀 있다.쿠알라룸푸르=연합뉴스


① 북한 송환… 김정은 부담될 듯


북한 측은 13일 김정남 피살 사건 발생 이후 북한 국적자에 대한 관할권을 내세워 말레이시아 측에 시신 인도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흐마드 자히드 부총리는 16일 김정남 시신을 인도해 달라는 북한 측 요청을 받은 사실을 확인했다. 북한 측이 김정남 시신을 인수하더라도 북한으로 송환할지는 불투명하다. 백두혈통의 신화에 치명상을 줄 수 있는 탓이다. 김정은 조선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김정남) 존재가 북한 주민에게 알려지지 않은 상황이어서 공개리에 장례를 치르기 어려운 상황이다. 한 탈북민은 “북한 당국이 김정남의 시신을 넘겨받는다면 제대로 된 장례절차 없이 조용하게 처리할 것”이라며 “북한이 암살한 것이 사실이면 땅만 파서 시신을 묻은 뒤 묘비도 세워주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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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엄한 경계 김정남 시신이 안치된 쿠알라룸푸르종합병원에서 17일 경찰의 삼엄한 경계가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경찰 관계자가 전화를 받으며 문밖으로 나오고 있다. 쿠알라룸푸르=AFP연합뉴스


② 중국에 인도… 외교 마찰 불가피


김정남 시신이 생전 그를 보호했던 중국 측에 인도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김정남 둘째 아내인 이혜경이 남편 시신 인수를 요청하기 위해 말레이시아 주재 중국 대사관과 접촉했다는 설을 현지 프리말레이시아투데이(FMT)가 보도했다. 국가정보원은 김정남 본처와 아들 1명은 중국 베이징에, 두번째 아내인 이혜경과 한솔·솔희 남매는 마카오에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특별행정구역인 마카오의 주권은 중국 정부에 있어 대외 교섭은 중국 외교부가 한다.

자히드 부총리는 김정남 시신 인도 방침 천명 시 “모든 경찰(수사)과 의학적 절차가 마무리된 이후에 대사관을 통해 가까운 친족에게 이 시신을 보낼 수 있다”고 말한 것이 주목된다. 시신의 최종 종착점이 친족인 것이다. 현지 경찰은 시신 인수를 위해서는 유족이 제출한 DNA와 김정남의 DNA 맞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정은 위원장도 김정남의 이복동생이나 아내, 자녀가 더 가까운 피붙이다. 유족의 시신 인도 요청이 사실이면 말레이시아 당국이 그들의 요구를 저버리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 경우 북·말레이시아, 북·중 간 외교적 마찰이 예상된다. 북한 국적자이자 김정은 위원장 이복동생으로 국제사회에서 알려진 김정남 시신이 제3국에 넘겨질 경우 북한의 대외적 위신 손상이 불가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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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 화장… 유족 반발 가능성

화장 가능성도 거론된다. 말레이시아는 화장을 금기시하는 이슬람국가이나 불교(19.8%), 기독교(9.2%), 힌두교(6.3%) 신자도 적지 않아 쿠알라룸푸르 시내와 주변에 화장장 10여곳이 운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교도(共同)통신은 말레이시아 정부 관계자 말을 인용해 북한 측이 부검 실시 전 김정남 시신에 대한 화장을 요구했다고 전하기도 했다. 여기에는 세 가지 의미가 있어 보인다. 우선 해외 사망자의 경우 비용 등의 문제 때문에 화장을 한 뒤 항공편으로 옮기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데 북한 측이 내부적 부담을 감수하면서 김정남 시신의 국내 송환을 결정했다면 비용 등 문제 때문에 화장을 요구했다는 것은 납득하기 쉽지 않다. 두 번째는 북한 당국이 이번 사건에 개입했다는 것을 전제로 형사 사건의 최고 물증인 시신을 없애는 증거인멸 시도도 있을 수 있다.

마지막으로는 현지 화장 및 처리를 통해 북한 환송으로 야기될 정치적 부담을 최소화하고 주변국과의 외교적 마찰도 회피하려는 의도일 수 있다. 다만, 유족 동의 없이 화장을 하면 반발이 예상된다.

국제사회에서 남북이 모두 주권 국가로 인정받는 상황에서 우리 정부가 제3국(말레이시아)에서 제3국인(베트남·인도네시아인 등)에 의해 벌어진 제3국인(북한 국적인 김정남) 살해 사건에 직접 개입하기는 쉽지 않다. 외교부 당국자는 자히드 부총리의 시신 인도 발언과 관련해 “우리(정부)는 이번 사건이 종결되기 전까지는 시신을 인도하지 않는다는 입장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말레이시아 당국이 섣불리 시신을 북한 측에 넘겨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우회적으로 밝힌 것으로 이해된다.

쿠알라룸푸르=김예진 기자 ye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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