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혼술남녀·인생술집’이 물꼬
KBS·MBC도 술 소재 예능 프로
“술도 식도락” 최근 분위기 반영
지난달 15일 tvN 예능 ‘신서유기3’에서 강호동은 ‘수정방(고량주) 한 병을 비우라’는 미션에 당황한다. 첫 술잔을 비우고서도 “방송 20년 했는데 나는 이거 적응이 안 된다”며 머뭇댄다. 술 권하는 제작진과 당황스러워 하는 25년차 방송인. 이 장면은 술 대하는 태도가 달라진 방송가 모습을 그대로 보여준다.
방송에서 금기시 되던 ‘술’이 어느덧 친숙하게 등장하고 있다. 먹방(먹는 방송)·쿡방(요리방송)에 이은 ‘술방’의 습격이다. 예전 같으면 편집 됐을 음주 장면이 방송되고, 제작진이 대놓고 술잔을 건네기도 한다.
연예인과 술 마시며 토크를 진행하는 tvN ‘인생술집’. [사진 각 방송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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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그우먼 박나래와 장도연 등의 음주 장면을 최근 내보낸 KBS2 ‘배틀트립3’. [사진 각 방송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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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연진에게 “수정방 비우라” 미션 내린 tvN ‘신서유기3’. [사진 각 방송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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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찰 예능’의 증가도 영향을 줬다. “예능의 끝은 다큐”라는 개그맨 이경규의 말대로 현재 방송가는 관찰 예능이 대세다. 중년 연예인 4명이 패키지 여행하는 모습을 그대로 담는 JTBC ‘뭉쳐야 뜬다’나 싱글들의 일상을 보여주는 SBS ‘미운우리새끼’, MBC ‘나혼자 산다’가 대표적이다. 배 평론가는 “날 것 그대로를 보고 싶어하는 욕구가 커지면서 이를 충족시켜주는 관찰 예능이 등장했다”며 “이들 관찰 예능이 술마시는 모습도 자연스레 담으면서 진정성과 리얼리티를 높이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교석 대중문화평론가는 “예전과 달리 예능의 재미가 단순 웃음을 넘어 치유와 힐링, 위안으로 넓어졌다”며 “연예인의 음주 장면을 보며 ‘다 똑같구나. 우리만 힘든 게 아니구나” 하는 위로를 받는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술방은 ‘먹방’만큼이나 흥행할 수 있을까. 속단하긴 이르지만 현 점수는 좋지 않다. 대표 술방인 tvN ‘인생술집’은 시청률 1% 내외다. 김 평론가는 “술도 안 마시는데 술자리에 끝까지 있으라고 하면 재밌느냐”며 “잠깐 음주 장면 담는 것을 넘어 술이 중심 소재가 되는 방송은 시청자와 어떻게 교감을 이루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이동연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는 “인터넷 방송 등에서 ‘술방’을 쉽게 접하다보니 거부감이 낮아졌다”며 “새로운 소재가 방송의 경직성을 해소하는 측면도 있지만 자칫 선정적으로 변질될 수 있어 활용 땐 충분한 고려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노진호 기자 yesn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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