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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대선후보 검증]까맣게 몰랐던 박근혜…검증 실패의 대가는 혹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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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교사’가 된 흑역사

경향신문

2007년 8월20일 한나라당 전당대회에서 이명박 후보가 17대 대선후보로 선출된 후 원희룡·박근혜·홍준표 후보(왼쪽 사진 왼쪽부터)와 손을 맞잡고 인사하고 있다. 오른쪽은 박근혜 대통령의 2013년 2월25일 18대 대통령 취임식 모습. 경향신문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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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왜 까맣게 몰랐나.”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불거진 뒤 한국 사회에 자조 섞인 질문이 던져졌다. 박근혜 대통령이 대선에 두 차례 도전해 검증을 거쳤는데도 비정상적 국정운영 가능성과 비선 실세 실체를 제대로 탐지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정치권은 “진작 알았더라면”이라고 한탄하고 있다. 언론도 ‘검증 실패’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19대 대선은 시간표가 빨라졌다. 박 대통령 사례를 반면교사 삼아 혹독한 검증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크다. 전문가들은 일관되지 않은 검증 기준과 도덕성에 국한된 논쟁, 구호와 공약 위주 평가 등을 탈피한 검증이 이뤄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 ‘후보 박근혜’로 본 검증 실패사

박 대통령은 2007년 17대 대선 당내 경선, 2012년 18대 대선 본선에서 검증을 거쳤다. 특히 2007년 한나라당 대선 경선에서는 역대 가장 치열한 검증 공방이 벌어졌다. 이명박, 박근혜 당시 후보 캠프는 폭로전을 이어가며 고소·고발전까지 펼쳤다. 이 후보는 박 후보와 최순실씨 아버지인 최태민 목사의 관계 등을, 박 후보는 이 후보의 차명 부동산 의혹을 집중적으로 파고들었다.

하지만 겉으로만 치열했을 뿐 성공적인 후보 검증이라는 평가를 받진 못했다. 애초부터 공방은 ‘도덕성’에 국한됐고, 그마저도 선거공학적 대응으로 변질됐다. 이 후보 측은 검증 관련 문제 제기에 “그 자료(주민등록등초본)를 어떻게 구했느냐”며 개인정보 유출 논란으로 맞섰고, 박 후보 측도 “날조” “정치공작”이라고 맞받았다. 박 후보는 당시 최씨 일가, 육영재단 관련 의혹제기에 “천부당만부당하다” “한탄스러운 일”이라고 했다.

당 검증위원회도 답을 내놓진 못했다. 애초부터 캠프 중심으로 검증 국면이 굴러간 데다 당 입장에선 자기 후보의 ‘상처내기식’ 정보 공개와 검증은 꺼릴 수밖에 없었다.

18대 대선 본선도 송곳 검증과는 거리가 멀었다. 박 후보의 과거사와 재산 축적 의혹 등이 나오면서 ‘과거사 사과 기자회견’으로 이어지긴 했지만, 역시 명쾌한 사실관계는 밝혀지지 않았다. 그보다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남북정상회담 서해 북방한계선(NLL) 포기 발언 의혹과 국가정보원의 선거개입 의혹 등이 주요 이슈로 떠올랐다. 정책과 연설, 토론을 통해 국정운영 능력을 제대로 검증하는 단계까지는 가지 못했다. 2007년 이명박 캠프에서 박 대통령 검증을 담당한 정두언 전 의원은 최근 최순실 사태 이후 “(최씨 관련) 검증을 야당이 했어야 되는데 그때 야당에서는 뭘 했는지 모르겠다”고 꼬집기도 했다.

■ 국정 능력 ‘구호’보다 ‘일관성’

19대 대선은 박 대통령 탄핵소추로 후보 검증 기간이 상대적으로 짧아질 수 있다. 전문가들은 이 기간에 국정운영 능력을 따지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특히 후보들이 쏟아내는 장밋빛 공약과 구호를 향후 국정운영 설계도로 보면 안된다고 조언했다.

후보가 보여온 정치 행로의 일관성, 소속 정당의 가치와 후보 주변에 주목해야 한다는 것이다.

박상훈 후마니타스 대표는 “후보의 말보다는 말이 구속될 수 있는 기반을 따져봐야 한다”며 “후보가 어떤 발언과 정치행위를 해 왔는지를 보고 이 사람이 집권했을 때 시민들이 기대하는 공공정책이 공급될 수 있을지를 판단하는 ‘회고적 투표’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그러면서 “개인의 내적인 부분보다는 공적인 능력을 봐야 하고, 특히 국정운영 세력이 될 ‘팀’이 어떤지 따져야 한다. 최순실 사태는 이런 과정의 중요성을 역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태호 참여연대 정책위의장도 “도덕성 검증은 정당 내부 경쟁부터 높은 기준을 세우고 정치권 스스로 보정할 필요가 있다”며 “정책 검증은 주장과 신념, 과거 행적의 일관성을 주요하게 봐야 한다”고 했다. 일관된 검증 기준을 마련하고, 당내 경선부터 투명성이 강조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박원호 서울대 교수는 “지금까지는 통일된 기준 없이 후보에 대한 개별 검증과 판단이 이뤄져 왔다”며 “ 최소한 국정 현안으로 제대로 된 토론이 가능한 사람이 돼야 한다든가 애초에 우리 사회가 요구하는 대통령 후보에 대한 기준을 세워야 한다”고 했다.

박 교수는 이어 “당내 경선의 후보 검증도 공적인 검증위원회가 맡아야 한다”며 “검증위도 후보가 좋은 정치를 할 수 있도록 책임 진다는 자세로 검증 자료 공개를 더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유정인 기자 jeong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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