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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이은혜의 풋볼프리즘] 루니의 아이러니 '맨유, 이제는 떠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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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인 루니가 새 역사의 한 페이지가 됐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는 축구종가 잉글랜드를 넘어 전세계 스포츠계에서도 팬층이나 재정운영에 있어 가장 규모가 큰 클럽 중 하나다. 2004/05 시즌부터 맨유에서 뛰어 온 루니는 약 13시즌 만에 구단 역사상 최고 득점자가 됐다. 리그, 컵대회, UEFA챔피언스리그 등 출전했던 모든 대회를 통틀어 루니가 지금까지 맨유에서 넣은 골은 통산 250골. 앞서 이 기록을 보유하고 있던 공격수는 1954년부터 1973년까지 맨유에서 뛰었던 보비 찰튼 경(통산 249골)이었다.

1985년생인 루니는 올해 만으로 31살이다. 일반 사회인이라면 '한창'일 나이다. 하지만 그 어떤 종목보다 선수 생명이 짧은 축구계에서는 노장으로 분류된다. 더욱이 루니의 포지션은 가장 격렬하게 몸싸움을 벌이는 최전방 공격수다. 그가 쓴 역사적인 순간이 아이러니하게도 본인의 팀 내 입지를 더욱 불안하게 만든 이유가 됐다. 역설적이게도 박수칠 때 떠나야 한다는 주장이다.

지난 22일(이하 한국시간) 영국 주요 언론들은 루니의 맨유 통산 250골 대기록 달성을 주요 뉴스로 다뤘다. 루니는 이 날 원정으로 치른 스토크시티와의 '2016/17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22라운드 경기에서 1-1 동점골을 기록했다. 팀이 0-1로 뒤지고 있던 후반 22분, 미드필더 후안 마타와 교체되며 그라운드를 밟은 루니는 경기 종료를 1분 남긴 상황에서 극적인 득점 장면을 만들어 냈다.

이 날 경기 전까지 16경기 무패 행진을 이어오던 맨유는 루니의 극장골로 간신히 패배를 면했다. 연속 무패 기록도 17경기로 늘어났다. 연승이 아니라 간신히 거둔 무승부에도 위안을 삼는 맨유의 상황은 지난 2013년까지 팀을 이끌었던 알렉스 퍼거슨 감독 재임 시절과 비교하면 '격세지감'마저 느끼게 한다. 문제는 바로 이 지점이다. 한때 EPL을 넘어 유럽을 호령하던 맨유의 전력 약화는 퍼거슨 감독 은퇴 이후 수 년째 계속 되어 왔다. 노쇠하 하기 시작한 공격수 웨인 루니 또한 이 비판에서 온전히 자유롭지 못하다. 루니는 2014년 2월, 맨유와 역대 최고액 수준의 주급으로 4년 재계약에 합의 했는데 공교롭게도 맨유의 몰락은 이 시점을 기준으로 가속화 됐다.

2013/14 시즌 당시 맨유를 이끌고 있던 데이비드 모예스 감독은 루니와의 재계약에 서명한지 불과 두 달 뒤 팀의 지휘봉을 놓았고, 맨유는 그 시즌 리그를 7위로 마치며 UEFA챔피언스리그 진출권 획득에도 실패했다. 모예스 감독이 직전 시즌까지 지휘봉을 잡고 있던 에버턴(리그 5위)보다 낮은 순위였다. 모예스의 뒤를 이어 맨유의 수장이 된 루이스 반 할 감독은 팀을 이끌었던 2014/15 시즌과 2015/16 시즌 내내 루니를 거의 모든 리그 경기에 기용했다. 루니는 2014/15 시즌에는 리그 33경기에 선발 출전해 29경기를 풀타임으로 뛰었고, 12골을 기록하는 준수한 활약을 펼쳤다. 하지만 2015/16 시즌에는 리그 28경기에 출전해 8골을 넣는데 그쳤다. 해당 시즌 EPL 득점 랭킹 20위 안에도 들지 못하는 저조한 활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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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7 시즌을 앞두고 주제 무리뉴 감독이 부임했을 당시 가장 큰 화두는 역시 루니 활용 여부였다. 팀의 레전드이자 역사적인 대기록 달성에 도전하고 있었지만 맨유 팬들조차 '통산 최다 득점'에 도전하기 위한 루니의 기용에 부정적인 의견들을 쏟아낼 정도였다. 정점은 이번 시즌 초반에 해당하는 2016년 9월 치른 맨체스터 더비였다. 맨유는 당시 리그 4라운드 맨체스터 시티와의 대결에서 1-2로 패하며 급격히 무너지는 모습을 보였다. 이 후폭풍은 3달 가까이 지속됐고, 12월을 전후해 무패 행진이 시작되기 전까지 팀을 붕괴 수준의 위기까지 몰고 간 것이 사실이다.

결국 무리뉴 감독은 시즌 초반 3라운드까지 주저 없이 선발 기용했던 루니를 점점 더 교체명단에 포함시키는 일이 많아졌다. 아이러니하게도 루니를 교체카드로 활용하는 동시에 팀 내 득점 루트가 다양해지는 모습을 보인 맨유는 리그, 컵대회, 유로파리그 등 경기를 거듭할 때마다 전술적 응집력도 높아져 갔다. 2016/17 시즌 22라운드까지 루니가 선발로 나선 경기는 8경기에 불과하고, 풀타임으로 활약한 경기는 2경기에 불과하다. 16번의 출전수 중 8경기는 교체로 투입됐다. 루니의 기여도는 줄어 들고 있지만 역설적이게도 맨유는 제 자리를 찾아가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듯 지난 23일 영국 '스카이스포츠'의 하이라이트 프로그램 패널로 등장한 데일리 메일의 이안 레이디먼 기자는 "오늘 같은 날 이런 이야기를 꺼낸다는 것이 이상할 수도 있지만, 루니가 다음 시즌을 어디에서 시작하게 될 것인지는 큰 의문이다. 그가 스토크시티전에서 넣은 골은 분명히 기념비적인 순간이었지만 루니는 지금 무리뉴의 선택지에서, 교체명단에서조차 1순위가 아니다. 그는 교체명단에 포함시킬 수 있는 많은 선수들 중 한 명으로 보인다"는 평가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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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 메일'의 이안 레이디먼 기자는 계속된 멘트에서 "루니는 앞으로도 그가 최고의 몸 상태일 때만, 그것도 선발이 아닌 벤치에서 경기를 시작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면 이제는 이 골을 기점으로 루니 스스로도 본인을 위해 다시 한 번 주변을 둘러 봐야 할 시점이 아닌가?"라는 물음을 던졌다. 선수의 대기록 달성 앞에서 에둘러 날선 비판을 자제했지만 멘트의 이면에는 루니의 중국행이 더욱 급물살을 탈 것이란 추측이 포함되어 있음을 누구도 쉽게 부인할 수 없다.

대기록까지 달성했으니 루니가 맨유 생활을 더 고집할 명분도 줄어들었다는 시선은 실제로 더욱 힘을 받는 모양새다. 중국팀들의 루니를 향한 오퍼를 일언지하에 부인했던 시즌 초반과 달리 팀의 수장인 무리뉴 감독의 태도도 온도차를 보인다. 무리뉴 감독은 23일 'ESPN'에 게재된 인터뷰에서 "루니가 중국으로 간다면 그것은 그의 자유다. 그의 인생이기 때문이다. 아직은 어떤 이야기도 듣지 못했고, 결정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 하지만 루니가 어떤 선택을 하든 관여하지 않을 것이다"는 입장을 전했다.

1973년 이후 무려 44년 만에 맨유의 구단 최다 득점 기록을 갈아치운 루니. 특정 선수에게 골이 집중되지 않는 오늘날 현대 축구의 전술 양상을 고려하면 루니의 기록은 40년 넘게 깨지지 않았던 보비 찰튼 경의 그것보다 훨씬 오랫동안 가치를 유지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그 기록이 달성된 순간, 루니가 맨유를 떠나야 하는 시점도 더 빠른 카운트다운에 돌입하게 됐다. 역사의 아이러니다.

[사진=Getty Images/이매진스]

(SBS스포츠 이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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