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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기업들, 朴대통령 '강요' 피해자?…국회, 특검과 엇박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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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모금은 '대통령의 일방적 강요'인 '권력적 사실행위'" 주장

기업 면죄부 지적…국회 "강요와 뇌물죄 별개…신속심리 위한 것"

연합뉴스

권성동 법사위원장



(서울=연합뉴스) 임순현 기자 = 국회가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을 진행하면서 기업들로부터 재단 출연금을 모금한 행위와 기업들이 '비선 실세' 최순실씨 측을 지원하도록 한 행위가 박 대통령의 '강요'에 의한 것이라고 규정해 박영수 특별검사팀과 엇박자를 내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25일 헌법재판소에 따르면 국회 탄핵소추위원단은 전날 헌재에 박 대통령의 헌법 위반 사유를 담은 변론 준비서면을 추가 제출했다.

준비서면은 삼성 등 미르·K스포츠 재단에 재산을 출연한 기업들을 박 대통령의 뇌물 혐의 공범이 아니라 권력자에게 강제로 재산을 뺏긴 피해자로 간주했다.

당초 국회는 탄핵 사유가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죄'와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 강요죄' 등 법률 위반에 해당한다는 내용의 탄핵소추 의결서를 제출했다.

박 대통령과 출연 기업이 뇌물을 받은 자와 뇌물을 준 자로 엮이는 뇌물죄의 공범이라는 법리 구성이었다.

하지만 국회가 새로 낸 준비서면은 박 대통령을 강제모금이라는 '권력적 사실행위'를 행사한 자로 표현했다.

권력적 사실행위란 '행정청이 우월적 지위에서 일방적으로 강제하는 행위'를 말한다. 행정처분 등 행정작용과 관련해 공권력을 행사할 때 이런 일이 있으면 헌법 위반으로서 헌법소원의 대상이 된다.

이 법리라면 기업은 의무 없는 일을 강요당해 재산을 강제로 출연한 피해자가 된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국회가 기업을 '국정농단' 사태의 피해자로만 보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박 대통령과 삼성그룹 등 기업을 뇌물 공여와 수수의 공범으로 보고 수사 중인 특검팀의 행보와 어긋날 수도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국회 측은 이 같은 지적이 '기우'에 불과하다는 입장이다.

소추위원 측의 한 관계자는 "강제모금이 권력적 사실행위로 헌법 위반이라는 법리와 박 대통령과 기업이 뇌물을 주고받은 사이라는 법리는 별개의 문제"라며 "대통령이 권력적 사실행위를 했더라도 기업들이 대가를 바라고 재산을 출연했다면 뇌물죄도 함께 성립한다"고 말했다.

뇌물을 받은 사람은 수뢰와 공갈이 동시에 성립할 수 있으므로 뇌물 공여자 또한 공갈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판례는 뇌물죄와 공갈죄의 '상상적 경합'(하나의 행위가 동시에 둘 이상의 범죄를 구성)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공무원이 직무집행의 의사를 갖고 직무와 관련해 갈취했으면 수뢰죄와 공갈죄가 동시에 성립한다는 사례 등 다양한 판례가 있다.

법학계에서도 공무원이 단순 압박이 아닌 협박에 이르는 수단을 동원해 직무 범위에 있는 사람으로부터 돈을 받았을 때 이를 상상적 경합으로 봐 공갈죄와 뇌물수수죄가 동시에 적용될 수 있다는 게 다수설이다.

국회는 이번 준비서면으로 신속한 탄핵심판 결론이 가능할 것이라는 데 방점을 뒀다.

국회 측 관계자는 "박 대통령의 행위가 권력적 사실행위에 해당한다는 논리에 따라 헌재는 형사법 위반을 판단해야 하는 부담을 덜게 됐다"며 "특검 수사가 마무리되기 전에 탄핵심판 결론을 낼 수 있는 기반을 만든 것"이라고 강조했다.

hy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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