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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단독]최순실 “왜 말 안 듣느냐” 압박... 권오준, 비서실장 경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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崔, 엔투비 인사에도 입김

朴대통령 관여 가능성도 제기
한국일보

국정농단 사태의 주범인 '비선실세' 최순실 씨가 24일 오전 재판을 받기 위해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 도착해 호송차에서 내려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서재훈기자 spri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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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61ㆍ구속기소)씨가 포스코의 자회사 3곳에 대한 ‘낙하산 인사’ 약속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자 “왜 말을 안 듣느냐”고 포스코 측을 거세게 몰아붙인 것으로 드러났다.

24일 사정당국에 따르면 박영수(65) 특별검사팀은 최씨 측근, 포스코 전ㆍ현직 관계자 등으로부터 이러한 취지의 진술을 확보하고 사실관계를 확인 중이다. 2014년 1월 포스코 회장에 내정된 권 회장은 최씨 측에 “포스코 자회사 3곳의 대표이사 자리를 주겠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해당 자회사는 포스코ICT((IT&엔지니어링 업체)와 엔투비(전자상거래 기업), 포레카(광고계열사) 등이다. 최씨가 이들 회사를 선택했는지, 아니면 권 회장이 제안한 것인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그러나 2014년 3~4월 포스코그룹 임원 인사에서 ‘약속’의 3분의 2만 지켜지자 문제가 생겼다. 엔투비와 포레카 대표 인사에선 최씨 ‘입김’이 먹힌 반면, 포스코ICT에선 최씨가 추천한 K씨가 아니라 포스코ICT 내부 인사가 대표이사로 승진했던 것이다. 이에 최씨는 권 회장 쪽에 “약속을 안 지키느냐”, “왜 이렇게 말을 안 듣느냐”고 지속적으로 압박을 가했다고 한다. 최씨의 한 측근은 “최씨가 입버릇처럼 ‘권 회장이 약속을 안 지킨다’고 불만을 표했다”고 말했다.

권 회장은 최씨 쪽에 “내가 보고를 제대로 못 받아서 그리 된 것 같다”는 해명의 뜻을 전하면서 사태를 수습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고는 2014년 6~7월쯤 자신의 비서실장이었던 이모 상무를 다른 임원으로 전격 교체했다. 같은 해 8월 전모 포스코ICT 대표가 임명 5개월 만에 물러나고, 후임으로 KT 사장 출신이자 금융위원회 산하 성장사다리펀드 위원장을 지낸 최두환(63)씨가 영입됐지만 그도 ‘최순실 라인’은 아니었다. 비상장기업인 엔투비ㆍ포레카와 달리, 포스코ICT는 코스닥 상장업체라는 점 때문에 최씨 요구가 거절됐을 공산이 크다.

다만 권 회장과 최씨 간에 직거래가 이루어지지는 않고, 청와대가 메신저 역할을 했을 가능성이 적지 않다. 권 회장은 앞서 최씨 일당의 포레카 강탈 미수 사건과 관련한 검찰 조사에서 “김영수씨를 포레카 대표로 추천한 것은 조원동(61) 청와대 경제수석”이라고 진술했다. 또 포레카 매각과정에서 차질이 빚어지자 권 회장과 수 차례 통화한 사람도 조 전 수석의 후임인 안종범(58ㆍ구속기소) 전 정책조정수석이었다. 포스코에 대한 최씨의 ‘낙하산 요구’에도 박근혜 대통령이 관여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이유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안아람 기자 onesho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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