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0 (토)

서장훈·김주성 잇는 '농구 국보'가 떠오른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수퍼 루키' 이종현, 오늘 데뷔전]

고교·대학 때부터 압도적 기량, 프로농구 1순위로 모비스 입단… 부상으로 3개월 재활 후 데뷔

"동기들 활약 보며 몸 근질근질… 과감한 덩크와 세리머니로 화끈하게 신인 등장 알릴 것"

농구팬들은 서장훈(은퇴)과 김주성(38·동부)을 '국보(國寶)'라고 부른다. 타고난 신체 능력과 재능이 보물처럼 희귀하다는 뜻을 담았다. '1호 국보'였던 서장훈은 키 207㎝ 센터, '2호 국보' 김주성은 205㎝ 센터다. 서장훈은 두말이 필요 없는 레전드, 현역 김주성은 역대 최다 블록 기록(1014개)을 계속 경신 중이다.

조선일보

'수퍼 신인'이라는 프로농구 울산 모비스의 이종현이 공을 들고 포즈를 잡았다. "프로 무대에서 두목이 되겠다"는 거침없는 발언처럼 자신만만한 표정이다. /울산 모비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 계보를 이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는 선수의 데뷔가 임박했다. 올 시즌 프로 무대에 발을 디딘 울산 모비스 이종현(23)이다. 키 203㎝ 센터로, 지난해 10월 KBL 신인 선발 때 모비스가 전체 1순위로 지명했다. 발등 피로골절 때문에 지난 3개월간 한 경기도 뛰지 못했던 그가 25일 삼성전 홈경기에서 데뷔전을 치른다. 농구팬들은 "드디어 이종현의 데뷔전을 보게 됐다"며 떠들썩하다.

데뷔전을 앞둔 이종현은 본지 인터뷰에서 "그간 몸이 근질근질했다"고 말했다. 평소 "프로무대 '두목'이 되겠다"며 거침없이 큰소리를 쳤던 그는 요즘 말수가 줄었다. 유재학 모비스 감독은 "종현이가 슬슬 긴장 좀 하는 것 같다"고 했다. "부상에서 돌아오면 반겨줄 줄 알았는데, 감독님도 형들도 훈련 때 냉정하더군요." 이종현은 "아, 여기가 바로 프로 세계구나" 하면서 정신이 번쩍 들었다고 한다. 통장에 찍히는 월급을 보면서 '프로 정신'을 다시 새긴단다.

이종현의 고교, 대학 시절은 '충격과 공포'라고 불린다. 그는 청소년 국가대표로 선발된 중학교 3학년 때 키가 2m였다. 경복고 3학년(2012년) 시절엔 고교생 신분으로 런던올림픽 최종 예선 국가대표로 선발됐다. 한국 농구 사상 고교생 신분 국가대표로 선발된 선수는 하동기, 하승진, 이종현 셋뿐이다. 고교 때는 '한 경기 리바운드 42개'라는 무시무시한 기록(2012년 계성고전)도 썼다. 고려대 1학년 때부터 주전으로 뛰면서 우승 트로피와 개인상을 쓸어담았다.

등장과 동시에 대학을 평정한 건 서장훈, 김주성과 똑같다. 1학년 새내기 서장훈을 앞세운 연세대는 막강 실업팀들을 줄줄이 꺾고 1994년 농구대잔치에서 우승했다. 서장훈의 활약에 연세대가 '허동택(허재·강동희·김유택) 트리오'의 실업 최강 기아를 꺾은 경기는 지금도 전설이다. 김주성도 중앙대 1학년 시절 주전으로 농구대잔치 우승(1998년)을 이끈 데 이어 대학 시절 수많은 트로피를 수집했다. 이종현은 우상인 김주성과 같은 등번호 '32'를 택했다. "김주성 선배의 개인 기록을 갈아치우는 것이 목표"란다.

한 번에 갈비 7~8인분과 공깃밥 2~3공기를 해치우지만, 프로 입성 전 115㎏이었던 몸무게는 지난 석 달간 106㎏까지 빠졌다. 재활을 위해 일반 훈련보다 더 강도 높은 유산소운동을 소화하느라, '훈련보다 더 지옥 같은 재활 기간'을 보냈단다. 그래도 "프로 입단 동기들의 활약을 중계로만 지켜보는 것이 더 힘들었다"고 한다.

너무 기대를 걸기엔 이르다는 의견도 있다. 현주엽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재능만 보면 '역대급 선수'가 맞다"면서도 "대학 1학년 때부터 실업 선수보다 더 뛰어났던 서장훈이나 김주성과 비교하기엔 아직 이른 감이 있다"고 했다. 한국 프로농구도 많이 발전했는데, 이종현이 얼마나 통할지 검증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이종현도 수많은 수식어가 부담스럽다고 했다. 그래도 "피할 수 없다면 즐기겠다"고 한다. "절 향한 기대 때문에 미리 주눅 들 필요는 없잖아요. 화끈한 덩크와 세리머니로 멋지게 '신인 등장'을 알리겠습니다."

[임경업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