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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표창원 영입한 문재인 “민망하다”… 대선 악재 우려해 신속대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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朴대통령 누드풍자화 국회전시 파문

동아일보

보수단체 회원, 문제 그림 떼어내 내동댕이 박근혜 대통령을 나체로 풍자한 그림이 더불어민주당 표창원 의원의 기획으로 국회 의원회관에서 전시된 것을 놓고 논란이 벌어진 가운데 24일 60대 남성이 문제의 그림을 벽에서 떼어내 내동댕이치고 있다. 박성진 기자 psjin@donga.com


박근혜 대통령을 풍자한 누드 그림 ‘더러운 잠’을 국회에 전시한 것에 대한 논란이 확산되자 더불어민주당이 발 빠른 대응에 나섰다. 문재인 전 대표는 24일 풍자 전시회 ‘곧, 바이!(soon bye)’를 주최한 표창원 의원을 공개 지적했고, 민주당은 표 의원 징계 절차에 착수했다. 민주당과 문 전 대표가 각각 정당과 대선주자 여론조사에서 압도적인 1위를 달리는 가운데 ‘누드 그림 파문’이 대선에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취지로 보인다.

○ 신속하게 진화 나선 문재인

문 전 대표는 이날 오전 10시 20분경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박 대통령을 풍자한 누드 그림이 국회에 전시된 것은 대단히 민망하고 유감스러운 일”이라며 “작품은 예술가의 자유이고 존중돼야 하지만 그 작품이 국회에서 정치인의 주최로 전시된 것은 적절치 않았다”고 했다. “예술에서는 비판과 풍자가 중요하지만, 정치에서는 품격과 절제가 중요하다”고도 했다. 표 의원은 지난해 4·13총선 당시 문 전 대표의 ‘영입인사 1호’였는데도 작심 비판을 한 것은 그만큼 이 사안을 무겁게 받아들였다는 뜻이다.

이어 민주당은 오전 10시 반경 긴급최고위원회를 열고 표 의원을 당 윤리심판원에 회부하기로 결정했다. 지난해 서영교 의원의 ‘가족 채용 논란’, 올해 초 개헌보고서 파문 당시 징계 검토까지 상당한 시일이 걸렸던 것과 대비된다.

문 전 대표와 민주당의 신속한 대응은 조기 대선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작은 실수를 덮다가 큰일을 그르칠 수 있다’라는 위기감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자칫 보수 결집의 명분을 줄 수 있는 데다 여성계의 반발도 의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최근 65세 이상의 선출직 출마 금지를 주장하는 등 표 의원의 반복된 돌발행동이 보수 결집의 빌미를 줄 수 있어 조기에 강력한 경고를 보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 보수층·여성계 반발 이어져

실제 보수층은 강력하게 반발했다. 이날 오후 2시 40분경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자유민주주의수호시민연대’ 출범식 및 기자회견에 참석한 일부 참석자가 의원회관 1층에 전시 중이던 그림 ‘더러운 잠’을 떼어내 바닥에 내동댕이치고 그림을 발로 짓밟으며 파손했다. 한 60대 남성은 “박 대통령이 잘했다, 잘못했다를 떠나 전 여성들이 성희롱 당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표 의원의 사무실이 있는 의원회관 7층에는 경찰이 배치되기도 했다.

경찰은 이 그림을 파손한 이들은 자유민주주의수호시민연대 회원 심모 씨(63)와 목모 씨(58)라고 밝혔다. 심 씨는 해군 장성 출신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경찰에서 “대통령을 욕보였다”, “그림을 그린 단체는 빨갱이 단체다”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새누리당 소속 국회의원 83명은 표 의원에 대한 징계안을 국회 윤리특별위원회에 냈다.

여성 의원들과 여성 단체도 비판에 나섰다. 새누리당 나경원, 바른정당 박순자 등 여성 의원 14명은 성명서에서 “표 의원은 지난해 대정부질문에서 ‘잘생긴 남자 경찰관의 여학교 배치’를 문제 삼아 논란을 일으켰다”며 “표 의원은 더 이상 국민의 대표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권은희 의원 등 국민의당 여성 의원 8명도 비판성명을 냈다. 한국여성단체협의회는 65개 회원단체를 대표한 성명을 통해 “비열한 여성의 인격모독 행위를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 작가들 “민주당, 대통령 만들기 혈안”

논란의 당사자인 표 의원은 공개 사과 없이 페이스북을 통해 “표현의 자유를 인정해 달라”라고 주장했다. 표 의원은 “탄핵 심판을 앞둔 시기에 부작용을 일으킨 점에 대한 지적을 존중하고, 책임을 져야 한다면 지겠다”면서도 ‘더러운 잠’에 대해 “분명 제 취향은 아니지만 ‘예술의 자유’ 영역에 포함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전시회를 주최한 기획자와 작가들도 표 의원의 징계를 시도하는 민주당 지도부를 겨냥해 “민주당은 대통령 만들기에 혈안이 됐나. 표 의원을 희생양으로 삼지 마라”고 반발했다. 이 그림을 그린 이구영 작가는 의원회관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폭력적인 이유로 예술창작의 자유가 훼손된다는 것은 민주주의를 갈구하는 대한민국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여성 폄훼의 의도는 전혀 없었다”고 밝혔다.

유근형 noel@donga.com·박성진·김동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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