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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현장 속으로]"김영란법이요? 택배 물량 더 늘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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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 물량, 김영란법 전보다 더 빨리 늘어난 듯"

점심 거르면서 뛰고 또 뛰어도 11시 넘어야 집으로

뉴스1

설 연휴를 일주일여 앞둔 18일 오전 서울 금천구 CJ대한통운 가산동 터미널에서 택배기사들이 택배를 분류하고 있다. CJ대한통운은 지난 16일부터 내달 2일까지 약 3주간을 설 선물 특별수송기간으로 정했다. 회사 측은 경기 불황과 김영란법 여파에도 불구, 이번 설 물량은 작년 대비 약 20% 가량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또한 설 연휴 직전인 오는 24일 하루 최대 물량인 535만 상자를 배송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2017.1.18/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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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전보규 기자 = 어두컴컴하고 조용한 서울 금천구 가산디지털단지. 유독 한 건물에만 밝은 빛과 기계음이 새어 나온다. 아직 단지 내 출근하는 사람들도 눈에 잘 띄지 않는 오전 7시를 조금 넘긴 시간이지만 CJ대한통운 서울지사 서부 터미널은 고객에게 전달할 택배를 분류하는 작업으로 분주했다.

설 선물 특별수송 기간(이하 특수기)에 들어간 CJ대한통운 서부 터미널을 찾은 것은 설을 열흘 앞둔 지난 18일이었다.

◇택배 물량, 김영란법 전보다 더 빨리 늘어

대전 허브 터미널에서 싣고 온 물건을 내리는 10여 대의 11톤 대형 화물차를 지나 건물로 들어서니 수십 명의 택배기사가 컨베이어벨트 옆에 서서 자신이 배달해야 할 물건을 골라내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서부 터미널은 관악구와 구로구 지역에 배송될 물건을 분류하는 곳이다.

이날 서부 터미널이 소화해야 할 택배 물량은 8만4000개. 지난주보다 5000~6000개 정도 늘어난 숫자다. 터미널 관계자는 "설 선물이 아직 본격적으로 들어오기 전이라 앞으로 물량은 더 늘어날 것"이라며 "다음 주 화요일이 되면 정점을 찍을 것"이라고 말했다. CJ대한통운은 이번 설 특수기 배송될 택배 물량이 지난해보다 20%가량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김영란법으로 선물의 가격은 낮추는 대신 여러 곳으로 선물을 보내는 수요가 증가했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설 연휴가 짧아 고향에 못 가는 대신 택배로 선물을 보내는 사람들이 많을 수 있다는 점도 택배 물량 증가 요인으로 꼽힌다.

한 택배기사는 "경제가 어렵다는 얘기도 많고 김영란법 얘기도 많이 있었는데 다른 명절 때랑 크게 다른 게 없는 것 같다"며 "벌써 하루에 500개 정도 배송했다는 기사도 있는 것으로 봐서 오히려 다른 때보다 물량이 더 빨리 늘어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배송 물량이 평소 300~350개에서 특수기에 많게는 500개 이상으로 늘어나기는 하지만 그 시점이 예년보다 며칠 빠르다는 얘기다.

오전 7시부터 시작된 택배 분류작업은 오전 10시쯤 일차적으로 마무리됐다. 서부 터미널이 고객에게 조금이라도 더 빨리 택배를 전달하기 위한 배송 다변화 시스템을 적용하고 있어서다. 전체 350명의 택배기사를 2개 조로 나눠 1조가 그날 배송할 물건의 절반 정도를 싣고 나가면 2조가 그 이후 들어온 택배를 분류해 배송하고 오전 배송을 마친 1조가 다시 터미널로 돌아와 나머지 물량에 대한 2차 배송을 하는 방식이다.

◇뛰고 또 뛰어도 빨라야 11시 퇴근

10시를 조금 넘긴 시간. 배송지로 가기 위해 1차 분류 작업을 마친 택배기사 최대성씨(46)의 배송 차량에 탔다. 최씨는 차에 오르자마자 뜨거운 커피를 한잔 건넸다. 따로 시간을 내 커피를 마실 여유가 없는 그를 위해 아내가 매일 아침 준비해주는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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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성 CJ대한통운 택배기사(46)가 설 연휴를 일주일여 앞둔 18일 서울 관악구 신림동에서 택배를 배달하고 있다. 2017.1.21/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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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미널을 빠져나와 배송지인 신림동에 도착한 시간은 10시20분. 본격적인 배송에 들어간 최씨는 택배를 들고 뛰기 시작했다. 물건을 전달하고 차량에 돌아와 물건을 꺼내서 뛰고 또 뛰었다. 뛰어다니지 않으면 배송 물량을 다 소화하기 힘들어서다. 특히 배송물량이 늘어나는 특수기에는 더 빨리 움직여야만 한다.

쉴새 없이 움직이면서 차에 싣고 온 택배 150개를 전달하는 데 걸린 시간은 1시간20분이었다. 1분에 두 개꼴로 배송한 셈이다.

1차 배송을 모두 마친 11시40분. 오후에 배달할 물건을 실으려고 다시 터미널로 향했다. 점심시간이었지만 식사는 하지 않는다고 했다. 오후 배송을 마치고 픽업까지 하려면 시간이 부족해서다. 점심을 거르면서 일을 해도 저녁 9시는 돼야 집으로 향할 수 있다. 택배 물량이 더 늘어날 다음 주가 되면 아무리 빨라도 11시를 넘겨야 퇴근이 가능하다.

최씨는 "설 선물이 본격적으로 들어오는 다음 주면 아무리 적어도 하루 400개 이상, 많으면 600개 가까이 배송해야 한다"며 "이럴 때는 11시 넘어서 일을 마치는 게 일상적이고 거의 자정이 다 돼야 배송이 끝난다"고 말했다.

jbk8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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