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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Why] 안과 의사·안경사 '눈 싸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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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택트렌즈 처방권한 논란

안과의사 "병원 처방 필요"

최근 안과 질환 늘어난 건

올바른 처방없이

안경점서 렌즈 맞추기 때문

안경사 "우리도 전문가"

법률상 보장된 권리

렌즈 살때마다 병원 찾으면

소비자들만 불편

조선일보

콘택트렌즈 착용을 위한 시력검사 업무의 법제화를 놓고 안과의사와 안경사들이 대립하고 있다. 대한안과의사회는 콘택트렌즈를 구매하기 전 처방을 안과에서 받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안경사들은 자신들도 충분히 할 수 있는 업무라고 주장한다. / 조선일보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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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8월 안경점에서 난시용 콘택트렌즈를 사서 착용했던 대학생 김여솔(24)씨는 구입 직후부터 3개월간 힘든 시기를 보냈다. 갑자기 눈 초점이 맞지 않아 수업을 듣는 것이 힘들거나 계단이 잘 보이지 않아 발을 헛디뎠다. 두통에 시달리거나 체하는 날이 잦았고 버스나 지하철을 타면 심하게 멀미를 했다. 참다못해 시력교정전문 안과를 찾은 김씨는 난시용 렌즈가 각막을 지나치게 누르고 있다는 진단을 받았다. 김씨는 "원래 시력이 좌우 마이너스 3.25였는데 렌즈 낀 뒤로 더 나빠졌다"고 말했다.

대한안과학회에 따르면 최근 안경원에서 맞춘 콘택트렌즈를 착용한 뒤 각막염, 안구건조증, 각막궤양 등 각종 안과 질환이 발생한 사례가 늘고 있다. 콘택트렌즈 때문에 각막에 산소가 공급되지 않아 각막 주변부로 신생혈관이 자라나 눈 흰자가 빨개지거나 시력이 나빠지기도 한다. 렌즈를 착용하면 안 되는 눈임에도 불구하고 별다른 검사 없이 렌즈를 판매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고 학회는 보고있다. 지난 2013년 안과학회 자료에 따르면 콘택트렌즈로 인한 안과 환자의 89%가 안경점에서 렌즈를 구입했다. 2015년 한국갤럽 조사에 따르면 국민의 73%는 시력이 나빠지면 안과보다 안경원을 먼저 찾고 있다.

이런 와중에 지난 12월 국회에서 '시력검사'를 안경사 업무에 포함시키는 법률 개정안이 발의되자 안과의사 측이 반발하고 있다. 안과 처방 없이 판매한 콘택트렌즈 때문에 각종 안과 질환이 늘고 있는데도 안경사에겐 별다른 책임이 없다며, 콘택트렌즈 도수를 조정하기 위한 시력검사와 처방을 의사에게 맡겨야 한다는 것이다. 그간 안경사의 시력검사 업무는 대통령령으로 정하고 있었으나 국회가 이를 '의료기사 법'으로 승격시키려 하자 의사들의 반발이 일어났다.

대한안과의사회는 안과에서 진단과 처방을 내리면 안경사가 처방에 따른 콘택트렌즈를 판매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한다. 환자의 눈 상태에 대해서는 전문적인 의학 교육을 받은 안과의사가 더 잘 안다는 것이다. 최철영 대한안과학회 정책이사는 "안과 의사에 의한 눈 건강과 정확한 시력검사, 올바른 처방 없이 콘택트렌즈가 무분별하게 판매되고 이용되는 것을 방치하면 국민들의 눈 건강에 심각한 위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안경사 측도 양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현행법상 콘택트렌즈 판매는 안경사의 권한이며 안경사 역시 의사 못지않은 콘택트렌즈 전문가라고 주장한다. 이형균 대한안경사협회 총무이사는 "콘택트렌즈를 판매하기 위한 안경사들의 자체적인 시력검사와 렌즈 판매는 법률상 보장된 권리"라며 "안경사는 대학에서 콘택트렌즈에 대해 전문적으로 공부한 사람들이기 때문에 시력검사와 렌즈 판매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의사들 주장처럼 콘택트렌즈를 안과 처방을 받아야만 살 수 있도록 하면 안경사들의 경쟁이 훨씬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대한안경사협회 집계에 따르면 전국 안경원 수는 8500~9000개다. 미국 전체 안경원 수가 1만 개 정도인 것을 감안하면 무척 많은 숫자다. 안경원 특성상 단골손님들이 많은데 콘택트렌즈를 살 때마다 의사 처방을 받아야 한다면 단골손님을 다른 안경원에 뺏긴다는 것이다. 서울 신촌에서 25년째 안경원을 운영하고 있는 안경사 박모씨는 "안경원과 안과 수가 늘어나고 전반적으로 경기가 안 좋아지면서 안경원들의 매출이 크게 줄어들었다"며 "렌즈를 쓰는 사람들에게 생필품과 같은 콘택트렌즈를 살 때마다 안과 처방을 받도록 하면 소비자 불편이 느는 것은 물론이고 안경원들이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진형 한국콘택트렌즈학회 총무이사는 "렌즈 사용자들은 기본적으로 렌즈가 의료기구라는 것을 명확히 인식해야 한다"며 "적어도 처음 렌즈를 끼는 사람은 안과에서 기본적인 검진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고, 이후에도 수시로 안과를 찾아 검진을 받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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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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