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 수용된 57명에 배상 판결
정부서 조성·운영은 인정 안 해
서울중앙지법 민사22부(재판장 전지원 부장판사)는 20일 이모씨 등 미군 기지촌 성매매 여성 120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낙검자 수용소’에 갇혀 치료를 받은 57명에 대해 국가가 500만원씩 지급하라”고 선고했다.
이씨 등은 195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 경기 파주·평택시 등 미군 기지 주변에서 미군을 상대로 성매매를 한 여성들로, 성매매가 용이하게 이뤄지도록 국가가 기지촌을 조성·관리해 피해를 입었다며 지난 2014년 6월 각각 1000만원씩을 지급하라는 소송을 냈다. 이들은 국가가 성매매 단속도 하지 않고 오히려 ‘애국 교육’을 실시해 미군에 대한 성매매를 정당화했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당시 정부가 성병 감염 진단을 받은 여성 등을 낙검자 수용소에 강제수용해 치료하고 완치 판정을 받을 때까지 나갈 수 없게 한 것은 법적 근거가 없어 위법하다”며 “1977년 8월 격리수용에 관한 법이 제정되기 전 수용된 57명에 대해 국가가 손해를 보상해야 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손해배상 채권 시효가 5년이므로 원고의 권리가 소멸됐다는 정부 측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외관상 공권력의 집행이었고 미군 등에 대한 서비스와 청결을 강조하는 교육을 수시로 받아 위법함을 쉽게 인식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며 “국가가 원고들의 권리행사를 곤란하게 만든 것이기 때문에 소멸시효를 인정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했다.
재판부는 다만 국가가 기지촌을 조성·운영했다고 보기에는 증거가 부족하다고 봤다. 재판부는 “정부의 기지촌 종합개발계획 등을 보면 환경 개선과 성병 관리 등 공익적 목적이 있어 성매매를 강요하거나 촉진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며 “정부가 단속을 하지 않았더라도 원고들이 스스로 위법한 성매매를 한 이상 주된 책임이 국가에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이혜리 기자 lhr@kyunghyang.com>
▶ 경향신문 SNS [트위터] [페이스북]
▶ [인기 무료만화 보기]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