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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열 번이나 버림받은 개, 평생 가족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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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학대를 당한 것으로 추정되는 셰리는 잦은 병을 앓으면서 10차례나 파양됐다. 레이디 셰리(Lady Cherie) 페이스북


아픈 몸과 불안증세로 열 번이나 파양 당한 개를 평생 보듬어줄 가족이 나타났다.

미국 텍사스주 샌안토니오에서 열린 동물입양행사. 검정색 개를 입양하고 싶었던 티렐라 프랭크와 친구 레니 본은 ‘숙달된 훈련사만 들어갈 수 있다’는 안내문구가 붙은 방을 발견했다. 방에는 흰색 래브라도리트리버 혼종견 ‘셰리’가 두려움에 떨고 있었다. 프랭크는 동물전문매체 도도와의 인터뷰에서 셰리를 처음 봤을 때 “사랑에 빠졌던 것 같다”고 회상했다.

셰리는 사람을 두려워했기 때문에 프랭크와 본은 바닥에 앉아서 셰리의 신뢰를 얻기 위해 기다렸다. 기다림 끝에 셰리는 천천히 본의 무릎으로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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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리를 입양한 티렐라 프랭크는 “처음 본 순간 사랑에 빠졌다”고 밝혔다. 레이디 셰리(Lady Cherie)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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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리가 사람을 두려워하는 이유에 대해 정확히 아는 사람은 없었다. 처음 아파트 단지에서 발견됐을 때부터 몸 상태가 좋지 않았던 것으로 보아 학대를 당했을 것으로 추측할 뿐이었다. 구조 당시 셰리는 피투성이가 된 채 12마리의 강아지와 함께였다.

12마리의 강아지들은 보호소에서 지내면서 모두 중성화 수술을 거친 다음 새로운 가족을 만날 수 있었다. 하지만 셰리는 몸 상태로 인해 입양처를 구하는 것이 힘들었다. 셰리는 귀가 멀었으며 시력도 약한 편이다. 또 불안증세를 앓는 까닭에 다른 개들과 친근하게 지내지도 못했다. 거기에 더해 심장사상충으로 인한 병을 앓으면서 많은 치료를 받아야 했다. 셰리는 많은 관심과 보호가 필요한 반려견이었지만, 셰리를 입양했던 사람들은 이를 감당하지 못했고 결국 10차례나 입양됐다가 파양되기를 반복했다.

프랭크와 본도 처음에는 셰리를 입양하는 것은 부담스러워했다. 처음에는 임시 보호만 하려고 했다. 하지만 이들은 임시 보호를 하는 시간 동안 정이 들어버렸고 셰리를 다시 보호소로 보낼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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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리는 다리를 다친 이후 걸을 수 없는 상태다. 프랭크는 셰리의 이동을 위해 손수레를 준비했다. 레이디 셰리(Lady Cherie)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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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랭크와 본이 사랑을 담아 보살핀 덕분에 셰리의 불안증세도 사라졌다. 정신적 안정은 찾았지만 셰리의 몸 상태는 점점 나빠졌다. 셰리는 입양될 당시 췌장염을 앓고 있었고 여러 차례 요로감염증에도 시달렸다. 지난 해 다리를 다치면서 더 이상 걸을 수 없는 상태가 됐다. 하지만 프랭크와 본은 포기하지 않았다. 셰리의 수술 날짜를 기다리는 동안 프랭크와 본은 셰리를 데리고 다닐 손수레를 마련했다. 손수레 바닥에 푹신한 매트를 깔고 셰리가 가지고 놀 수 있는 장난감도 담았다.

프랭크는 “매일 아침 우리가 일어날 때마다 셰리는 행복해 한다. 꼬리를 흔들며 콧소리를 내고 우리와 대화하려 한다”며 이제는 셰리 없는 삶을 상상할 수 없다고 전했다.

정진욱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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