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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광장 정서’ ‘낙인 찍기’…한국 언론이 이재용을 두둔하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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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18일 이 부회장 영장실질심사 앞두고 특검 비판하는 보도 홍수

“특검, 이 부회장이 트럼프 못 만나게 출금했다” 소설성 보도도

누리꾼들 “경제가 정치 정의에 볼모일 수는 없다”며 특검 옹호


한겨레

박근혜 대통령에게 뇌물을 제공한 혐의 등을 받는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이 18일 오전 영장 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 출석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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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운명의 날‘이 밝았습니다. 물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운명의 날입니다. 이 부회장은 오늘 서울중앙지법에서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심문)를 받습니다. 본인 생애 최대의 고비입니다. 영장 발부 여부는 밤 늦게 혹은 19일 새벽께 결정날 것으로 보입니다. 앞서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박 대통령과 최순실씨 쪽에 433억원을 지원한 혐의(뇌물공여) 등으로 지난 16일 이 부회장의 구속영장을 청구했습니다.

헌데 구속영장을 청구한 날부터 보수언론과 경제지들이 우려를 표하기 시작했습니다. <한국경제> “경제 파장보다 ‘광장 정서’ 선택한 특검”, <서울경제> “벼랑 끝 내몰린는 기업, 수난 언제까지”, <매일경제> “탄핵 유탄...기업하기 두려운 대한민국”… 주요 경제지들의 1면 보도입니다. 보도 내용을 정리하면, 글로벌 기업인 삼성전자 부회장을 굳이 구속해서 수사할 필요가 있냐는 겁니다. 특검이 이성적으로 경제 파장은 고려하지 않고 감정적으로 ‘광장 정서’를 따랐다고 목소리를 높입니다. 특히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 204억원을 뇌물공여 혐의에 포함한데 대해선 ‘반 강제적 출연’이었다고 두둔하며, 죄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지적합니다.

한겨레

1월17일 <한국경제> 1면 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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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장실질심사가 이뤄지는 18일엔 이들의 우려가 정점을 찍습니다. 보도를 살펴보면, 18일은 이재용 부회장 운명의 날이 아니라 ‘대한민국 운명의 날’인 듯 합니다. 특검의 이 부회장 출국금지 시점을 트집 잡으며, 악의적으로 왜곡 보도한 곳이 있습니다. <한국경제>는 1면 하단에 “트럼프 ‘IT 거물회동’ 직전 특검, 이재용 못 가게 막았다”라는 기사를 실었습니다. 이 부회장이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자의 기업인 회동에 외국인으론 유일하게 초대를 받았는데, 특검의 출국금지로 인해 참석하지 못하게 됐다는 내용입니다. 심지어 특검이 ‘의도적’으로 이 부회장과 트럼프 당선인의 회동을 막았다고 주장합니다. “이 부회장이 트럼프 당선자를 만나면 삼성의 글로벌 위상이 부각돼 특검 입장에선 구속이 어려울 것이란 판단을 한 것 같다”고 재계 관계자의 말을 인용했습니다. 수사가 진행 중일 때 주요 관계자는 늘 출국금지돼 왔습니다. 이 부회장의 출국금지는 특검의 ‘기행’이 아니라는 말입니다.

한겨레

1월18일 <한국경제> 1면 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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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는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을 가정해 또 다른 우려를 보도했습니다. “삼성 앞에 ‘美 부패방지법 리스트’”라는 제목의 기사를 1면과 3면에 실었습니다. 구속영장 발부도 아닌 청구 자체를 문제삼습니다. ‘특검의 이 부회장 영장 청구로 인해 미국 사법 당국이 삼성전자를 부패기업에 강력한 벌칙을 가하는 해외부패방지법 적용 대상으로 삼을 빌미를 줄 수 있다’는 겁니다. 특검이 삼성을 ‘비리기업’으로 낙인 찍어 미국에서 엄청난 벌금을 받을 수 있게 됐다고 우려합니다.

한겨레

1월18일 <조선일보> 1면 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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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데 <조선일보>가 우려하는 미국의 부패방지법 적용은 미국 기업과 미국 증시에 상장된 외국기업을 대상으로 합니다. 삼성전자는 미국 상장기업이 아니지요. 이에 대해 <조선일보>는 변호사의 말을 인용해 “한국 본사에서 미국 자회사로 제품을 수출하고 있으니 해외부패방지법이 적용될 여지가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반면, 외국언론의 보도는 어떨까요? <월스트리트 저널>은 이 부회장 구속영장 청구에 대해 ‘재벌 개혁을 위한 영장’이라는 제목의 사설을 실었습니다. 신문은 “이전에도 족벌경영 대기업들이 뇌물 공여 혐의로 기소된 적이 있지만, 부패에 물든 정치 문화는 그런 위기에도 살아남았다. 그러나 이번에는 다르다”고 짚었습니다. ( ▶관련기사 : WSJ “재벌개혁을 위한 구속영장”…외신들 이재용 영장에 관심 집중 )

기업 범죄에 대한 지적 없이 기업 감싸기에만 급급하는 한국의 일부 언론 보도에 대해 여론은 싸늘하기만 합니다. 누리꾼 Woo****은 “이 기사의 논리는 돈을 잘 버는 기업은 죄를 지어도 구속해선 안된다 이런건가?”며 “법 앞에 공정하게 처벌 받아야 더 경제가 원활하게 돌아갈 것이란 생각은 안 하는 것이냐”고 꼬집었습니다. 또 다른 누리꾼 Ch***** 역시 “경제가 정치 정의에 볼모일 수는 없다”고 밝혔습니다. 광고에 의해 신문 논조가 좌우되는 현재의 언론 환경을 지적하기도 합니다. 김**씨는 “경제지다운 기사”라며 “삼성에서 (광고비가) 입금됐나보다”고 댓글을 달았습니다.

황춘화 기자 sflow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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