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3.29 (금)

[속담말ㅆ·미] ‘웃으며 겨자 먹기’ 회식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직장인들의 애환이 코믹하게 담긴 웹툰들을 때론 웃음기 빼고 보면서 생각합니다. ‘이사부터 평사원까지 모두가 힘겨워하면서 왜 헬조선 직장문화를 바꾸지 못할까?’ 얼마 전 화제가 된 문유석 판사의 칼럼 ‘전국의 부장님들께 감히 드리는 글’에 ‘사이다’를 외치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그중 한 구절입니다. “저녁 회식 하지 마라. 젊은 직원들도 밥 먹고 술 먹을 돈 있다. 친구도 있다. 없는 건 당신이 뺏고 있는 시간뿐이다. 할 얘기 있으면 업무시간에 해라.”

요즘 많은 직장인들이 저녁이 있는 삶을 간절히 바란다고 합니다. 그럼에도 돌아올 불이익 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로 참석하는 게 회식입니다(‘회식은 업무의 연장’이라면서 정작 야근수당은 안 나오죠). 고생했으니 먹고 마시며 기분 풀라는 회식 자리에 억지춘향 ‘웃으며 겨자 먹는’ 직원들과 이를 흐뭇하게 바라보는 ‘부장님의 시간’이 겹쳐집니다. 어떤 회사에서 직원들의 애로사항을 조사했더니 가장 많은 불만이 ‘회식’이라는 결과가 나왔는데, 보고를 받은 대표가 갸우뚱하면서 그랬다죠. “왜? 아직도 회식이 부족해?” 회식이 과연 직원들에게 복지고 보상일까요?

외국 기업에 간부로 간 사람이 현지 직원들과 ‘다 같이 잘 해보자’며 사비까지 털어 회식했는데, 다음날 참석한 직원들로부터 시간외근무수당 청구서를 줄줄이 받았다고 합니다. ‘시간은 돈’이란 당연한 사실을 한국은 회식하는 시간에는 적용하지 않아 왔던 것입니다.

퇴근 후의 시간은 자신과 가정을 위한 시간입니다. 재충전의 시간이기도 합니다. 요즘 ‘잠재력을 원한다면 잠과 재력을 베풀어라’라는 말이 돕니다. 열정과 창의를 원한다면 먼저 그에 걸맞은 바탕부터 주어져야 한다는 말이죠. 술기운으로 쥐어짠 ‘위하여’가 아닌, 나와 일을 위하여 다양한 시도를 해볼 수 있는 각자의 진정한 자유시간 말입니다.

<김승용 | ‘우리말 절대지식’ 저자>

▶ 경향신문 SNS [트위터] [페이스북]
[인기 무료만화 보기]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