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4 (수)

[여적]화성 식민지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일론 머스크는 2002년 인터넷 전자결제서비스 회사 페이팔 매각대금으로 1억7000만달러를 손에 쥐었다. 친구가 “이제 뭐할 거냐”고 묻자 머스크는 뜬구름을 잡았다. “인간은 왜 화성에 갈 수 없는 걸까.” 갈 수 없는 이유는 분명했다. 1989년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시뮬레이션 결과 비용이 무려 5000억달러(500조원)였다. 그러나 31살의 머스크는 “직접 화성행 로켓을 만들어 보겠다”고 했다. 곧 우주 항공회사인 ‘스페이스X’를 설립했다. 2012년 “20년 안에 화성에 8만명이 살 수 있는 시설을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한정된 지구에 안주해서는 인류의 멸망을 막을 수 없으니 화성으로 진출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었다. 머스크는 “시간이 급하다”고 했다. 화석연료 남용 등 지구의 위기가 목전에 다다랐다는 것이다.

머스크는 스페이스X와 함께 전기자동차 ‘테슬라’, 태양광 발전회사인 ‘솔라시티’를 설립했다. 식민지 개척의 시간을 벌려면 지구를 일단 깨끗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머스크는 “테슬라는 화성 식민지의 징검다리”라 했다. 뭐니뭐니 해도 화성 식민지의 관건은 로켓 비용의 절감이다. 4번의 실패 끝에 발사에 성공한 머스크의 로켓 팰컨 1·9호의 개발 비용은 3억9000만달러(4000억원)이다. 만약 미 항공우주국이 고유의 방식으로 팰컨 로켓을 개발했다면 10배인 최고 40억달러가 들었을 것이다.

기존의 로켓은 우주선을 쏘아올리는 임무를 마치면 바다로 추락하거나 대기 중에서 소멸된다. 머스크는 획기적인 비용 절감 방안을 밝혔다. 로켓이 재활용될 수 있다면 발사 비용을 100분의 1까지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엊그제 통신위성 10개를 실은 ‘팰컨 9호’ 로켓이 성공적으로 발사됐다. 무엇보다 로켓을 무난히 회수했으니 재활용할 수 있다. 머스크가 1인당 50만달러로 책정한 화성 이주 비용이 더 싸질 수도 있겠다. 화성은 아쉬운 대로 머스크의 꿈을 이뤄줄 행성이다. 우선 사계절이 있다. 매우 희박하지만 대기(지구의 0.7%)도 있다. 화성의 얼음을 전기분해하면 수소와 산소를 얻을 수 있다. 평균기온(영하 60도)도 지구의 극지 정도이니 어떻게든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이다. 머스크의 ‘허황된’ 꿈은 15년 만에 현실로 다가오는가.

<이기환 논설위원>

▶ 경향신문 SNS [트위터] [페이스북]
[인기 무료만화 보기]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