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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세상읽기]‘위안부’ 재협상해야 하는 세 가지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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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당초 돈으로 해결될 일이 아니었던 위안부 문제가 부산의 일본 총영사관 앞 ‘평화의 소녀상’ 설치로 한·일 간 외교갈등 사안으로 재부상했다. 최근 실시된 각종 여론조사에서 국민의 60% 이상이 위안부 합의의 무효화나 재협상을 요구하고 있고, 주요 대권주자들도 합의에 부정적이다. ‘정권이 바뀌어도 합의를 실행하는 게 나라의 신용 문제’라며 일본의 아베 총리는 박근혜 정부뿐 아니라 차기 정부도 압박하고 있다.

경향신문

12·28 위안부 합의를 쫓기듯 졸속으로 결정한 지도자의 시대적 의제에 대한 통찰력 부족, 그리고 인간의 존엄 특히 여성의 존엄을 지켜주지 못한 박근혜 정부에 대해 위안부 피해자는 물론 여론도 비판적이다. 그러나 아베 총리의 ‘성의있는 이행’ 압박에 위안부 문제가 국내 정치 이슈로 재부상한 것이 다른 측면에선 12·28 합의에 대한 재평가와 문제점을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벌어주어 오히려 다행스럽다고 생각한다. 박근혜 정부가 밀실에서, 여론도 무시한 채 졸속으로 ‘얼렁뚱땅’ 끝낼 수 없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국제사회도 인정한 반인도적 범죄인 위안부 문제는 반드시 재협상해야 한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위안부 문제는 일본 정부가 한국 정부를 압박하기 위해 들고나온 ‘영사 문제 관련 비엔나협약’ 위반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전쟁 시기 민족차별 문제고, 여성인권 유린 문제고, 일본 정부가 조직적으로 개입한 성폭력 문제다. 그래서 위안부 문제는 일본의 정권이 바뀌어도 진정성 있게 사죄하고 보상해야 하는 국가범죄다. 이 문제는 10억엔을 받고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인 면죄부를 일본에 주고 마무리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차기 정부에서 이 문제를 제대로 풀기 위해서는 박근혜 정부가 무엇을, 어떻게 잘못했는지에 대해 밝혀야 할 것이다.

둘째, 부산 소녀상 설치에 대해 일본 관방장관이 ‘약속은 지키라’고 큰소리쳤다. 일본 총리와 장관의 고압적인 행동에 한마디 항의도 못하는 이유가 혹시라도 ‘이면합의’ 때문이라면 이 또한 재협상해야 하는 이유다. 분명 정부는 2016년 9월12일 ‘소녀상과 관련해서 이면 합의는 없었다’고 했다. 김영삼 정부 때인 1993년 3월부터 유지해온 위안부 문제에 대한 한국의 도덕적 우위가 박근혜 정부 들어 무너졌다.

만약 소녀상 철거를 포함한 이면합의 토대 위에서 위안부 문제가 봉합됐다면 일본은 앞으로 두고두고 물고 늘어질 것이다. 차기 정부는 위안부 문제만은 국민 대다수의 여론을 수렴하여 밀실협상이 아닌 투명한 협상을 통해 일본과 재협상해야 한다.

셋째, 위안부 문제에 대해 그동안 한국 정부가 견지해 왔고 박 대통령 자신도 지켜온 입장을 하루아침에 버리고, 2015년 12월 쫓기듯 합의한 진짜 이유가 무엇인지 국민들은 궁금해한다. 혹시라도 한국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제3국의 ‘권유’성 ‘강박’이 있었다면, 그것 때문에 위안부 합의는 원천적으로 무효다. 국제법상 ‘강박에 의한 조약의 효력은 무효’이기 때문이다.

효력이 무효화된 합의는 어차피 파기되거나 재협상돼야 한다. 국제정치적 강박을 통해 합의를 해놓고, 비엔나협약을 들먹이면서 약속을 지키라고 일본이 한국을 압박하고 있다. 그런 일본을 상대로 재협상하기 위해서라도 일본이 냈다는 ‘거출금’ 10억엔부터 돌려줘야 한다. 외교의 기본원칙이 무너졌는데 ‘외교협상 결과는 존중돼야 한다’느니 ‘국제관계상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하는 건 외교관들의 자기합리화에 불과하다.

외교부가 강조하는 국가신용, 물론 중요하다. 그러나 국가신용보다 중요한 것이 인권이고 국민의 자존이다. 조기대선으로 곧 차기 정부가 들어선다. 일본이 힘 잃은 박근혜 정부를 휘둘러 12·28 위안부 합의에 대못을 치려고 하지만, 국민은 받아들일 수 없다. 탄핵소추된 식물대통령의 권한대행과 식물정부의 외교안보팀도 차라리 그냥 가만히 있어 주는 게 더 큰 재앙을 막는 길이다. 차기 정부는 일본에 10억엔을 돌려주겠다는 결연한 각오로 위안부 문제를 재협상해야 할 것이다.

<황재옥 | 평화협력원 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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