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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사설]재벌의 지배구조 개선 약속, 빈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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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대기업은 불법이 드러날 때마다 지배구조 개선을 약속했으나 구두선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5일 경제개혁연대가 내놓은 ‘기업의 지배구조 개선 공약과 그 이행 현황’을 보면 대기업들은 구조조정본부 해체, 이사제 기능 강화, 책임경영 강화, 순환출자 해소 등 약속을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 구조조정본부는 이름을 바꾸어 유지했고, 이사제는 질적인 개선이 없었으며, 대기업 총수는 구속된 뒤에도 등기이사직을 유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론무마용으로 국면을 전환하기 위해 시늉만 낸 것 아닌가 한다.

지배구조 개선은 대기업이 문어발 확장을 하면서 꾸준히 제기돼왔다. 재벌개혁의 핵심 사안이기도 하다. 한국 기업의 지배구조 문제는 총수가 일부 지분을 가지고 다수의 기업에 황제와 같은 권한을 행사하고, 이를 다음 세대까지 세습하면서 편법·탈법·불법행위를 하는 걸 말한다. 규모가 크든 작든 재벌형태로 운영되는 기업에 보편적으로 해당된다. 이 과정에서 정치권력과 대기업은 이권과 돈을 거래하는 이른바 정경유착을 한다.

이번 박근혜 대통령과 대기업 간 거래도 마찬가지다. 대통령이 기업의 고충을 해소해주는 대가로 대기업은 미르재단이나 K스포츠재단에 많게는 수백억원을 기금으로 내놓았다. 기업들은 내부통제 시스템도 거치지 않은 상태에서 이들 재단에 거액을 출연했다. 대기업 총수가 가진 과도한 권한이 정상화되고, 총수를 감시할 이사회가 존재하는 등 지배구조 개선이 이뤄졌다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한국은 세계 11위의 경제대국이지만 기업의 지배구조는 후진국 수준이다. 아시아지배구조협회가 최근 발표한 ‘2016년 기업지배구조 보고서’에서 한국은 12개국 중 ‘기업 실천’ 부문 꼴찌를 기록했다고 한다. 대기업의 지배구조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안될 상태에 이른 것이다. 독점적, 폐쇄적 지배구조하에서 투명하게 기업이 경영되기를 기대할 수 없다. 지배구조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정경유착의 ‘흑역사’도 단절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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