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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사설] 삼성과 재계도 이번 기회에 구태 청산에 팔 걷어붙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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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16일 구속영장이 청구돼 삼성그룹을 흔들고 있다. 연 매출 300조원이 넘는 글로벌 기업의 경영공백은 물론 대외 신인도 하락 등 충격파가 이만저만하지 않을 전망이다. 이건희 회장이 와병 중인 데다 이 부회장까지 구속되면 경영에 치명타를 입을 가능성이 크다. 더욱이 이미지 훼손과 브랜드 가치 하락 우려 또한 이만저만하지 않다.

더욱이 특검이 미르•K스포츠재단에 대한 204억원 출연까지 대가성 있는 뇌물로 본 데 미루어 SK와 롯데 등을 비롯한 다른 대기업에도 불똥이 튈 가능성이 커졌다. 제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신성장 동력과 차세대 먹거리 발굴에 매달려야 할 재계에는 커다란 부담이다. 대한상공회의소와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이 부회장 구속 여부를 신중히 판단해 달라고 법원에 요청한 이유일 것이다. 삼성은 특검의 수사 방향이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공갈ㆍ협박의 피해자일 뿐 어떠한 반대 급부도 바라지 않았다는 것이다. 특검 수사가 박근혜 대통령에서 시작돼 보건복지부와 국민연금관리공단을 거쳐 삼성에 이르는 다단계 뇌물 고리를 미리 상정, 여기에 삼성그룹의 계열사 합병 사실을 억지로 끼워 맞추려 한다고 반발해 왔다. 이 부회장에 대한 뇌물 공여 혐의를 제대로 입증하지 못하면 박 대통령의 뇌물 혐의 수사 전체가 곧바로 벽에 부딪히게 됨은 물론이다. 하지만 도주나 증거인멸 우려가 거의 없는 이 부회장을 굳이 구속 수사해야 하는지는 논란의 여지가 없지 않다.

다만 어떤 형태로든 이 부회장의 기소는 피할 수 없는 사실이 됐다는 점에서 삼성의 깊은 반성부터 요구된다. 군부정치가 종식된 지 30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구태의연한 정경유착 관행에 기댄 것은 입이 열이라도 할 말이 없다. 권력의 강요에 마지못해 따랐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그런 ‘굴복’을 통해 다른 이익을 겨냥하지 않았다고 자신 있게 말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조금이라도 흔적이 남았다면 그런 구시대적 폐습을 이 기회에 말끔히 정리해 내야만 한다. 결과적 정경유착도 다른 기업에 상대적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시장의 공정한 질서를 교란하는 행위로 간주되기 십상이다. 그 점에서 지금이라도 삼성은 진실의 마지막 조각이라도 분명히 하고, 국민의 이해와 용서를 구하는 게 급선무다. 아울러 이를 계기로 ‘제왕적’ 총수가 모든 것을 결정하는 경영체제와도 결별해 마땅하다.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춘 투명한 경영시스템이 확립돼야 권력의 압박에도 기업 내부의 자동거부 시스템으로 맞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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