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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이재용 부회장 영장청구 놓고 고심하는 특검,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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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검 "중대사안이라 많은 고민 필요"…법조계 "혐의입증 잘 안된거 아니냐" 지적도]

머니투데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2일 오전 서울 대치동 특검사무실에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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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수 특별검사팀이 국내 1위 기업 총수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놓고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뇌물공여' 피의자임을 분명히 했지만, 아직 이 부회장의 혐의 입증이 완벽히 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특검 역시 향후 박근혜 대통령 뇌물죄 수사의 성패가 걸린 사항인 만큼 신중한 입장이다.

15일 특검팀에 따르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받는 혐의는 뇌물공여 및 위증 혐의다. 특검팀의 주장대로라면 이 부회장은 100억 원이 넘는 뇌물을 건네고 위증을 했고, 이 일로 국민연금에 수천억 원대 피해를 입힌 주범이다. 혐의사실만 보면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는 당연한 수순으로 보인다.

특검팀은 그러나 이 부회장의 영장청구를 놓고 며칠째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 "워낙 중대한 사안이기 때문에 고려할 점이 많다"고 그 배경을 설명했다. "법과 원칙에 따라 수사할 뿐"이라고 밝혔지만, 법리적인 부분뿐 아니라 국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 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는 의미로도 읽혔다.

그러나 법조계에서는 이 부회장에 대한 혐의 입증이 아직 부족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검이 이 부회장을 구속하기 위해서는 뇌물죄 입증이 관건이다. 위증의 죄질도 나쁘긴 하지만, 1위 기업 총수를 구속 수사하기에 충분한 범죄는 아니다.

뇌물죄의 핵심은 '대가성'이다. 이 때문에 특검은 삼성의 최순실씨 일가에 대한 지원의 대가성을 밝히는데 초점을 맞춰왔다. 특검이 의심하는 '대가성' 거래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두고 벌어졌다. 박 대통령이 국민연금에 합병 찬성 압력을 가한 대가로 삼성 측이 최씨 일가를 지원했다는 것이 특검의 그림이다.

문제는 합병이 성사된 시점이 2015년 7월 17일이고, 25일 박 대통령과 이 부회장의 독대가 이뤄졌다는 점이다. 삼성전자의 최씨 모녀에 대한 송금은 더 늦은 9월 이후 이뤄졌다. 미르·K스포츠재단에 출연금을 낸 것도 이후의 일이다. 청탁과 함께 금품을 전달하고 일이 성사되는 통상적인 뇌물범죄와 달리 순서가 반대로 꼬여있는 것이다.

삼성 측은 이 같은 사실관계를 근거로 "최씨의 독일 법인에 돈을 송금한 것과 그보다 앞선 계열사 합병은 아무 상관이 없기 때문에 뇌물죄가 성립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주장을 뒤집어야 하는데 직접적인 진술을 확보했는지 여부는 불투명하다.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수첩, 제2의 태블릿 PC 등에서 정황증거는 이미 확보해놨지만, 직접적인 진술 없이는 대가성 입증이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이 부회장 등 삼성 고위층 관계자들은 모두 대가성을 부인하고 있는 상황에서 특검이 뇌물 수수자인 박 대통령에 대한 조사를 아직 하지 못한 것도 걸림돌이다.

대가성이 입증되지 않으면 삼성은 대통령과 최씨 강요 범죄의 피해자다. 최고 권력자의 압박에 못 이겨 돈을 보낸 기업인 중 하나인 셈이다. 특검이 혐의 입증 없이 무리하게 이 부회장의 영장을 청구했다 기각될 경우 수사 동력을 상실하면서 다른 수사에까지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영장이 발부되더라도 향 후 무리한 수사였음이 드러나면 '여론을 의식해 무리하게 이 부회장에게 구속영장을 청구했다'는 비판에 시달리게 된다.

이 때문에 특검은 박 대통령에게 포괄적 뇌물죄 적용도 검토하고 있다. 포괄적 뇌물죄는 1997년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을 기소할 때 적용된 법리다. 대법원은 "뇌물은 대통령의 직무에 관하여 공여되거나 수수된 것으로 족하고 개개의 직무 행위와 대가적 관계에 있을 필요가 없으며, 그 직무 행위가 특정된 것일 필요도 없다"고 판단을 내렸다. 대가성 입증에 있어서 느슨하게 판단했다.

그러나 이 경우 최씨와 박 대통령이 경제적 공동체였음을 입증해야 한다. 이 또한 녹록하지 않은 게 사실이다. 특검 역시 이 같은 상황을 인식하고 이 부회장에 대한 영장청구에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 관계자는 "늦어도 내일 오전에는 이 부회장을 비롯한 삼성 고위층 관계자의 신병처리 여부에 대한 결론을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태성 기자 lts320@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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