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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美 검찰 기소장 입수 “반주현, 가족 명성 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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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관기사] ☞ [뉴스9][단독] 반기문 동생·조카 기소…“가족 명성 수회 언급”

반기상-주현 부자, 경남기업 “랜드마크72” 매각 주관 사건 전모 드러나

지난해 10월 서울북부지법은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의 조카 반주현 씨에게 고 성완종 회장의 경남기업에 59만달러를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반주현 씨가, 경남기업이 베트남 하노이에 건설한 ‘랜드마크72’의 매각 주관사의 담당자로서, 경남기업에 ‘카타르의 국부펀드가 랜드마크72를 인수하겠다’는 내용의 의향서를 전달해, 경남기업이 반씨 회사에 돈을 송금했지만, 이 의향서가 위조였던 만큼 반씨가 경남기업에 59만달러를 배상하라는 판결이다.

뉴욕연방검찰이 바로 그 사건의 전모를 파헤쳐, 반기상-주현 부자, 미국 국적의 공모자 말콤 해리스, 반주현의 조력자 우상 씨 등 4명을 미 연방형사법상 해외부패방지법 위반, 사기, 돈세탁, 문서 위조, 신용 도용 등의 혐의로 기소했다. 이번 사건은, 미연방검찰, 미법무부는 물론 FBI 국제부패전담반까지 장기간 합동수사한 끝에 기소에 이르렀다. 미 당국이 그 만큼 사건을 심각하게 보고 있다는 것이다.

미연방검찰이 밝힌, 반기상 씨에게 적용된 혐의의 최대 형량이 30년, 반주현 씨에게 적용된 혐의의 최대 형량은 62년, 말콤 해리스 씨에게 적용된 혐의의 최대 형량은 32년, 우상 씨에게 적용된 혐의의 최대 형량은 5년이다. 미 연방검찰은 반 전 총장의` 조카, 반주현 씨를 사건의 최대 주범으로 적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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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가 단독 입수한 반주현-반기상 씨에 대한 미국 검찰의 기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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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연방검찰 “반주현, 끝없는 뇌물 시도-사기-위조”

미 연방검찰이 기소장을 통해 밝힌 사건의 개괄은 다음과 같다.

경남기업이 유동성 위기에 시달리던 지난 2013년 경남기업의 고문이었던 반기상 씨가, 이같은 거대 계약을 체결한 경력이 한번도 없었던, 뉴욕부동산업체에서 일하던 아들 반주현 씨를 경남기업에 소개해, 당시 반주현씨가 일하던 업체가 ‘랜드마크72’의 매각 주관업체로 선정되고, 반주현씨는 매각 주관 담당자가 된다. 이 계약이 성공할 경우, 이 업체와 반주현 씨는 수백만 달러의 커미션을 받기로 계약했다.

하지만 처음부터 반주현 씨는 정상적으로 매각 절차를 추진하지 않고, 지인으로부터 소개받은 말콤 해리스를 통해, 중동 국가 관리에게 뇌물을 주고 매각을 추진하고자 시도한다. 말콤 해리스는 자신이 중동의 한 국가 왕족의 대리인이라며, 중동국가의 국부펀드가 랜드마크72를 인수하도록 주선하겠다고 제안한다. 한국법원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 중동국가가 바로 카타르다. 두 사람은 카타르 국왕 또는 관리를 통해 카타르국부펀드가 랜드마크72를 인수하도록 추진하기로 공모한다.

주현 씨는 2013년 9월 유엔총회 기간, 뉴욕을 방문중인 중동국가수반(카타르 국왕)을 만나려고 계획했다. 그러면서 경남기업으로부터 돈을 받아 중동국가수반에게 2만8천 달러(우리 돈 3천 4백만 원)의 선물을 줘야겠다고 회사에 승인을 요청하나, 회사는 이를 승인하지 않는다.

이 과정에서 주현 씨는 회사에 “거래가 성사된다면 우리 가족의 저명함에 기반하는 것이다. 아버지 기상 씨가, 우리는 가족의 명성까지 위험하게 하면서 성사시켜려하는데 회사는 뒷전이라고 화를 낸다”는 등의 항의를 한다. (이와 관련해서는 아래에 별도로 자세히 소개하기로 한다.)

반주현 씨는 또 중동국가수반에게 줄 “랜드마크72의 안정성과 이윤성은 우리 가족이 보증한다”는 내용의 편지도 작성한 뒤, 편지를 해리스를 통해 전달하도록 했으나, 편지는 수반에게 전달되지 않았다.

말콤 해리스가 처음부터 카타르 왕족과 별 유대가 없는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중동국가수반을 만나려는 계획이 실패한 뒤, 해리스는 자신이 그 국가의 외교관과 새로 접촉했다고 말한다. 두 사람은 이번에는 이 외교관에게 뇌물을 줘서 국부펀드의 랜드마크72 매수를 성사시키고자 공모한다.

2014년 3월 반주현 씨는 이 매각 건 자체를 들고 다른 부동산업체로 자리를 옮긴다. 해리스와 반주현의 경남기업을 속이는 사기 행각이 본격화한다. 해리스는 중동국가 외교관의 편지를 위조해 경남기업에 이 외교관에게 뇌물을 줄 것을 요구하고, 반주현 씨 역시 외교관의 편지를 위조해, 뇌물을 주면 거래 승인을 추진할 것이라고 경남기업에 제안한다.

결국 2014년 4월, 반주현은 해리스에게 ‘카타르국부펀드가 8억 달러에 랜드마크72를 매수하고, 외교관에게 착수금조의 뇌물로 50만 달러, 성공보수금조 뇌물로 200만 달러 총 250만 달러의 뇌물을 주기로 하는 계획이 경남기업에 의해 승인됐다’는 이메일을 보낸다. 그리고 그 돈은 ‘합법적으로 위장될 것’이라고 덧붙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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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주현 씨와 기상 씨는, 경남기업에게 랜드마크72 매각을 중개하는 대가 즉, 주현씨와 주현씨 회사가 받기로 한 수백만 달러의 성공보수 커미션에 대한 초기활동비조로, 50만 달러를 미리 달라고 한다. 즉, 뇌물 용도가 아닌, 활동비 용도로, 회사의 특정계좌에 보관 또는 특정 목적으로만 사용되는 용도의 돈이라고 한 것이다.

2014년 4월 중순, 경남기업은 주현 씨 회사에 50만 달러를 송금한다. 주현씨는 뇌물이 들어가는 경로를 바꾸기 위해, 우송씨의 친구로부터 50만 달러를 빌려서, 해리스에게 중동외교관에게 뇌물로 주라고 건넨다. 검찰은 처음부터 중동 관리와 연계 따위는 없었던 해리스가 50만 달러를 개인적으로 썼다고 밝혔다.

주현 씨는 회사에 거짓말을 해 돈을 따로 챙겼다. 경남기업에게는 50만 달러를 회사가 보관할 것이라고 하고, 회사에는 외교관의 편지 등을 조작해 50만 달러를 안 돌려줘도 되는 돈이라고 속여 회사로부터 50만 달러의 45%에 해당하는 22만5천 달러를 자기 몫으로 받았다.

경남기업의 채무 압박이 심해지면서, 거래 진척상황에 대한 문의가 계속되자, 반 씨는 이번엔 외교관, 다른회사, 국부펀드 등으로부터 이메일과 서류 등 여러 건을 위조해, 경남기업에 사업 진척 증거로 함께 제시하면서 국부펀드의 공적 서류라고 거짓말을 한다.

바로 한국법원에서 가짜로 판명한 카타르 국부펀드의 투자 의향서다. 2015년 1월 경남기업이 법정관리로 넘어가자 주현 씨는 이번에는 영국 은행 매니저 편지, 국부펀드 이메일 계정, 외교관 이메일계정 등을 위조해, ‘국부펀드가 랜드마크72를 인수할 목적으로 영국은행에 계좌를 개설해 8억 달러 이상을 이체했다’며, 관련 계약서까지 경남기업에 보낸다.

하지만 모두가 허위였다. 결국 경남기업은 랜드마크의 카타르 매각 협상 중단을 선언하고, 반주현씨에게 59만 달러를 돌려달라는 손해배상 소송을 내, 지난해 10월 한국법원이 돌려줘야 한다는 판결을 내린 것이다.

미연방검찰은 기소장에서 주요 혐의마다 주현 씨가 해리스, 기상 씨, 경남기업과 주고받은 이메일과 문자 등 구체적 증거를 제시했다. 미연방검찰은 또, 주현 씨가 랜드마크72’의 매각이 직원 1000명을 고용하고 있는 경남기업에 생사가 걸린 문제였다는 것을 알고 있었으면서도 사적 편취를 모의했다고 지적했다. 또한 결국 주현 씨가 내민 각종 위조서류와 이메일 때문에 경남기업은 절체절명의 순간에 돈을 더 빌리게 되고, 다른 곳과의 매각 협상은 추진하지 않아 랜드마크72 매각을 통해 자금을 확보할 기회를 잃으면서 더욱 나락에 빠지게 됐다는 점까지 적시하고 있다.

미 법무부는 이 사건이 뿌리뽑아야 할 모든 종류의 부패가 연관된 사례라고 비판했고, FBI 국제부패전담반은 해외에 관련된 사건까지 미국과 동일한 기준을 적용하기 위한 노력을 멈추지 않겠다는 강한 메시지를 전하는 사건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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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소장 공개 증거에서 반주현씨 “가족의 명성” 등 5차례 언급

미 연방검찰의 기소장에는 반기문 전 총장의 이름이 한번도 언급되지 않는다. 하지만 연방검찰은 기소장에서 “반주현 씨가 중동국가수반(카타르국왕)에게 주려는 선물의 지불을 승인받기 위해 ‘그의 가족의 저명함’을 이용하려 했다며 다음과 같은 내용을 공개한다.

반주현 씨는 2013년 9월 유엔총회 기간에, 2만8천 달러의 선물 비용을 승인하지 않으려던, 원래 있던 회사에 다음과 같은 이메일들을 보낸다.

“내가 전에도 말했듯이, 만약 이번 거래가 성사된다면 그것은 전적으로 (그 국가수반에 대한) 우리 가족의 명성에 기반하는 것이다.”

“경남기업이 아주 화가 났고, 특히 우리 아버지(반기상)가 화가 났는데, 우리 가족은, 이 거래를 성사시키기 위해 우리 가족의 명성까지 위험에 처하게 하는데, 회사는 뒷전에 있다는 사실 때문이다.”

반주현 씨는 2013년 유엔총회 기간 뉴욕에 머물던 중동국가 수반, 즉 카타르국왕을 만나기 위해 카타르국왕에게 보내려고 직접 만든 편지에는 다음과 같이 썼다.

“랜드마크72의 안정성과 이윤성에 대해 나의 가족이 보증을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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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주현 씨는 또 2014년 3월 해리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다음과 같이 언급한다.

“우리 부자가 경남기업에 뇌물 비용을 대도록 압박하면 경남기업이 그렇게 하겠지만, 만약 그렇게 했는데도 거래가 성사가 안되면 우리는 (사기에 가까운) 곤란한 상황에 처하게 될 것이다. 우리 가족의 저명함에 비추어볼 때 우리 부자와 관련한 어떤 부정적인 언론 연관도 나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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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주현 씨는 2014년 4월 해리스에게 보낸 이메일에선 다음과 같이 썼다.

“50만 달러는 어느 정도 불법이기 때문에, 우리 가족 문제로 나와 나의 아버지는 직접 관련될 수 없다. 그래서 내가 모든 것을 서류에서는 합법적으로 보이도록 계획을 짰다”

반기문 전 총장의 관련 여부는 별개의 문제다. 앞으로 반주현씨의 이 이메일과 편지에 적힌 내용의 진위 여부를 어디까지 조사할지 역시 연방검찰과 연방법원의 몫이다. 하지만, 연방검찰이 기소장에서 공개한 증거들에 비추어, 반주현씨가 사기 과정에서 반 전 총장의 입지를 이용하려 했는지 여부는 법적 판단의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또 회사에서 돈을 안되돌려줘도 된다는 반주현 씨의 말만 믿고 반 씨에게 22만5천 달러를 지급한 점, 우상씨의 친구가 보통 법적 담보로 인정되지 않는, 제3자 위탁금 성격의 50만 달러를 담보로 주현 씨에게 50만 달러를 빌려준 점 등 여전히 밝혀야 할 의문점들이 많다는 면에서, 재판 과정에서 검찰의 수사가 어디까지 확대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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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주현 씨와 미국 뉴저지주에 위치한 주현 씨의 자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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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주현 씨 체포, 한국국적 반기상 씨 신병 인도 주목

미국 영주권자인 반주현 씨는 미 뉴저지주 버겐카운티 테너플라이 자택에서 체포됐고, 우상 씨는 한국시간으로 11일 새벽 뉴욕 공항에서 체포됐다. 우상 씨의 미국에서 도피하려는 시도가 당국에 포착되면서 체포가 전격 실행되고, 지금까지 비공개로 수사되던 이번 사건의 기소가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당국이 아직 추적 중인 말콤 해리스는 미국국적자지만, 반기상 씨는 한국국적자로 한국에 거주하고 있다. 하지만 해외부패방지법은, 미국과 관련돼 이뤄지는 외국의 어떤 부정부패도 막겠다는 취지로 제정된 법으로, 외국의 공적 관계자에게 뇌물을 주려고 시도만 해도, 관련자들을 모두 처벌할 수 있는 강력한 미 연방법이다. 따라서 한국국적자인 반기상씨도 이 법에 근거해 미국 검찰에서 기소할 수 있는 것이다. 검찰이 반기상 씨에게 적용한 혐의의 최대 형량이 30년에 이르는 만큼, 미국 법원이 한국 정부에 반기상 씨에 대한 범죄인 인도 요청 등을 할 지 관심이다.

박에스더기자 (stellar@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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