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 하위 20%는 21.4%
소득 상위 20%는 11.1%
육류.채소 등 물가 폭등에 저소득층 부담 더 높아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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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뜩이나 없는 살림에 허리띠를 졸라맨 저소득층의 부담이 한층 심화되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생활에 필수적인 식료품 특성상 가격이 뛰어도 지출을 크게 줄일 수 없는 탓이다.
엥겔계수 상승은 양극화 확대 등 사회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저소득층 지원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저소득층 엥겔계수, 4분기만에 최고
11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3.4분기 기준 소득 5분위별로 우리나라 소득 하위 20%(소득 1분위) 계층의 전체 소비지출은 127만7600원으로 조사됐다. 올해 1.4분기 대비 3.9% 감소한 수치다. 반면 식료품.비주류음료 부문에 지출한 금액은 27만3800원으로 같은 기간 10.2% 상승했다.
경기 악화로 의류, 문화 등 씀씀이는 최대한 줄이면서 필수품인 먹거리 지출은 더욱 증가한 셈이다. 이에 3.4분기 1분위 계층의 엥겔계수는 21.4%로 집계됐다. 지난 2015년 3.4분기(21.9%) 이후 4분기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엥겔계수는 지난 2015년 3.4분기 8분기 만에 최고치를 찍은 후 같은해 4.4분기 20.5%, 이듬해인 2016년 1.4분기 18.6%로 2분기 연속 떨어졌다. 그리나 지난해 2.4분기(19.2%)와 3.4분기까지 두 분기 연속 오름세를 나타내고 있다.
일반적으로 엥겔계수는 소득이 낮을수록 높은 경향을 보인다. 먹고 마시는 데 지출하는 돈의 비중이 커질수록 다른 분야의 소비 여력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실제 같은 기간 소득 5분위의 엥겔계수는 1분위의 절반 수준인 11.1%에 그쳤다.
■물가 고공행진에 서민층 시름
지난해부터 엥겔계수가 다시 오름세를 보이는 것은 대부분의 식료품 물가가 전반적으로 상승한 영향으로 분석된다.
실제 채소, 어패류 등 50개 품목으로 구성돼 '밥상물가'로 쓰이는 신선식품지수는 지난해 12월 전년 동월 대비 12.0%나 올랐다. 여름철 기록적 폭염으로 농산물 출하량이 감소함에 따라 채소가 21.1%로 가장 많이 상승했고, 과일(7.3%), 생선 및 조개류(5.1%)도 모두 올랐다.
특히 설을 앞두고 제수용품의 가격이 치솟는 '물가대란'이 닥치면서 저소득층의 시름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조류 인플루엔자(AI) 사태 '직격탄'을 맞은 계란 가격은 9일 기준 한 판당 9142원에 거래돼 전년 대비 60% 이상 올랐다. 무.배추.당근 등 가격도 평년 대비 100% 이상 급등했다.
그에 반해 저소득층의 가계소득은 지난해 1.4분기를 기점으로 매분기 '뒷걸음질' 치고 있다. 고물가로 꼭 지출해야 하는 식료품 가격은 오르는데 정작 소득은 줄어들고 있어 이전보다 팍팍한 살림살이를 꾸릴 수밖에 없다.
실제 지난해 3.4분기 소득 10분위 중 최하위 10%인 1분위 가구의 월평균 가처분소득은 71만7000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6.0% 줄어들었다.
연세대 김정식 교수는 "전체 물가는 안정돼 있다지만 주거비, 식료품비 지출은 외려 늘어나는 등 고물가의 영향이 반영됐다"며 "특히 경기침체기에 접어들면서 서민층의 소득이 많이 줄어들고 있어 서민생활은 점차 어려워지고 있다는 신호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mkchang@fnnews.com 장민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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