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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1000만 촛불 새역사 뒤에는 달라진 경찰과 법원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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警, 강경진압 아닌 유연한 대응…강제해산 자제·시위대 감사표시

法, '청와대 100m' 허용 "조건없는 집회보장이 민주주의"

警·法, 지속적인 평화집회에 더 폭넓은 집회자유 보장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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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사건팀]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하는 촛불집회가 지난 64일간 총 10회에 걸쳐 시민 1000만명을 불러오며 평화롭게 진행될 수 있었던 것에는 경찰과 법원의 전향적인 태도가 한몫했다.

경찰은 강경진압에 치중하던 기존 태도에서 벗어나 참가자들이 법의 테두리를 크게 이탈하지 않는 한 시위와 행진을 보장하려고 애썼다. 법원은 교통불편과 질서유지보다 집회의 자유에 더 우선을 두는 결정을 잇따라 내려 시민들이 어느 때보다 자유롭게 의사표현을 할 수 있도록 했다.

◇“협조에 감사” 경찰의 유연한 대응

경찰은 지난 10월 29일 1차 집회 때 시위대가 신고경로를 지나 광화문 광장까지 진출했지만 광장 북단에 차벽만 설치한 채 물리적 진압은 자제했다. 홍완선 서울 종로경찰서장은 당시 시위대에 해산요청 방송을 하며 “나라를 걱정하는 여러분의 마음을 이해한다”고 말해 화제가 된 바 있다. 서울지방경찰청은 이튿날 이례적으로 보도자료를 내어 “시민들이 경찰의 안내에 따르고 이성적으로 협조해 주셔서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경찰은 매 집회마다 2만명 가까운 대규모 경비병력을 투입하면서 유연한 대응을 기조로 삼았다. 경찰은 일부 시위대와 가벼운 몸싸움 등 실랑이를 벌이기는 했지만 자극하지 않고 신중하게 대응하는 모습이었다. 특히 참가자들이 청와대 인근 등에서 당초 법원이 허용한 시간대를 지나서까지 집회와 행진을 이어가도 질서를 유지하며 평화롭게 진행되면 경찰병력을 동원해 강제해산하지 않았다.

사상 처음으로 청와대 앞 100m까지 행진이 허용된 지난 3일 6차 집회에서 세월호 유가족들은 허용시간인 오후 5시 30분을 넘어서도 계속 자리를 지켰다. 경찰은 산발적으로 해산 방송을 내보낼 뿐 물리력 행사는 자제했다. 당시 한 시민이 “추운 곳에서 고생하는 경찰에게 박수칩시다”라고 말하자 일제히 박수가 터져나오기도 했다.

다만 경찰은 청와대 근접 시위에는 완고한 태도를 유지했다. 이철성 경찰청장은 기자 간담회에서 “법원은 집회와 시위의 자유가 더 크다고 해석했는데 그건 법원의 입장이고 우리는 경찰의 입장이 있다”며 “(청와대에서 1㎞ 떨어진)율곡로와 사직로가 경찰로서는 마지노선”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법원이 시민의 집회시위 자유를 우선 순위에 둔 판결을 유지하자 경찰은 8차 촛불집회에서는 율곡로 북쪽지역에서의 집회와 행진도 낮 시간대에 한해 허용하며 한발 뒤로 물러섰다.

◇청와대 100미터 집회도 보장한 법원

법원은 촛불집회에 참여한 시민들이 직접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여건을 보장했다. 주최 측인 ‘박근혜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이 신고한 집회 및 행진 경로를 경찰이 제한 및 금지하면 법원은 대부분 주최 측의 손을 들어줬다.

시작은 지난 12일 3차 집회 때였다. 서울행정법원 행정6부(재판장 김정숙)는 청와대로 향하는 길목인 내자동 로터리까지 행진을 허용하는 결정을 내렸다. 이전까지 경찰이 마지노선으로 삼아온 광화문 광장 북단이 뚫리고 청와대를 앞에 둔 지점에서 대규모 행진이 처음으로 허용됐다. 1차 촛불집회에서 시위대의 행진과 집회가 광화문광장 세종대왕상까지만 허용된 지 불과 2주일 만이다.

재판부는 “집회시위법의 제한규정을 엄격하게 해석하지 않고 조건없이 허용하는 게 민주주의 국가임을 스스로 증명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특히 “대통령에게 국민의 목소리를 전달하고자 하는 이 집회의 목적상 사직로와 율곡로가 행진 및 집회 장소로서 갖는 의미는 과거 집회들과는 현저히 다르다고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법원은 이후 집회가 계속될 때마다 시위대의 행진과 집회허용 장소를 청와대에서 1㎞→500m→200m→100m 지점까지 계속 확대했다. 현행 집회와 시위에 관한 법률은 청와대 100m 이내에선 집단행동을 금지하고 있다.

법원은 지난 9일 국회의 대통령 탄핵안 가결 이후 헌법재판소와 국무총리 공관으로 향하는 촛불 행렬도 최대한 허용했다. 법원은 탄핵무효를 외치는 보수단체와 충돌할 우려가 없는 범위에서 헌재와 총리 공관 100m 지점까지 집회와 행진을 보장하고 있다.

법원은 그간의 집회들이 폭력없이 평화롭게 진행된 만큼 이를 제한할 이유가 없다며 매번 청와대 근접 행진을 허용했다. 한층 성숙해진 시민의식과 이를 신뢰한 경찰과 법원에 의해 국민 1000만명이 참여한 평화집회가 가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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