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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단독] 정호성 휴대폰에 “주사 아줌마 들어가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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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박 대통령 불법 의료시술 정황 확인

특검, 이영선이 보낸 문자 확보

2013년 늦은 밤에 4~5차례

“기치료 아줌마”도 언급돼

비선진료 의혹 김영재 압수수색

간호장교 조여옥 대위 출국금지



박근혜 대통령이 2013년 대통령 취임 이후 김상만·김영재씨 등 이제까지 알려진 ‘비선 의료진’ 외에 또다른 이들로부터 주사를 맞아온 정황이 확인됐다. 청와대 직원들은 이들을 ‘주사 아줌마’, ‘기치료 아줌마’라고 지칭하며, 밤늦은 시간 청와대로 모셔갔다. 검찰은 불법 시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조사를 벌였고, 특검도 이를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8일 검찰 등의 설명을 종합하면, 2013년 4~5월께 이영선 제2부속실 행정관은 정호성 당시 부속비서관에게 ‘주사 아줌마 들어가십니다’, ‘기치료 아줌마 들어가십니다’라는 내용의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4~5차례 보냈다. 문자를 보낸 시간대는 밤 9~10시께다. 박 대통령이 오후 6시 일과시간 이후 주로 관저에 머물렀다는 점을 고려하면, ‘주사 시술’이나 ‘기치료’가 밤늦게 청와대 관저에서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이 행정관은 최순실씨 등 박 대통령의 ‘보안손님’을 검문검색 없이 청와대 안으로 들이는 역할을 맡아왔다.

주사 아줌마와 기치료 아줌마가 이 행정관의 차량을 이용하고, 정 전 비서관이 직접 맞이한 것을 보면, 이들은 박 대통령에게 시술을 한 것으로 보인다. 최순실씨가 이들을 소개했을 가능성도 있다. 최씨의 가사와 육아를 맡은 도우미들은 <동아일보> 인터뷰에서 “최씨 집에는 주사기와 태반 앰풀 등이 한 상자씩 보관돼 있었다. 주사 아줌마가 일주일에 한번 집에 찾아와 주사를 놓았다”고 밝혔다. 주사 아줌마는 최씨 이외에 최씨 언니인 최순득씨와 그의 딸인 장시호씨의 집도 찾아갔다고 한다. 최씨는 본인이 단골로 의료 시술을 받은 병원 원장인 김영재 원장을 박 대통령에게 소개하기도 했다.

이런 시술의 경우, 시술자가 간호사나 간호조무사 자격증이 있고 의사의 처방을 받아 지시에 따라 주사를 놓았다면 합법이다. 하지만 이른바 ‘야매’ 시술로 불리는, 무자격자이거나 의사의 처방 없이 별도로 주사제를 구해 주사를 놓은 경우라면 의료법상 불법이 된다.

한겨레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이 25일 오후 서울 강남구 대치동 특별검사팀 사무실로 들어서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검찰은 지난 10월말 확보한 정 전 비서관의 휴대전화에서 이런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발견하고, 박 대통령이 불법 시술을 받은 것으로 보고 조사를 벌였다. 정 전 비서관은 검찰 조사에서 “이들이 누군지 모른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 역시 검찰로부터 관련 자료를 건네받아 불법 시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조사를 벌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자메시지로 드러난 시기 외에도 이들이 계속 청와대를 무단출입했을 가능성도 살펴보고 있다.

앞서 이달 초 열린 국정조사특별위원회 청문회에서 김영재 원장은 “청와대에 몇 차례 들어가 박 대통령을 진료했다”고 말했다. 대통령 자문의인 김상만씨도 “자문의에 임명되기 전 청와대에 들어가 대통령에게 직접 태반주사를 시술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모두 ‘보안손님’으로 이 행정관을 통해 청와대에 드나든 것으로 알려졌다. 최씨 역시 이 행정관의 도움을 받아 2013년 3~11월 청와대를 무단출입했다. 당시 이 행정관은 정 전 비서관에게 “선생님 들어가십니다”라고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한편, 이날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김영재 성형외과의원 원장 사무실과 자택, 김상만 전 녹십자아이메드병원 원장 자택과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하는 등 ‘비선진료·대리처방’ 의혹에 대한 수사에 본격 착수했다. 비선 진료 의혹은 2014년 4월16일 세월호 참사 당일 박 대통령의 ‘7시간 행적’과도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

특검은 또 세월호 참사 당일 청와대 간호장교로 근무한 조여옥 대위를 출국금지했다. “대통령에게 태반, 백옥, 감초 주사를 처방한 적이 있다”고 밝힌 조 대위는 앞서 언론 인터뷰에서 세월호 참사 당일 청와대 관저 의무동(대통령 전담)에서 근무했다고 밝혔다가, 청문회에선 의무실(직원 담당)에서 근무했다고 말을 바꿨다. 서영지 최현준 김양중 기자 y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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