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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단독]'박근혜 굿' 무속인 "요즘 최순실 때문에 피신 다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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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스

2012년 대선 직전 '박근혜 당선 기원 작두굿' 열렸다


뉴시스

'박근혜 당선 굿' 무속인, 박정희·육영수 내림굿 받았다


"무속인 K씨와 함께 지내는 동거인, 우연히 만난 지인에 밝혀"

7~8월 돌연 잠적 후 주변에 난 소문과는 다른 의문의 발언
7~8월은 최순실 게이트 관련 최초 보도 나오던 시점
신동욱 총재 "K씨가 이춘상 보좌관 거론…朴측과 가깝다는 느낌"
박 대통령 광화문 취임식에도 참석했다고 복수의 지인들 증언

【서울=뉴시스】김현섭 이혜원 기자 = 18대 대선을 앞두고 '박근혜 당선 기원 굿'을 해준 것으로 알려진 60대 여성 무속인 K씨가 최근 잠적한 이유를 "최순실 때문"이라고 밝힌 것으로 전해져 그 배경이 주목된다.<뉴시스 12월14일 '[단독]2012년 대선 직전 박근혜 당선 기원 작두굿 열렸다' 기사 참조)

K씨는 최근 뉴시스 취재를 통해 2012년 12월에 열린 18대 대선을 한달가량 앞두고 경기 북부에 있는 C굿당에서 '박근혜 후보 대통령 당선' 기원 굿판을 벌인 사실이 알려진 인물이다.

당시 굿판에는 '친박(친박근혜)' 핵심 A의원이 이끄는 사조직 관계자 20여명이 참석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K씨의 사정을 잘 아는 B씨는 최근 뉴시스에 "K씨와 함께 지내는 동거인이 K씨의 개인 사찰이 있는 지방에 나타났다"며 "근황을 물어보니 어디에서 지내고 있는지 등은 말하지 않고 '최순실 때문에 피신 다닌다'는 대답을 했다"고 밝혔다.

K씨는 자신이 박정희 전 대통령과 육영수 여사 부부의 혼령이 씌었다면서 지난 2011년 지방 모처에 개인 사찰을 세웠다.

사찰 창건식에는 박 대통령의 동생 근령씨의 남편 신동욱 공화당 총재, 유명 기업 대표, 육군참모총장 출신 인사 등 500여명이 참석할 정도로 성황을 이뤘다. K씨는 소위 '회장급' 손님 등의 요청으로 한 번에 1000만원 안팎을 호가하는 '서울 원정 굿'을 가는 등 수년 간 활발한 활동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뉴시스 12월16일 '[단독]박근혜 당선 굿 무속인, 박정희·육영수 내림굿 받았다' 기사 참조>

하지만 K씨는 올해 7~8월께 자신의 사찰을 돌연 떠났으며 이후 무속 일을 거의 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K씨의 사찰은 현재 거주하는 사람이 없어 사실상 폐쇄된 상황이다. 창건 당시부터 모셔져 있던 박정희 전 대통령 부부의 영정도 찾아볼 수 없다.

이에 대해 동네 주민들 사이에서는 "지난해 말 집 안에 불행한 일이 생긴 후 몇 개월 간 슬픔을 겪다 떠났다" "인근의 펜션 공사로 시끄러워 기도를 할 수 없다며 거처를 옮겼다"는 등의 소문이 돌았다.

그러나 함께 지내고 있는 동거인이 근래 대한민국 사회를 뒤흔들고 있는 '비선실세' 최순실씨가 잠적의 원인이라는 발언을 한 것이다. K씨가 잠적한 7~8월은 K스포츠재단과 미르재단 문제 등 최순실 게이트 관련 최초 보도가 나오던 시점이다.

B씨는 "K씨가 (박근혜 대통령을 같이 거론하거나 하지 않고) '최순실 때문'이라고 말했지만 어떤 연관이 있는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고 전했다.

K씨가 벌인 '박근혜 굿'이 박 대통령의 인지 하에 열린 것인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B씨는 "박근혜 굿의 의뢰자에 대해선 잘 모르겠다. 당시 우린 그냥 K씨가 가자 그래서 갔다"며 "K씨는 서울에서 굿 의뢰를 받으면 경기 북부의 그 굿당을 이용했다. 내가 같이 갔을 땐 박근령, 신동욱씨도 봤다. 두 사람도 K씨의 사찰에 온 적이 있다"고 증언했다.

K씨의 다른 지인 C씨는 "K씨의 개인 사찰에 A의원의 부인이 자주 왔다갔다했었다"며 "하지만 그런 굿을 누가 의뢰해서 하게 됐는지 들은 것은 없다"고 말했다.

다만 K씨가 박 대통령 측과 연결고리가 있을 가능성은 높은 것으로 관측된다.

박 대통령의 매부가 되는 신동욱 공화당 총재는 무속인 K씨가 박 대통령 측근 인사들과 잘 알고 지낸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뉴시스에 밝혔다.

신 총재는 책 저술을 위해 K씨의 사찰을 몇 차례 찾은 적이 있다.

신 총재는 "어떤 책을 쓰기 위한 자료 수집차 방문했는데 K씨가 나를 피해서 첫 만남이 굉장히 힘들었다"며 "몇 번의 방문 후 경계가 허물어지자 내게 '이춘상 보좌관을 비롯해 그쪽(박근혜 참모진) 사람들이 당신을 만나면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고 했다'는 말을 해준 것으로 기억한다"고 떠올렸다.

신 총재는 "지금 몇 년이 지난 뒤라 정확하게는 기억 안 나지만 아무튼 K씨가 박 대통령 측 사람들과 가깝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지난 2012년 교통사고로 사망한 이춘상 보좌관은 '문고리 3인방'으로 불리는 정호성(구속기소)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 이재만 전 총무비서관, 안봉근 전 국정홍보비서관과 함께 생전 '문고리 4인방'으로 통했던 박 대통령의 최측근 인사다.

A의원이 박근혜 대선 캠프에서 활동했던 친박계 핵심이고, 박 대통령 역시 A의원 주도의 모임 행사에 모습을 드러내거나 격려 메시지를 보낸 적이 있을 정도로 가깝다는 점 역시 간과할 수 없는 대목이다.

B씨는 "K씨는 박 대통령이 당선되기 전부터 대통령을 만들겠다며 '박근혜 굿'을 여러번 했다"면서 "(2007년) 이명박 전 대통령하고 경선에서 경쟁했을 때도 박근혜 당선을 위한 굿을 했다"고 회상했다.

무속인인 K씨가 2013년 2월25일 서울 광화문에서 열린 박 대통령 취임식에까지 참석했다는 증언도 나온다.

B씨는 "K씨가 박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했다는 얘기를 본인으로부터 들었다"고 전했다.

K씨와 오랫동안 가깝게 지낸 사업가 C씨는 "대선 후 대통령 취임식을 할 때 K씨가 내게도 취임식에 같이 가자고 제안했었다"며 "난 당시 이런 저런 이유로 K씨나 친박 정치인이 중심이 된 사조직 관계자들과 인연을 끊으려던 상황이기 때문에 거절했다"고 설명했다.

C씨는 친박계 핵심 A의원이 이끄는 전국 규모 사조직에 가입을 제안받고 관련 모임에 3~4회 참석한 적이 있다. 그는 "K씨가 친박계 사조직 사람들과 버스를 대절해서 함께 박 대통령 취임식에 갔다고 들었다"고 밝혔다.

뉴시스는 K씨가 실제 박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했는지 명단을 통해 확인해보려 했으나 행정안전부 관계자는 "대통령 취임식 참석자 명단은 따로 소장해두지 않는다. 지나면 모두 폐기한다"고 말했다.

한편 A의원 측은 "A의원의 부인은 굿을 하지 않는다"며 '박근혜 굿'과의 관련 의혹을 부인했다.

afero@newsis.com
hey1@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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