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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취재파일] '껌 값' 내고 청문회에 안 나갈 수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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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농단의 당사자라고 할 수 있는 최순실 씨는 지금까지 단 한 번도 국회 국정조사 특위 청문회에 참석하지 않았습니다. 최 씨와 함께 기소된 안종범 전 청와대 수석이나 정호성 전 비서관도 마찬가지입니다. 관련 수사와 재판이 진행되고 있어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게 그 이유였습니다. 결국 국회의원들이 이들이 수감 돼 있는 구치소에 찾아가서 '원정 청문회'를 개최하겠다고까지 나섰지만, 그럼에도 이들은 꿈쩍하지 않는 모습입니다.

그럴 때마다 국회는 '이유 없는 불출석'인 경우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처벌할 수 있다고 으름장을 놓습니다. 이 법은 이유 없이 출석하지 않으면 3년 이하의 징역이나 1천만 원 이하의 벌금, 위증할 경우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청문회 증인들은 이런 처벌 규정을 하나도 무서워하지 않는 것 같아 보입니다.

실제로 이 조항이 어떻게 적용됐는지를 살펴보면 그 이유를 알 수 있습니다. 지난 2012년, 신세계그룹 정용진 부회장은 국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하라는 명령을 받습니다. 대형 유통업체의 영업행태에 대해 증언하라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정 부회장은 참석하지 않았습니다. 결국 해당 법률 위반으로 기소됐는데, 서울중앙지법 소병석 판사는 정 부회장에게 벌금 1천 5백만 원을 선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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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외에도 솜방망이 처벌은 이어졌습니다. 같은 경우로 신세계 정유경 부사장에게는 서울중앙지법 서정현 판사가 벌금 1천만 원을, 역시 같은 건으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정지선 현대백화점 그룹 회장에게도 1천만 원씩을 서울중앙지법 성수제 판사와 지영란 판사가 선고했습니다. 같은 해 지식경제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증인출석 요청을 받은 한국산업기술미디어문화재단 이사장 최 모 교수에겐 서울남부지법 이의진 판사가 벌금 3백만 원을, 지난 2014년 교육문화위원회 국정감사에 불참한 상지대학교 김 모 총장에게도 춘천지방법원 제1형사부(마성영 재판장)가 벌금 1천만 원을 선고했습니다.

하나같이 나중에 반성을 했다거나 주변 환경과 사정을 고려했다며, 다른 사건과의 형평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이유로 이 같은 판결이 나왔습니다. 그리고 또 주목할 것은, 불출석사유서를 제출했다는 것이 재판에 크게 도움이 된다는 것입니다. 불출석사유서 내용을 고려해보니 내용이 너무 절절하고 사유가 참작할만 하기 때문이 아니라, 제출 그 자체로 말입니다. 정 부회장 때도 당시 재판부는 "무단으로 불출석한 것은 아니고 예정일 전에 불출석사유서를 제출하여 양해를 구했다"면서 긍정적으로 고려했다고 분명히 밝히고 있습니다.

스케쥴을 정리해서 하루 종일 참석하고, 국회 출석하면서 기습 시위라도 있으면 망신 당하기도 쉽고, 의원들의 질타에 하루 종일 시달려야 하는 게 청문회입니다. 그런데, 대기업 부회장이 단돈 1천5백만 원에 이를 피할 수 있다면? 아마 누구라도 벌금 내는 것을 택하지 않을까요?

꼬박꼬박 불출석 사유서를 내고 있는 최순실 씨, 안종범 전 수석, 정호성 전 비서관도 나중에 청문회 불출석으로 기소되더라도 벌금형에 처해질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최순실 씨의 경우, 한국에서 확인된 재산만 수백 억 원 규모, 독일 등 해외에 은닉한 재산은 8천 억 원에서 최대 10조 원에 달한다는 이야기가 떠돌고 있습니다. 이런 최순실 씨에게 몇 천 만 원은 말 그대로 '껌값'이 아닐까요? '껌값'에 청문회에 안 나갈 수 있다면, 당연히 벌금 내고 말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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