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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태블릿PC 조작 몰다…차·고에 혐의 떠넘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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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농단 단계적 은폐 시도

최 “내 PC 아니다” 부인 일관

최씨 구속 뒤엔 이완영 등 접촉

정동춘, 정치권에 구명활동

최순실(60)씨와 핵심 측근들이 구속됐지만 그 주변인들은 조직적으로 국정 농단 사건을 은폐·조작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정동춘(55) K스포츠재단 이사장이 친박계 이완영(59) 새누리당 의원 등과 청문회 진술 ‘입 맞추기’를 한 것으로 드러났고, 곳곳에 포진한 ‘최순실의 사람들’은 사건의 실체를 감추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최근의 사태를 지켜봐 온 K스포츠재단의 한 직원은 “최순실 측근들이 아직도 ‘재기할 수 있다’는 희망의 끈을 놓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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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씨는 JTBC의 ‘태블릿PC’ 보도가 나온 뒤 독일 현지에서 세계일보와 한 인터뷰에서, 그리고 19일의 첫 재판에 피고인으로 섰을 때 한결같이 국정 농단 혐의를 전면적으로 부인했다.

최씨는 당시 인터뷰에서 “박 대통령 당선 직후 e메일로 연설문을 받아본 것 같다”고 하면서도 “태블릿PC를 가지고 있지도 않고 쓸 줄도 모른다. 내 것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또 “취득 경위를 분명히 밝혀야 한다. 검찰에서 확인해봐야 한다”며 검찰 수사를 촉구했다. 한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최씨가) 국정 농단의 핵심 증거가 태블릿PC라고 보고 이를 무력화하는 전략을 처음부터 세운 것으로 짐작된다”고 말했다.

최씨는 이 무렵 독일 현지에서 한국에 있는 노승일(40) K스포츠재단 부장에게 전화를 걸어 이런 지시도 내렸다. “고(영태 전 더블루K 이사)한테 정신 바짝 차리고 이게 완전히 조작품이고 얘네들(JTBC)이 이거를 훔쳐 가지고 이렇게 했다는 걸로 몰아야 된다.”

노 부장은 “당시 전화를 받았을 때 어이가 없어 녹음을 했다. 또 이완영 의원과 정동춘 이사장의 청문회 ‘진술 입 맞추기’ 의혹을 최근 박헌영 과장한테 들었을 때도 ‘역시 최순실’이라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최씨는 불리한 사실이 등장했을 때는 측근에게 ‘혐의 떠넘기기’를 시도했다. 지난 10월 말 김성현(41) 미르재단 사무부총장에게 전화를 걸어 차은택(47·구속)씨에게 “회장(최순실)이 형이 다 안고 가야 한대. 이번에 나는 가볍게 가려고…”라고 지시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최씨가 구속된 이후에는 측근들이 직접 움직였다. 최씨의 단골 마사지센터장이었던 정 이사장이 ‘진실 공방, 시간 끌기’ 전략의 중심에 섰다. 정 이사장은 친박계인 이완영 의원을 지난 4일 만난 뒤 8일에 전화통화를 하고 다시 9일에 대면 접촉을 했다. 노 부장에 따르면 이후 박헌영 재단 과장을 불러 “태블릿PC를 고영태의 것으로 보이도록 하면서 JTBC가 절도한 것으로 하자”는 제안을 했다.

최씨 주변인은 최씨가 만든 재단을 유지하기 위해 전방위로 구명 작업을 벌이기도 했다. 정 이사장은 지난 7일 자신의 사퇴를 종용하는 재단 직원들에게 “재단 설립 취소를 막기 위해 새누리당 간사(이완영 의원)와 더민주 의원,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을 옹립하려는 제3지대 인사들을 만났다”고 말했다.그는 이런 말도 했다. “우리(K스포츠재단 직원) 모두는 어떻게 보면 최순실 회장하고 연관돼 있다. 미르·K스포츠재단은 좋은 취지로 만들어졌다.”

익명을 요구한 검찰 관계자는 “최씨와 그 측근들의 태도를 유심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들은 JTBC의 태블릿PC 보도가 나온 뒤부터 지금까지 달라진 게 없다. 재기를 꿈꾸며 고도로 계산된 법적 조언에 따라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고 있다”고 말했다.

윤호진·윤정민 기자 yoongoon@joongang.co.kr

윤호진.윤정민 기자 yoong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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