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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박근혜, 김정일에 보낸 2005년 편지 뒤늦게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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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수·보도…"북남이 하나돼 평화·번영 이룩"

박근혜 대통령이 한나라당 대표이던 지난 2005년 7월 민간단체 '유럽코리아재단' 이사 자격으로 김정일 당시 북한 국방위원장에게 보낸 편지가 공개됐다.

지난 17일 <주간경향>이 공개한 편지는, 작성 시점으로부터 3년 전이었던 2002년 방북 당시 "위원장님이 약속해 주신 사항들은 재단을 통해서 꾸준히 실천해나가고 있다"는 점을 알리는 한편, 이 재단이 평양에 현지 사무소를 설치하고, 재단 관계자들이 자유로이 북한을 드나들 수 있도록 해 달라는 협조 요청을 담고 있다.

잡지가 이미 검토한 바대로, 이 편지는 외국 국적의 재단 관계자를 통해 전달됐기 때문에 남북교류협력법상 신고 대상이 되는 '한국민의 북한 주민 접촉'에 해당하지도 않고, 내용 역시 평이한 남북 교류협력 사업 관련 내용에 불과하다. 남북 교류가 활발했던 김대중-노무현 정부 당시의 분위기를 회고하게 한다.

일부 야당 정치인 등이 이에 대해 "이적행위", "김정일에게 굽신거리며 아첨", "간첩죄" 등의 언사를 동원해 비난하기도 했지만, 실정법 위반도 아닌 사안에 대해 이런 반응을 하는 것은 아무리 대상이 박 대통령이라 한들 색깔론적 공세에 불과하다는 비판을 낳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박 대통령을 중심으로 하는 '반공 보수' 세력들이 그간 북측과의 교류협력 자체를 죄악시하고 불온시해온 것에 비춰 볼 때, 편지에 등장하는 일부 문구가 이들 '박근혜 지지 세력'에게는 실망감을 안겨 줄 소지가 다분하다는 해석이 나온다.

예컨대 박 대통령은 편지에서 자신이 "위원장님의 염려 덕분에 잘 지내고 있다"고 했으며, 재단의 남북교류 사업에 대해 "위원장님께서 살펴보시고 부족한 부분이나 추가로 필요하신 사항들이 있으시면 말씀해 주시기 바란다"고 말하기도 했다. 또 "재단과 북측 관계 기관들이 잘 협력해서 사업을 추진할 수 있도록 관련 기관에 위원장님의 지시를 부탁드린다"고 하거나 "위원장님의 건강을 기원"하기도 했다. 편지의 마지막 인사말은 "다시 뵙기를 바랍니다"였다. '남북' 대신 '북남'이라는 표현을 쓰기도 했다.

다음은 <주간경향>이 공개한 편지 전문. (☞관련 링크 :<경향신문> 사이트에서 해당 기사 보기)

위원장님께 드립니다.

벌써 뜨거운 한낮의 열기가 무더위를 느끼게 하는 계절이 돌아왔습니다.

더운 날씨에도 위원장님은 건강히 잘 계시는지요?

위원장님을 뵌지도 3년이라는 세월이 흘렀습니다. 그동안 저에게는 많은 변화가 일어났지만 위원장님의 염려 덕분에 잘 지내고 있습니다.

위원장님이 약속해주신 사항들은 유럽-코리아재단을 통해서 꾸준히 실천해나가고 있습니다.

한민족의 하나됨과 진한 동포애를 느끼게 했던 '2002년 북남 통일축구경기'를 비롯해서 북측의 젊은이들이 유럽의 대학교에서 공부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북측 장학생 프로그램'등 다양한 계획들이 하나씩 실천되고 있습니다.

다만 아쉬운 점은 '보천보 전자악단의 남측 공연' 및 평양에 건립을 추진했던 '경제인 양성소'등이 아직까지 실현되지 못하여 안타까움을 느끼고 있습니다.

저의 의견으로는 이런 부분들을 협의해가기 위해서 유럽-코리아재단의 평양사무소 설치가 절실하며 재단관계자들의 평양방문이 자유로와질 수 있도록 하였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그동안 유럽-코리아재단을 통해서 실천되었던 많은 사업들을 정리해서 문서로 만들었습니다. 위원장님께서 살펴보시고 부족한 부분이나 추가로 필요하신 사항들이 있으시면 말씀해주시기 바랍니다.

아울러 재단과 북측의 관계기관들이 잘 협력해서 사업을 추진할 수 있도록 관련기관에 위원장님의 지시를 부탁드립니다.

북남이 하나되어 평화와 번영을 이룩할 수 있도록 저와 유럽-코리아재단에서는 다양한 활동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사업들이 성과를 맺는 날이 곧 올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모든 어려움들을 극복하고 꾸준히 사업을 추진하여 위원장님과의 약속한 사항들이 빠른 시일내에 이루어지길 희망합니다.

또한 위원장님의 건강을 기원하며 다시 뵙기를 바랍니다.

2005년 7월 13일

기자 : 곽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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